수도권 '스윙 선거구' 62곳, 여기서 총선 판 뒤집힌다
총선 승패 가를 ‘스윙 선거구’
2008년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은 수도권 전체 111석 중 81석(73%)을 가져갔다. 2020년 21대 총선에선 더불어민주당이 121석 중 103석(85.1%)을 차지했다. 압승이었다. 득표율 차는 그 정도까진 아니었다. 18대 때 한나라당(48.3%)은 통합민주당(민주당 전신, 36.4%)보다 11.9%포인트 더 얻었다. 21대 총선에선 민주당(53%)이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40.7%)보다 12.3%포인트를 앞섰다.
한 표라도 앞서면 승자가 되는 현행 제도에선 일정 표심의 변화가 당선 정당의 교체로 이어지곤 한다. 대체로 박빙 승부가 벌어지는 수도권에선 더 그렇다. 18대와 21대 사이에12.1%포인트의 스윙(Swing)이 있었는데 81석의 국민의힘 계열 정당은 16석으로 찌그러들고 26석의 민주당 계열 정당은 103석으로 거대해졌다. 스윙의 위력이다.
현행 수도권 121개 선거구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21대까지 최근 5차례 총선에서 59곳이 민주당 또는 국민의힘이 네 번 이상 이긴 곳이었다. 이른바 ‘텃밭’(당선 확실 지역·safe seat)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나머지 62곳은 정당 바뀜이 한두 차례 있었다. 어느 당이건 세 번 이기거나 세 번 졌다는 의미다. ‘스윙(경합하는) 선거구’라고 할 수 있다.
‘선거 민심의 풍향계’로 불리는 인천에선 9곳이 경합하는 선거구였다. 나머지 4곳은 민주당 텃밭으로 불릴만한 곳으로 인천 계양갑·을은 5차례, 인천 남동을·부평을은 4차례 민주당 후보에게 당선증을 안겼다. 국민의힘은 전무했다.
경기에선 34곳을 ‘스윙 선거구’로 볼 수 있다. 민주당이 강세인 지역은 20곳으로 수원정 등 11곳은 5회 연속, 수원갑·을 등 9곳은 4회 당선자를 냈다. 국민의힘엔 이런 지역이 5곳에 그쳤다.
서울은 상대적으로 텃밭 선거구가 많아 10곳 중 6곳 꼴이었다. 49곳 중 4회 이상 국민의힘 또는 민주당 당선자를 낸 지역구가 30곳에 달했다. 국민의힘은 용산과 강남권 7곳, 민주당은 전체 지역구의 절반에 살짝 못 미치는 23곳이었다.
유권자 유입 늘어난 경기 경합지 표심, 서울과 따로 간다
뉴타운 등 개발 공약(18대), 존재감 있는 제3당(안철수의 국민의당, 19대)의 등장 등 국민의힘에 유리하게 작용한 이슈를 제외하고 보면 수도권에선 민주당으로의 표 쏠림 현상이 관찰된다.〈그래픽 참조〉 특히 경기권이 두드러졌는데 민주당은 부천·고양에서 초강세였고 과거에 고전했던 성남분당을이나 의왕-과천도 연속으로 당선자를 내고 있다.
국민의힘 당직자는 수도권에서의 국민의힘 약세에 대해 세 가지 원인을 들었다. 우선 당 자체가 수도권 중도층에 소구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20대 총선 당시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와의 갈등, 21대 총선 당시 황교안 대표와 김형오 공관위원장의 부진 등이 대표적이다. 둘째, 그로 인해 상대 당 후보보다 경쟁력 있는 후보를 등판시키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인물난’이다. 마지막으로 연이은 참패로 수도권 조직력이 와해돼 제대로 선거를 치르기 어려웠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전문가 “공천 마무리되면 여론 움직일 듯”
정한울 한국사람연구원장은 인구학적 변동 요인도 집었다 그는 “지방의 젊은 세대가 수도권으로 오는데 서울로 못 들어가고 경기도로 빠지는 경향이 있다”며 “이들이 주류적 시각을 가졌다고 보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17대 총선 때까지만 해도 서울 유권자(775만 명)가 경기 유권자(731만 명)보다 더 많았다. 이후 서울은 70만 명 정도 느는 수준에서 정체했다면 경기는 375만 명이 늘었다. 오랫동안 국민의힘이 강세를 보였던 화성·파주·김포도 민주당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다만 2022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계기로 견고하면 민주당 지지 흐름에 변화가 왔다는 분석이 많다. 실제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에서 이재명 대표에게 4.83%포인트 앞섰다. 국민의힘 계열 대선 후보가 민주당 계열을 앞선 건 YS(김영삼)·이명박 전 대통령 이후 처음이다. 경기(5.32%포인트)·인천(1.86%포인트)에선 뒤졌다. 같은 해 광역단체장 선거에선 국민의힘이 서울·인천에서 승리했고 민주당은 경기를 지켰다.
정치권에선 과거 수도권 전체가 유사한 표심을 보였던 것과 달리 근래 서울과 경기가 따로 가는, 탈동조화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 부동산 가격 급상승으로 3040세대가 서울을 빠져나갔기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2021년까지 10년간 서울 유권자 중 3040세대가 61만 명 준 데 비해 60대 이상은 77만4000여 명이 늘었다는 분석도 있다. 김동연 경기지사가 민주당 소속이나 민주당 색채가 강하지 않아, 야당에 거부감 있는 경기 중도층의 이탈을 어느 정도 제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흐름이 총선까지 이어질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박동원 폴리콤 대표는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 때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겨우 회복했는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당 대표 밀어내기 등 용산(대통령실)의 민심이반 행보로 이전으로 돌아간 듯하다”며 “공천이 마무리되고 구도가 서면 여론이 움직일 듯하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국민의힘에선 서울에선 호전됐다는 목소리가 크다. 한 당직자는 “서울은 확연하게 데이터로 좋아지는 게 보인다”며 “경기 쪽 데이터는 아주 좋은 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내부적으론 한동훈 비대위원장 체제가 들어선 후 정권심판론이 흐려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 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수원을 방문, 철도 지하화를 약속하고 김포·구리·하남·고양 등 경기 일부 지역의 서울 편입뿐만 아니라 민주당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경기북부특별자치도(북자도, 분도) 논의도 공감한다고 밝혔다. 2일엔 구리의 전통시장을 방문, 시민들과 만났다. 한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경기도 각 지역에 계시는 시민들의 의사를 충분히 존중해서 그 뜻에 맞춰 적극적으로 신속하게 (행정구역 개편을) 진행해드리겠다는 약속을 드렸다”며 “그 취지에서 구리도 그중에 하나에 포함된다”고 했다. 3일엔 김포를 방문할 예정이다.
양당, 표 분산 제3당 파괴력에 촉각
민주당은 수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신년기자회견에서 “(총선은) 대한민국이 잃어버린 비전을 되찾는 날이다. 무너져가는 대한민국을 바로 세울 마지막 기회”라며 정권심판론을 재차 부각했다. 그러면서 공약도 속속 발표한다. 국민의힘의 철도 지하화에 맞서 이 대표가 “전면적으로 철도, 역사 지하화를 추진할 때가 됐다”며 더 키우기도 했다.
2일엔 김동연 지사가 남양주시 진접역에서 ‘경기 동부 SOC(사회간접자본) 대개발 원년’ 선포식을 열었다. 2040년까지 SOC 33조9000억원과 민간개발투자 9조4000억원 등 총 43조 3000억원을 투자해 도로 18개와 철도 13개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김 지사는 “6월까지 전문가 자문과 연구용역 등을 거쳐 사업을 구체화하고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등 숙의 과정을 거쳐 연내 최종 구상안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김 지사가 찾은 남양주는 민주당 강세 지역이지만 남양주갑의 조응천 의원이 ‘비이재명’ 기치를 들고 탈당해 변수가 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두 당은 제3당의 파괴력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직접 당선자를 낼 가능성보다, 표의 분산으로 인해 양당 승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 실제 안철수 의원이 국민의당을 이끌던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 당선자는 2명(안철수·김성식)이었지만 선거구에서 20%대까지도 득표, 두 당을 긴장하게 했었다.
☞스윙(Swing)=전국 또는 선거구 단위로 유권자가 한 정당에서 다른 정당으로 이동하는 것을 판단할 수 있는 통계적 척도다. 한 정당의 득표율 상승에 다른 정당의 득표율 하락을 더한 후 2로 나눠 계산한다. ‘현대 선거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데이비드 버틀러가 1945년 제안한 개념이다. 영국·호주 등에선 선거 때마다 중요하게 다뤄진다. 영국 BBC는 선거방송에서 스윙고미터(swingometer)를 보여준다. 미국에서의 스윙은 공화당·민주당이 경합하는 선거구를 지칭하곤 한다.
고정애·최모란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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