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넘게 뜯어냈다…"세계 0.1% 부자될 것" 5060 등친 수법

정진우 2024. 2. 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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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 유사조직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이모(68) 시더스그룹 회장 일당이 “세계 0.1%의 부자로 만들어주겠다”며 회원가입을 유도해 3년간 약 1조1943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 이유선)는 지난달 9일 방문판매법 위반 혐의로 이 회장과 그가 운영한 휴스템코리아영농조합법인 본부장 손모씨 등 4명을 구속기소하고, 직원 5명(불구속)과 법인도 재판에 넘겼다.

다단계 유사조직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모 시더스그룹 회장. 중앙포토


檢 “농산물 거래 가장해 10만명 투자금 모집”


2일 중앙일보가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2019년 3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우리는 농·수·축산물 전문 플랫폼 회사”라며 “회원이 되면 우리가 개발한 ‘해피캐쉬’, ‘쇼핑캐쉬’로 농산물도 살 수 있고, 현금 전환도 가능하다”고 홍보해 약 10만명으로부터 회원가입비 명목으로 약 1조1942억7491만원을 받아냈다.

그러나 “사실상 농산물 거래 등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고, 투자금 모집을 가장한 수단에 불과했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남은 사기 및 유사수신 혐의 등은 서초경찰서가 수사 중이다.

실제 휴스템코리아 법인등기상 확인되는 사업 목적은 ‘농축수산물의 공동출하 및 가공, 수출 등’에서 2021년 12월을 기점으로 ‘조합원의 소득 증대를 위한 농축산 분야 위주의 다양한 사업’으로 교체됐다.

다단계 유사조직 혐의로 기소된 휴스템코리아가 앱마켓에 공개한 ‘해피캐쉬’ 앱 화면. 사진 구글 플레이스토어 캡처


“2억6000만원 내면 VVVIP”…9레벨제 운영


검찰에 따르면 회원가입비는 9단계로 세분돼 있었다. 최저 1레벨(13만원)부터 최고 9레벨(2억6000만원)까지 레벨마다 가입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랐다. 7레벨(5200만원)부터는 ‘VIP’로 명명돼 8레벨(1억400만원)은 VVIP, 9레벨은 VVVIP로 분류됐다. 다만 일당은 이런 혐의를 부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회원이 되면 세계 0.1%의 행복한 부자가 될 수 있다”면서 “회원가입비의 80%는 해피캐쉬로, 20%는 재테크캐쉬로 지급한다. 해피캐쉬는 바로 3배로 불어나 재테크캐쉬까지 더하면 회원가입 즉시 자산이 2.6배로 늘어난다”고 가입을 유도했다고 한다. 그 후에는 “매일 해피캐쉬 앱에 출석하면 출석 보너스를 받을 수 있고, 하위 회원 추천 실적에 따라 홍보지원비(추천수당)도 지급한다” 식의 영업이 따라붙었다.

또 “1년 정도면 원금을 회수하고 죽을 때까지 연금을 받을 수 있다. 회원이 사망하면 가족에게 상속된다”거나 “이런 방식으로 3대까지 재벌이 될 수 있다”는 홍보도 했다. 검찰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주로 50~60대가 많았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9일 이 회장 등 임직원 9명과 휴스템코리아 법인을 방문판매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연합뉴스


404개 지점 있었다…겉으론 “4차산업 공유경제”


지역마다 ‘폼장(플랫폼장)’이란 지역관리인을 두고 전국 17개 본부, 404개 플랫폼으로 사세를 확장한 정황도 수사기관에 적발됐다. 이 회장이 그간 광고나 보도 등에서 “우린 4차 산업의 공유경제 선도기업”이라며 온라인 혁신기업처럼 소개해온 것과는 대비되게 ‘플랫폼’은 오프라인 지역거점 역할이었던 셈이다.

지점명은 서울 서초플랫폼, 역삼플랫폼 등 지역명을 따온 곳부터 백향목플랫폼(본사), 은하수플랫폼, 만복플랫폼, 골든벨플랫폼 등으로 다양했는데, 업계에서는 종교적 의미가 담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령 그룹명 시더(cedar)의 유래이기도 한 백향목은 ‘성경에 등장하는 상징적 나무’라는 것이 이 회장 등이 직접 밝힌 연원이라고 한다.


회장 변호사만 44명…성폭력 혐의로도 재판


검찰은 이 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김모(59·불구속)씨가 휴스템코리아 지분 35%를 보유한 채 감사로 활동했으며, 자신의 아들을 경영지원본부팀장으로 앉혀 자금관리 업무 등을 총괄하게 한 점도 공소장에 담았다.

이 회장 등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28일로 예정됐다. 이 회장이 선임한 변호사는 이날 기준 44명이다. 이 회장은 이와 별개로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법에 친족관계 강제추행 혐의로도 불구속 기소돼 또다른 재판을 받고 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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