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 18만원 과외도 붙인다…줄넘기에 목숨 건 中부모들, 왜 [세계한잔]

서유진 2024. 2. 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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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 사는 리(李) 모는 중학교 2학년 자녀를 위해 줄넘기 선생을 모셨다. 시간당 수백 위안을 내야 하지만, 너도나도 모셔가려는 통에 선생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주말엔 싫은 기색이 역력한 아이를 끌고 줄넘기 특훈을 위해 공원에 간다.

#최근 중국 안후이성 루안시의 한 문구점에서 150위안(약 2만7000원)짜리 고교입시용 줄넘기를 발견한 신화통신 기자는 깜짝 놀랐다. 인터넷에서 끽해야 20위안(약 3700원)인 줄넘기보다 7배 이상 비싼데도 동이 날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베이징 기차역에서 줄넘기를 연습하는 아이. AP=연합뉴스


영국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중국에서 줄넘기는 왜 비싼가'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중국에선 초등학교 때부터 줄넘기 시험을 보고, 고교 입시에도 줄넘기 점수가 들어가다보니, 중국 부모들이 자녀의 줄넘기 실력에 목숨을 걸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체에 따르면 중국 고입시험에 일반적으로 줄넘기 점수가 들어간다. 윈난성의 경우, 고교 진학을 위한 성·시별 일제고사인 중카오(700점 만점)에서 줄넘기 시험 최고점은 11점이다. 매체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1점이 고교·대학 입학까지 영향을 준다"면서 "그래서 주말에 줄넘기 훈련차 자녀를 공원에 데려가는 부모가 많다"고 전했다. 학생 간의 줄넘기 점수를 비교하는 앱 사용자는 1000만명이 넘는다.


큰돈 안 든다더니…고가 줄넘기 버젓이 팔려

중국서 줄넘기 광풍이 분 건 10년전으로 거슬러 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시진핑 정부 초기였던 2014년, 중국 정부는 줄넘기 시험을 체육 평가 주요항목으로 지정했다. 큰돈을 들이지 않아도 되는 줄넘기로 지·덕·체를 갖춘 학생을 키울 수 있다는 취지였다. 줄넘기는 시 주석의 우선 과제인 체육 강국 건설과도 맞닿아 있었다.

하지만 도입 10년이 지난 지금, 줄넘기를 둘러싼 과당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줄넘기 시험은 초등학교부터 고교까지 있다. 초등학교 1~6학년생은 1년에 한 번 줄넘기 시험을 본다. 등급은 '실패'에서 '최우수'까지 있는데, 초등학교 1학년은 남녀 모두 분당 최소 17회를 넘어야 한다. 이보다 적으면 실패다.

통상 최우수를 받으려면 남학생과 여학생이 각각 분당 99회, 103회를 넘어야 한다. 어릴 적부터 줄넘기로 평가를 받으니, 3세부터 가르치는 부모도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중국에선 고액 줄넘기 과외가 성행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교육 경쟁에 줄넘기가 기름을 붓고 있다는 평가다. 코로나19가 여전했던 지난해, 베이징 공원에서 줄넘기를 연습하는 아이들. AP=연합뉴스


신화통신에 따르면 최근 몇몇 도시의 학교가 부모들에게 "고입시험용 특수 줄넘기를 사라"고 강요한 정황이 밝혀졌다. 통신은 "학교 관계자가 줄넘기 판매업체와 짜고 벌인 일이라는 의심이 불거졌다"고 전했다. 항저우에선 최근 고가의 줄넘기를 판매한 업자들에 벌금형이 내려졌다.

이코노미스트는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일부 부모들이 시간당 수백 위안(약 1만8000원~18만원)을 주고 줄넘기 코치를 모신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중국 대졸자의 평균 초임이 월 5833위안(약 110만원)임을 고려하면 고액이다.

앞서 2021년 중국 정부가 사교육을 뿌리 뽑겠다며 대대적으로 과외를 단속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매체는 "현재 중국에선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과외를 받아 줄넘기마저 더 잘하게 된다"면서 "줄넘기까지 과외를 붙여야 하는 현실이 부모를 미치게 한다"고 지적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몇몇 도시의 학교가 고입시험용 특수 줄넘기를 사라고 부모들에게 요구한 정황이 밝혀졌다. 통신은 "학교 관계자가 줄넘기 판매업체와 공모했다는 의심이 불거졌다"고 전했다. 사진은 중카오 전용 줄넘기가 팔리는 모습. 신화통신 웨이보

자녀 대학가도 '엄빠 톡방'

중국 일부 부모들은 대학생이 된 자녀에게도 어린이 대하듯 간섭하고 있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지난달 29일 중국신문주간에 따르면 중국에는 대학에도 '학부모 대화방'이 있으며 이런 대화방은 갈수록 느는 추세다.

상하이재경대학 2학년인 저우커(가명)의 경우 1학년 1학기 시작 전부터 학부모 단체대화방이 활성화됐다. 대화방에는 신입생 200여명과 학부모 300여명이 들어갔다. 저우커는 "이제 곧 부모님의 통제 속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고, 걱정은 현실이 됐다.

대화방에서 부모들은 기숙사 침실 모습, 자녀의 전공 변경 방법이나 연애 문제까지 화제로 올리며 자녀를 옭아맨다. 쉬란 샤먼대 고등교육발전연구센터 교수는 매체에 "요즘 중국 학부모가 대화방에 들어가는 목표는 명확하다"며 "바로 자녀가 취업·결혼 등 '자원 쟁탈'에서 기선을 잡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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