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다 된 버스, 6년 더 달린다고? 노후버스 생명연장法 논란
“도로 위 노후 버스는 곧 시한폭탄이 될 수도 있다-.”
시내·외 버스의 차령(車齡)을 최대 16년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정치권이 추진하자, 자동차 업계를 중심으로 이 같은 우려·반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조사의 보증기한을 넘겨 버스를 운행할 경우 승객 안전을 담보하지 못할 뿐 아니라, 관련 산업계 피해까지 우려된다는 주장이다.
3일 국회에 따르면 시내·외 버스 등의 운행 연한을 최장 16년까지 연장토록 하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일부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현행법은 신규 버스의 기본운영 기간을 9년으로 하고, 도로교통공단 검사에 합격한 경우에 한해 2년 차령을 연장해 최장 11년간 운행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개정법이 통과되면 압축천연가스(CNG) 버스, 벽지 노선, 대중교통 부족지역의 경우 최장 14년(기본 9년+추가 5년), 전기·수소전기 등 친환경 버스의 경우 최장 16년(기본 9년+추가 7년)까지 운행할 수 있게 된다.
정치권에서 운행 연한을 늘리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표발의자인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사용 가능한 자동차임에도 규제해, 조기 폐차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가중되고 있다”고 제안이유를 밝혔다. 차령제도 도입 당시와 달리 자동차 제작기술이 발달했고 도로여건이 개선됐으며, 교통안전 관련 규제 및 자동차 검사기준도 강화됐다는 취지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에선 우려가 크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관계자는 “차량은 아무리 엄격하게 관리하더라도 운행 기간이 길어지면 차량 상태가 노후화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안전과 직결된다”며 “특히 전방충돌방지 보조·차선이탈 경고 등 안전사양이 적용되지 않은 구형 버스의 수명도 늘어나게 되는데, 이 경우 사고 발생 위험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자동차해체재활용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승용차의 평균 사용 연한은 15.4년이고, 승합차(버스 포함)는 15년이다. 일반 승용차보다 사용빈도가 잦고 전체 주행거리가 긴 영업용 버스의 사용 연한을 승용차 평균 연한 이상으로 늘리는 건 부적절하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버스(전기·수소버스 기준)의 제조사 보증 기간이 9년 90만㎞인데, 보증기간 만료 후 차량운행 시 정비역량이 떨어져 안전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친환경 버스 전환 지연이 불가피한데, 정부의 탄소 중립 실현 계획에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차령 연장에 대한 안전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선우명호 한양대 미래자동차공학과 명예교수는 “차량의 내구성과 부품품질이 과거에 비해 좋아진 건 사실이지만, 대중교통용 차량은 안전확보가 가장 중요하다”며 “사용 연한을 늘리더라도 재허가 등 심사주기를 촘촘하게 해야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대중교통 차량의 수명 연장을 위해선, 컴퓨터·전자 제어장치 등 소프트웨어(SW)를 상시 업데이트할 수 있도록 능력을 확충해야 한다”며 “대중교통의 스마트 모빌리티 전환 시점도 전반적으로 검토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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