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MB는 뉴타운, 文은 가덕도 갔다…尹의 전략지는?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부터 서울·경기 등 수도권을 순회하며 민생 토론회를 열고 있다. 지난달 4일 경기 용인에서 열린 ‘활력있는 민생경제’ 토론회를 시작으로 11일은 고양(신도시 재개발·재건축 패스트트랙 정책 발표), 15일은 수원(반도체 투자 세액공제 연장 발표)을 찾았다. 지난달 25일엔 의정부시를 찾아 GTX 연장 및 신설 로드맵을 직접 공개했다.
이 같은 행보를 바라보는 야당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4월 총선을 앞두고 가장 많은 의석이 걸린 수도권 민심을 연일 윤 대통령이 공략하고 있어서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지난달 16일 “윤 대통령이 민생토론회를 핑계로 수도권의 여당 약세 지역을 돌아다니며 총선을 지원하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에 대통령실은 관계자는 “민생만을 생각할 뿐 총선과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윤 대통령도 지난달 17일 여의도 증권거래소에서 열린 ‘상생 금융’ 민생토론회에서 공매도 금지 정책과 관련해 “총선용 일시적인 조치가 아니다. 확실한 부작용 차단 조치가 구축되지 않으면, 재개할 뜻이 전혀 없다”며 ‘총선용 행보’ 논란을 일축했다.
과거에도 주요 선거를 앞둔 대통령의 행보는 늘 논란거리였다. 지금 윤 대통령을 비난하는 민주당이 집권하던 시절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21년 2월 부산 가덕도 신공항 예정부지를 직접 찾아 “신공항 예정지를 눈으로 보고 동남권 메가시티 구상을 들으니 가슴이 뛴다”고 말해 논란에 휩싸였다. 4·7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불과 40여일 앞둔 시점이었다.
당·정·청 핵심 인사들이 모두 집결한 행보에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다음날 국회 본회의에서 “대통령은 가덕도까지 가서 장관들을 질책하고 입도선매식 입법을 압박하고 사전 선거운동 논란을 자처했다. 가슴이 내려앉았다”고 질타했을 정도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MB)은 2008년 18대 총선을 나흘 앞두고 자신의 최측근인 이재오 당시 한나라당 후보(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지역구에 있는 은평뉴타운 건설 현장을 찾았다. 야당은 “노골적인 최측근 지원”이라 반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20대 총선 공천 작업이 진행 중이던 2016년 3월 ‘진박 논란’이 일던 대구를 찾았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이른바 ‘진박 후보’로 불리는 원외 예비후보 정종섭 전 장관과 악수한 장면은 정치권에서 화제가 됐다.
다만 이런 논란이 법적으로 문제가 된 경우는 드물다. 대통령이 특정 정당과 후보에 대한 지지 요청 등 구체적 발언을 하지 않는 이상 국정 운영의 일부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윤 대통령의 행보를 두고 야당이 정치적으로 지적할 수 있을 것”이라며 “법적으로 문제가 될 사안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유일한 예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2004년 17대 총선을 두 달 앞두고 “대통령이 뭘 잘해서 열린우리당이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라고 말했고, 이를 중앙선관위가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후 한나라당·새천년민주당은 사상 첫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2004년 3월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시켰으나, 헌법재판소는 이를 기각했다. 총선에선 ‘탄핵 역풍’으로 열린우리당이 과반 의석(152석)을 차지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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