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비밀 까발린 그 남자 응징 나섰다…돌아온 왕년의 언니들
남자의 배신에 눈물만 흘리는 여자는 잊어라. 각양각색의 복수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여성들의 드라마가 미국에서 드라마로 제작됐다. 출연진도 화려하다. 데미 무어, 다이앤 레인, 나오미 와츠 등 국내에도 인지도와 인기가 탄탄한 베테랑 여성 배우들이 뭉쳤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일(현지시간) 이 여성 배우들을 한 자리에 모아 인터뷰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불화: 카포티 vs 백조들' 이야기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이 시리즈는 유명 작가 트루먼 카포티의 이야기다. 배신자가 카포티 작가다. 카포티는 '티파니에서의 아침을'의 원작소설을 쓴 작가다. 오드리 헵번이 상류층의 생활을 꿈꾸는 여성으로 출연한 이 명화의 줄거리처럼, 카포티는 미국 뉴욕의 화려한 사교계와 교류하며 작품의 소재를 찾았다. 문제는, 그 사교계 명사들이 그를 친구라고 믿고 털어놓은 내밀한 이야기들을 그들의 양해 및 승인 없이 소설로 출판했다는 점이다. 남성 패션잡지 에스콰이어(Esquire)에 게재한 단편소설 '라 코트 바스크 1965'와 소설집『응답받은 기도(Answered Prayers)』등이 대표적이다.
'라 코트 바스크 1965'는 1975년 발표됐는데, 패션지 보그(Vogue)의 유명 칼럼니스트 베이브 페일리의 남편이 불륜을 저지르는 내용이 나온다. 당시 패션 아이콘이었던 슬림 키스(Slim Keith)라는 인물은 결혼과 이혼을 수없이 반복한 여성으로 표현된다. 베이브 페일리와 슬림 키스 모두 카포티와 절친한 사이였으나, 이 단편소설의 발표와 함께 우정은 끝났다.
페일리는 미국 유명 방송국 CBS를 개국한 윌리엄 페일리와 결혼했으나 그의 불륜으로 마음 고생이 컸다. 이런 사정을 친구라고 믿었던 카포티에게 비밀로 털어놓았으나, 유명 패션지에서 버젓이 그 사실이 폭로된 것. 페일리는 약 3년 뒤 폐암으로 별세했고, 카포티는 장례식에 초대받지 못했다. 키스 역시 그와 절교를 선언했다.
베이브 페일리를 연기하는 인물이 나오미 와츠다. 그는 NYT에 "페일리는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던 여성"이라며 "심지어 밤에 잘 때도 화장을 하고 잤는데, 남편이 항상 자신의 완벽한 모습을 봐주길 바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불륜 남편에게 그래도 애정과 예의를 갖추려 발버둥쳤던 여성인 셈이다.
와츠는 또 "상류층 사교계 여성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물론 존재하지만, 당시 시대 상황에서 그 여성들은 그 위치까지 올라가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인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이앤 레인 역시 자신이 연기한 슬림 키스에 공감을 표했다. 그는 NYT에 "당시 여성의 생활엔 벽이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삶에서 일정 성취를 하려 했던 이들이다"라며 "그들의 삶엔 일종의 방식과 규칙이 있었다"고 말했다.
데미 무어는 사교계의 명사인 앤 우드워드 역으로 출연한다. 하노버 은행의 상속자인 윌리엄 우드워드 주니어와 결혼한 뒤, 남편을 쏘아 죽였다. 이혼을 요구한 남편을 "강도로 오인했다"고 하면서다. 법원은 앤의 손을 들어줬지만, 앤은 사교계에서 쫓겨났다. 데미 무어는 NYT에 "이 여성을 연기하는 건 나의 모든 걸 바쳐야 함을 의미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시의 여성에 대한 잣대가 얼마나 엄격했는지를 연기를 하며 새삼 되새겼다"면서도 "하지만 오늘날의 여성에게 사회가 내미는 잣대는 더 엄격하다"고 말했다.
카포티는 왜 그랬을까. 물론 그는 실명을 거론하진 않았다. 그러나 당시에도 그의 친구가 "이러다가 당사자들이 이게 자기들 얘기라는 걸 알면 어떻게 할 거냐"고 걱정했다고 NYT는 전했다. 당시 카포티의 답은 "그럴 리 없어, 그 애들은 너무 멍청하거든(too dumb)"이었다고 한다.
NYT는 이렇게 덧붙였다. "그 여성들은 너무 멍청하지 않았다. 그 반대였다."
전수진 chun.suji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英 왕세자빈 혼수상태 빠졌다"…스페인 뉴스 보도에 발칵 | 중앙일보
- 예술적 유방암 수술, 정승필…그는 ‘공감요정’이라 불린다 | 중앙일보
- 참 조그맣고 새까맣던 사내…"나 박정희요" 또렷한 첫 만남 | 중앙일보
- ‘술자리 맥주병 폭행’ 전 야구선수 정수근 불구속 기소 | 중앙일보
- 1조원 넘게 뜯어냈다…"세계 0.1% 부자될 것" 5060 등친 수법 | 중앙일보
- 공연 온 걸그룹도 "놀랐어요"…31년 반도체학회 '회춘 역주행' | 중앙일보
- '강제추행 혐의' 오영수, 징역 1년 구형…"인생 참담" | 중앙일보
- 모르핀 중독 친구에게, 프로이트가 처방한 '쇼킹 치료제' 정체 [BOOK] | 중앙일보
- "이렇게 젊은데" 돌아오지 못한 영웅들…순직 소방관 얼굴 공개 | 중앙일보
- "향·맛 나서 몰래 못먹여"…30년형 니코틴 남편살인 무죄 반전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