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시니어 아미 vs 늙은 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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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태어난 이 강산에 군인이 되어, 꽃 피고 눈 내리기 어언 삼십 년."
지난해 출범한 사단법인 '시니어아미'공동 대표인 최 교수는 '여성도 군 복무를 해야만 경찰·소방 공무원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이준석 개혁신당의 총선 공약을 반박한다.
예비군 소집령에 95세 노인까지 총 들고 달려왔다는 이스라엘인들의 애국심을 한국 시니어들에게 권하려면 김민기 노래에 담긴 늙은 군인의 회한이 먼저 해소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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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태어난 이 강산에 군인이 되어, 꽃 피고 눈 내리기 어언 삼십 년….”
1980년대 대학가의 저항가요 ‘늙은 군인의 노래’는 카투사 근무 중 한국 군대에 끌려간 김민기가 30년을 복무하고 전역을 앞둔 한 부사관을 위해 지었다고 한다. 유신정권은 푸른 군복에 청춘을 바쳤다는 가사가 불건전하다며 금지곡으로 지정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민주화 이후엔 6·25 전쟁 기념일 등 정부 행사 때 사용되면서 건전한 노래로 탈바꿈했다. 금지 때와 달리 애국심이 담겨 있다는 게 이유였다.
최근 최영진 중앙대 교수가 언론 기고를 통해 55~75세 남성으로 ‘시니어 아미(Senior Army)’를 창설하자며 ‘늙은 군인’들을 소환했다. 지난해 출범한 사단법인 ‘시니어아미’공동 대표인 최 교수는 ‘여성도 군 복무를 해야만 경찰·소방 공무원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이준석 개혁신당의 총선 공약을 반박한다. 그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나라가 고려할 정책이 아니다”며 병력 부족을 해결할 대안으로 시니어 활용을 제시했다. “늙은 병사들을 간부들이 통제할 수 있겠느냐”는 반론도 있지만 초고령화 시대 세대 갈등 원인인 노인 빈곤을 해결할 대안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사단법인 시니어아미 임원진과 발기인 명단엔 전직 국회의원·방송사 임원, 변호사, 경영인 등 사회 지도층이 대거 포진해 있다. 이른바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 여력이 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밥 먹듯이 구타와 얼차려를 당하며 20대 청춘을 군에서 보내고 지금까지도 재입대 악몽에 시달리는 대부분의 군필 시니어들에게 이런 서구적이고 낭만적이고 도덕적인 의무에 응할 정신적 짬이 생겨날까. 예비군 소집령에 95세 노인까지 총 들고 달려왔다는 이스라엘인들의 애국심을 한국 시니어들에게 권하려면 김민기 노래에 담긴 늙은 군인의 회한이 먼저 해소돼야 하지 않을까. 툭하면 터지는 사회 고위층 인사와 자제들 병역 의혹에 ‘돈 없고 백 없는 우리만 군대 간다’는 흙수저들의 허탈감부터 사라지게 하는 게 순서일 듯 싶다.
이동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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