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쏠린 운동장… 이번엔 힘 쓸까
81석(2008년 18대 총선)→43석(2012년 19대 총선)→35석(2016년 20대 총선)→16석(2020년 21대). 18대 총선부터 21대 총선까지 네 번의 총선에서 한나라당·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 확보한 의석수다. 수도권 인구가 늘고 과밀화되면서 수도권 의석수는 111석(2008년 총선)에서 121석(2020년 총선)으로 늘었지만 보수 정당의 입지는 점점 쪼그라드는 모습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수치 변화다. 더불어민주당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세력을 확대하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21대 총선에서 수도권 전체 의석의 85.1%에 달하는 103석을 싹쓸이했다.
수도권 민심은 영호남과 달리 특정 정당에 몰표를 던지는 경향성이 약하다. 그래서 민심의 ‘바로미터’로 불리기도 한다. 수도권 민심이 분노할 경우 정권이 무너졌다. 2017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탄핵되고 같은 해 실시됐던 19대 대선에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이 참패했던 것은 대표적 예다. 초박빙 양상으로 전개됐던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은 정권을 되찾았다. 그러나 국회에서는 민주당이 압도적 다수 의석을 점하고 있다.
여야 모두 오는 4월 10일 실시될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승패는 예측하기 힘들지만, 분명한 하나의 사실이 있다. 수도권에서 이기는 정당이 승자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여야의 의석수는 수도권 의석 증감을 따라가는 추세다. 국민의힘 전신 정당들의 전체 의석수는 18대 153석, 19대 152석, 20대 122석, 21대 103석으로 감소세다.
반면 민주당은 18대 81석, 19대 127석, 20대 123석, 21대 180석으로 계속 늘었다. 20대 총선 때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당시 민주당 내에서 안철수계나 호남 중진 의원들이 국민의당으로 대거 이탈했던 점을 고려하면 의석수가 줄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수도권 승패가 곧 총선 승패”라는 말이 나온다.
오는 4월 총선의 수도권 성적표를 둘러싸고 다양한 전망이 나온다.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압승을 거두고 이듬해 대선과 지방선거까지 연이어 승리한 것을 감안하면 오는 4월 총선에서 수도권 민심이 민주당 일변도로 쏠리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윤석열정부 출범 3년 차에 치러지는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수도권에서 연승을 거둘지, 국민의힘이 뒤집기에 성공할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수도권 민심은 여권에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한국갤럽이 지난 1월 23~25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윤석열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해 서울과 인천·경기에서는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모두 64%를 기록했다.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서울 30%, 인천·경기 27%에 그쳐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의 두 배를 웃돌았다.
다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서울 민심과 인천·경기 민심은 다를 것”이라는 분석이 확산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도 서울과 인천·경기 민심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일부 확인된다. 한국갤럽의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국민의힘을 지지한다’는 서울지역 응답자는 38%,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답한 서울 응답자는 30%로 각각 조사됐다. 서울에서 국민의힘 지지도가 오차범위(±3.1% 포인트)를 넘어 앞선 것이다. 반면 인천·경기에서는 ‘국민의힘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33%, ‘민주당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36%로 민주당 지지세가 높게 나타났다.
‘이번 총선에서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서울에서 32%로 ‘제1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31%)보다 오차범위 내 근소한 우위를 보였다. 하지만 인천·경기에서는 제1야당 후보의 다수 당선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33%로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29%)보다 높게 나타났다.
서울 민심과 인천·경기 민심이 따로 가는 데에는 부동산 문제가 결정적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문재인정부 시절 서울 집값 급등과 주거비 부담 등으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느낀 사람들이 서울을 떠나면서 빚어진 현상이라는 것이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일 “서울 인구는 지난 총선 때보다 10만명 가까이 줄었다”며 “서울에 계속 살 수 있는 사람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보수 성향이 강해진 반면 경기도나 인천에서는 진보 성향이 더 강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KB부동산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정부(2017년 5월~2022년 5월) 5년간 서울 아파트값과 전셋값은 각각 62.19%, 30.82% 뛰었다.
다만 조 교수는 “서울에서도 보수가 우위라기보다는 이전보다 좀 더 나은 환경이 된 정도”라며 “서울지역의 의석수(21대 국회 기준 49석)보다 인천·경기를 합한 의석수(72석)가 더 많기 때문에 수도권 전체를 놓고 보면 여권이 여전히 어렵다”고 지적했다.
강북지역 출마를 준비 중인 국민의힘 예비후보도 “서울 민심이 인천·경기보다 더 우호적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며 “결국 선거 때까지 어느 정당이 유권자들에게 더 큰 신뢰와 희망을 주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종선 구자창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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