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기와 마르니의 조이풀 협업
Q : 스타일리스트 정윤기의 기억 속에서 마르니는 어떤 브랜드였나
A : 30년 전부터 지금까지 고급스러운 스타일이 필요한 순간에 항상 마르니를 찾곤 했다. 다른 곳에선 흉내 낼 수 없는 아티스틱한 매력이 있는데, 단숨에 룩을 업그레이드해 주는 효과가 있다.
Q : 이 프로젝트를 하게 된 계기
A :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하는 ‘마르니 잼’ 프로젝트를 제안받았을 때, 평소 애정해 온 브랜드와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 같아 꿈을 꾸는 것 같았다.
Q : 어떤 식으로 컨셉트를 구상했는지
A : 가장 먼저 옷장 문을 열어서 소장하고 있는 마르니 아이템을 하나씩 꺼내봤다. 하나하나 들여다보니 그 옷과 관련된 추억과 감정이 떠오르더라. 그런 기억을 바탕으로 구상을 시작했다.
Q : 그중에서 인상 깊었던 아이템이 있다면
A : 오래전에 구매한 테일러드 재킷. 소매가 닳았는데 버리기엔 아까워서 과감하게 슬리브를 잘라내고 베스트로 리폼했다. 약간 트위스트를 곁들여 믹스매치하는 걸 좋아해 리폼을 즐겨하는 편인데, 그런 감각을 이 컬렉션에 녹여냈다.
Q : 정윤기만의 감성이 담겨 있을 것 같다
A : 내가 좋아하는 패션 코드를 담기 위해 클래식하면서도 조이플한 힘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아이템마다 귀여운 스티치나 컬러 블록을 더해 단조로운 일상에 포인트를 주는 아이템을 만들고 싶었다. 사람들이 이 옷을 입었을 때 비타민처럼 산뜻한 기분을 느꼈으면 좋겠다.
Q : 이번 컬렉션을 활용한 스타일링 팁은
A : 성별에 상관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입을 수 있는 젠더플루이드 컨셉트를 이 컬렉션에 녹였다. 툭 떨어지는 핏의 살구색 볼링 셔츠에 풀 스커트를 매치하거나 스티치 스퀘어 스카프를 더해 하이 스트리트 룩으로 연출해도 좋겠다.
Q : 스타일리스트부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까지 한계를 넘어 다양한 것을 창조하는 원동력은
A : 늘 새로운 것을 알아가고 배우는 자세. 기존에 알고 있던 것에서 멈추지 않고 새로운 세대와 소통하려 한다. 그들의 다양한 생각을 듣다 보면 건강하게 자극받는 느낌이다.
Q : 마르니 잼 프로젝트란
A : 하우스와 결이 맞고, 마음이 맞는 아티스트와 함께 교류하는 프로그램이다. 재능 있고 유능한 사람들과 진정성 있는 협업을 할 때 비로소 마르니 시그너처 코드를 새롭게 탐구하고, 재해석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랄까.
Q : 협업 과정은 어떻게 이뤄지나
A : 마르니는 빈 캔버스다. 일단 흥미로운 아티스트를 발견하면 그들을 신뢰하고 전적으로 프로젝트를 맡긴다. 서로의 노력과 정성으로 풍요로워지는 정원의 모습이 내가 그리는 마르니의 정체성이다.
Q : 이번 협업에서 인상 깊었던 순간은
A : 정윤기와는 화상 회의에서 처음 만났다. 화면 너머로까지 긍정적이고 즐거운 바이브가 느껴지더라. 첫인상부터 창작자끼리 느낄 수 있는 유대감이 생겼다. 그 후 도쿄에서 실제로 만났는데, 서로 보자마자 오랜 친구처럼 편안했다.
Q : 최근 여러 도시를 이동하며 컬렉션을 보여주는 이유는
A : 우리 여정의 시작은 팬데믹이었다. 당시 전 세계 15개 도시에 옷을 보내는 마르니페스토(Marnifesto) 쇼를 기획했는데, 여러 도시와 교류하는 경험은 우리에게 큰 변화를 불러왔다. 기존에 마르니를 바라보던 방식이 달라지고, 창의적인 협업으로 이어졌다. 여러 나라를 순회하는 쇼는 컬렉션의 배경을 다양하게 보여주는 것보다 마르니를 애정하는 사람들과 좀 더 깊은 관계를 다지는 게 목적이다.
Q : 마르니가 가고 싶은 도시에 서울도 있을까
A : 다가오는 2월에 론칭 30주년 기념으로 밀란에서 패션쇼를 열 계획이다. 그 이후로 세계 여행을 계속할지, 어느 도시를 찾아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개인적으로 동양 정신에 늘 마음이 끌리기 때문에 언젠가 서울에서도 쇼를 열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Copyright © 엘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