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 타지키스탄 1-0 제압 '첫 4강 쾌거'…한국-호주 승자와 격돌 [아시안컵]

김현기 기자 2024. 2. 2.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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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클린스만호와 리턴 매치를 벌일 수 있을까.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한국을 몰아붙이며 승리 직전까지 갔던 요르단이 '돌풍의 팀' 타지키스탄을 제압하며 자국 축구사 처음으로 4강 진출을 일궈냈다. 한국은 3일 0시30분 열리는 호주와의 준준결승을 이기면 요르단과 이번 대회 두 번째 대결을 펼치게 된다.

모로코 국적의 후세인 아무타 감독이 이끄는 요르단 축구대표팀은 2일 카타르 알 라이얀의 아마드 빈 알리 경기장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 단판승부에서 후반 21분 나온 수비수 바흐다르 하노노프의 자책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뒀다.

이번 승리로 요르단은 아시안컵 참가 사상 처음으로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2004년 중국 대회에서 아시안컵 첫 출전을 이룬 요르단은 2004년 대회를 필두로 2011년 카타르 대회에서 두 차례 8강에 올랐다. 2015년 호주 대회에선 조별리그 탈락했고, 직전 대회인 2019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시안컵에선 16강에서 베트남에 패해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선 한국과 격전 끝에 비기고, 이라크와 16강에선 3-2 대역전승을 일궈내는 등 상승세를 탄 끝에 '4강 신화'를 썼다. 요르단은 한국-호주 맞대결 승자와 7일 0시 같은 경기장에서 준결승을 치른다.

반면 사상 첫 출전에 8강까지 진출했던 타지키스탄은 자책골 한 방에 여정을 마무리하게 됐다.


이날 경기에서 타지키스탄은 UAE와의 16강전에서 이겼을 때 선발 라인업이 그대로 나섰다. 루스탐 야티모프 골키퍼가 골문을 지키는 가운데 아크람 나자로프, 조이르 주라보예프, 하노노프, 마누체르 사파로프가 백4에 포진했다.

중원엔 파르비즈 우마르바예프, 알리셰르 슈쿠로프, 에손 판즈산베, 셰르보니 마바초예프가 정사각형 모양으로 포진했다. 알리세르 잘릴로프, 샤롬 사미에프가 투톱으로 나섰다.

요르단은 3-4-3 포메이션으로 싸운다. 야지드 아부 라일라가 문지기로 나섰으며, 살렘 알 아얄린, 야잔 알 아랍, 압달라 나시브가 백3로 나섰다. 마흐무드 알 마르디, 누르 알 라와브데, 라자에이 아예드, 에산 하다드가 미드필드에 포진했다. 스리톱은 알리 올완, 무사 알 타마리, 야잔 알 나이마트로 구성됐다.

두 팀 모두 이번 대회에서 이변과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올라섰다. 타지키스탄은 사상 최초로 아시안컵 본선에 올랐음에도 조별리그에서 레바논을 잡고 중국과 비기면서 A조 2위로 16강에 오른 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지난대회 준결승 진출팀 UAE를 승부차기에서 누르며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전방 공격수들의 골결정력이 다소 아쉽지만 11명이 똘똘 뭉쳐 다부지게 뛰어다니는 모습이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요르단은 이미 조별리그 E조에서 한국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으면서 시선을 끌었다. 말레이시아를 4-0으로 대파한 뒤 한국전에서 선제골 내주고 2골을 터트려 뒤집기에 성공했다가 후반 추가시간 자책골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라크에 0-1로 패하면서 E조 3위로 16강에 오른 요르단은 이라크와 16강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두 골이 터지면서 기적 같은 3-2 역전승을 챙기고 준준결승에 진출했다.

두 팀 관중의 열기가 아마드 빈 알리 경기장을 뒤덮은 가운데 이날 본부석엔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와 라자와 알 세이프 왕자비가 자리잡고 관전해 눈길을 끌었다.

경기는 팽팽한 듯 보이면서도 요르단이 조금씩 우세한 가운데 진행됐다. 다만 결정적인 장면은 전반 초반 타지키스탄에서 나왔다. 전반 15분 마바초예프의 크로스를 판즈산베가 넘어지면서 오른발 슛을 날렸는데 크로스바 맞고 나오면서 땅을 친 것이다.

다만 이후부턴 힘의 균형이 조금씩 무너지면서 요르단이 경기 주도권을 쥐었다. 전반 18분엔 알 나이마트를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주라보예프가 잡아당겼으나 비디오판독(VAR) 결과 페널티킥이 선언되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타지키스탄은 전반 28분 사미에프가 부상으로 다리를 절뚝이며 교체아웃되는 불운을 겪었다. 사미에프는 눈물을 흘리면서 그라운드를 떠났다.



전반 30분엔 알 마르디의 페널티지역 왼쪽 오른발 크로스를 알 나이마트가 골지역 오른쪽 깊숙한 곳에서 오른발을 댔으나 옆그물을 흔들었다. 골결정력에서 문제가 있었지만 요르단은 아랑곳 하지 않게 상대를 계속 밀어붙였다.

그럼에도 타지키스탄이 계속 0-0으로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요르단 간판 공격수로 프랑스 리그1 몽펠리에에서 활약하는 알 타마리를 잘 막아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알 타마리는 리그1에서도 정상급 윙어로 인정받고 있는데 이날 만큼은 상대 선수의 2~3중 마크에 고전했다. 전반 41분엔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상대 수비수 3명 사이를 뚫고 들어가다가 넘어졌으나 주심은 큰 동요를 보이질 않았다.

요르단은 전반 추가시간 결정적인 찬스를 놓쳤다. 코너킥 때 뒤로 흐른 볼을 왼쪽 날개 올완이 회심의 오른발 터닝 슛으로 연결했으나 볼이 크로스바 위로 살짝 뜨면서 골과 인연을 맺지 못한 것이다.

전반에 다소 열세였던 타지키스탄은 후반 9분 좋은 찬스를 잡았으나 마지막에 마무리가 아쉬웠다. 판즈산베가 상대 수비수의 안이한 볼 처리를 빼앗아 상대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를 만드는 듯 싶었으나 페널티지역 안에서 중심을 잃어 제대로 된 슈팅을 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이후부턴 다시 요르단이 전열을 정비해 타지키스탄 문전을 휘저었고 결국 후반 21분 골이 나왔다. 알 마르디의 오른쪽 코너킥을 문전에서 공격 가담한 수비수 나시브가 헤더 슛으로 연결했는데 볼이 나시브 옆에 있던 하노노브의 몸을 맞고 굴절되면서 골문 안에 빨려들어갔다. 나시브는 자신이 골을 넣은 것처럼 두 팔을 치켜들며 환호했다.

요르단은 이후에도 추가골을 넣기 위해 부지런히 뛰었다. 후반 26분엔 알 타마리가 결정적인 찬스를 놓쳐 승부에 쐐기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타지키스탄은 뒤늦게 라인을 위로 끌어올리고 요르단을 괴롭혔으나 날카로운 공격이 나오질 않으면서 결국 영패했다. 요르단은 알 타마리를 후반 추가시간 교체아웃하는 등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추가시간을 소비했다. 결국 사상 첫 4강을 확정지었다.

그러나 요르단 역시 스리톱의 한 축인 올완이 옐로카드를 받으면서 경고 누적으로 준결승에 나서지 못하게 됐다.

한국은 준결승에 오를 경우, 요르단과의 조별리그 경기를 교훈 삼아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앞서 지난달 20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요르단과의 조별리그 E조 2차전에서 요르단과 2-2로 비겼다. 한국은 전반 9분 만에 손흥민(토트넘)의 페널티킥 선제골로 앞서나갔으나 전반 37분 박용우(알아인)의 자책골, 전반 추가시간 요르단 야잔 알나이마트의 골에 역전당했다.

그러나 후반 추가시간 황인범(즈베즈다)의 슈팅이 상대 수비수 발을 맞고 골대로 향하면서 가까스로 비겼다. 이날 무승부로 한국은 요르단과 통산 전적에서 3승 3무를 기록했다.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로 요르단(87위)보다 64계단 위에 있다. 클린스만호가 상대에게 2골 이상을 내준 것은 지난해 3월 우루과이와 평가전(1-2 패) 이후 요르단전이 처음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바레인과의 1차전과 똑같은 필드 플레이어로 전열을 짠 4-4-2 전술로 요르단을 상대했다. 골키퍼만 무릎 부상으로 소집 해제된 김승규(알샤바브) 대신 조현우(울산)로 바꿨다.

왼쪽 엉덩이 근육이 불편해 회복에 나선 황희찬(울버햄프턴)과 종아리에 통증이 있던 김진수(전북)는 2경기 연속 명단에서 빠졌다. 조규성(미트윌란)과 손흥민이 최전방 공격을 맡고, 이강인(파리 생제르맹)과 이재성(마인츠)이 측면 윙어로 나섰다. 중원에서는 황인범과 박용우가 호흡을 맞췄고, 포백 라인에는 왼쪽부터 이기제(수원), 김민재(뮌헨), 정승현, 설영우(이상 울산)가 섰다.

한국은 전반 9분 만에 손흥민의 페널티킥 골로 앞서나갔다. 전반 4분 황인범의 침투패스를 손흥민이 골 지역 정면에서 슈팅으로 연결하기 직전 에산 하다드의 태클에 걸려 넘어졌다. 총 4분에 걸친 비디오판독 끝에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했고, 손흥민은 과감하게 정면을 향하는 파넨카 킥으로 선제골을 뽑아냈다. 손흥민의 A매치 42호 골이자 아시안컵에서 두 대회 만에 올린 득점이다. 

전반 20분에는 이강인의 패스가 이재성을 거쳐 골 지역 정면의 손흥민에게 배달됐으나 손흥민의 왼발 슈팅은 수비수를 맞고 나갔다. 요르단은 실점에 흔들리지 않고 한국의 측면을 공략하며 좋은 장면을 만들어 나갔다. 한국은 전반 중후반 여러 차례 요르단에 코너킥을 내줬는데, 이게 결국 동점골로 연결됐다. 전반 37분 요르단이 왼쪽에서 올린 코너킥을 박용우가 머리로 걷어낸다는 것이 골대로 향했다.

기세가 오른 요르단은 전반 51분 역전골을 넣었다. 알타마리가 골 지역 오른쪽에서 시도한 슈팅이 한국 수비를 맞고 흐르자 야잔 알나이마트가 페널티아크 오른쪽에서 오른발 논스톱 슈팅을 한국 골대 왼쪽에 꽂아 2-1을 만들었다. 

한국은 전반 55분 이기제의 중거리 슛이 골키퍼에게 막히자 조규성이 재차 슈팅한 것이 골대 위로 빗나가 아쉬움을 삼켰다. 클린스만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이기제, 박용우를 불러들이고 김태환(전북), 홍현석(헨트)을 투입하는 변화를 줬다. 후반 24분에는 조규성과 이재성 대신 오현규(셀틱)와 정우영(슈투트가르트)이 투입됐다.

막판 요르단 진영을 몰아치던 한국은 추가시간에야 동점골을 만들었다. 후반 46분 손흥민이 왼쪽에서 넘긴 컷백을 황인범이 논스톱 슈팅으로 마무리한 것이 야잔 알아랍의 발을 맞고 골대로 들어갔다. 이 골은 알아랍의 자책골로 기록됐고 승부는 2-2로 끝났다.

한편, 요르단-타지키스탄 맞대결을 시작으로 아시안컵은 8강 열전에 돌입했다.

앞서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는 클린스만호는 중동의 강호 사우디아라비아를 승부차기 끝에 물리치고 8강에 진출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달 31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16강전에서 연장전까지 120분 동안 사우디와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뒤 승부차기에서 조현우(울산)의 선방 쇼로 4-2로 승리해 8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조별리그에서 졸전 끝에 1승 2무를 거둬 조 2위의 성적으로 16강에 올라 여론의 질타를 받던 클린스만호는 강팀을 상대로 모처럼 극적인 승부를 펼쳐 보여 분위기 반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한국은 인도네시아를 4-0으로 물리치고 올라온 호주와 3일 0시 30분 알와크라의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준결승 진출을 다툰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1996년 UAE 대회부터 8회 연속으로 아시안컵 8강 진출을 이뤄냈다.

일본은 바레인을 물리치고 이란과 8강전을 치른다. 일본은 31일 카타르 도하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16강전에서 바레인에 3-1로 승리했다. 일본은 3일 오후 8시 30분 8강전을 치른다. 대회 최다(4회) 우승 기록을 보유한 일본은 통산 5번째이자 2011년 대회 이후 13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한다.

바레인은 조별리그에서 한국, 요르단 등과 E조에서 경쟁한 팀이다. 한국에는 1-3으로 졌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예상을 깨고 요르단을 물리쳐 '깜짝' 조 1위로 16강에 오른 바레인은 이번 대회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일본을 넘지 못하고 탈락의 고배를 들었다.

이란은 1일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16강전에서 시리아와 연장전까지 120분 동안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승부차기에서 5-3으로 이겨 8강에 진출했다.


8강 마지막 대진은 카타르와 우즈베키스탄의 격돌이다.

우즈베키스탄은 지난달 30일 대회 16강전에서 후반 20분 터진 압보스베크 파이줄라예프의 결승골을 앞세워 태국에 2-1 승리를 거뒀다. 우즈베크는 2015년 호주 대회 이후 9년 만에 아시안컵 8강에 올랐다.

중앙아시아의 강호 우즈베크는 2004년 중국 대회부터 호주 대회까지 4회 연속 8강에 올랐으며, 2019년 UAE 대회에서는 16강전에서 탈각한 바 있다. 우즈베크는 전날 팔레스타인에 2-1로 승리하고 8강에 선착한 개최국 카타르와 2월 3일 준결승 진출을 다툰다.

카타르는 이번 대회에서 조별리그 포함 4전 전승을 달리며 우승 후보로 급부상했는데 우즈베키스탄과 준결승행을 다툰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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