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남은 건 아니니까"…'짐승' 떠나보낸 '아기짐승' 최지훈이 2024시즌 맞는 자세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시즌 내내 몸도 마음도 힘들었던 '아기짐승' 최지훈(SSG 랜더스)이 도약을 꿈꾸고 있다.
데뷔 첫 시즌이었던 2020년부터 주전 외야수로 활약한 최지훈은 지난해 117경기 462타수 124안타 타율 0.268 2홈런 30타점 65득점 21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672를 기록했다. 2022년(144경기 569타수 173안타 타율 0.304 10홈런 61타점 93득점 31도루 OPS 0.789)보다 부진한 성적을 남겼다. 4월 말 발목 부상을 당하면서 2주 동안 이탈했는데, 회복 이후 페이스를 끌어올리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았다.
체력적인 부담도 컸다. 지난해 최지훈은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23까지 국제대회를 세 차례나 출전했다.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면서 컨디션을 관리하는 게 쉽지 않았다.
최지훈은 "안 다친다고 자신하던 선수 중 한 명이었는데, 한 번 부상을 당하니까 쉽지 않더라. 그래서 올핸 트레이너 코치님과 또 부상을 당할 수 있는 부위에 대해 잘 상의하고 관리하면서 시즌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며 "타격 코치님이 바뀌었기 때문에 코치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방향을 잡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몸 상태는 많이 나아졌다. 지난해 시즌이 진행될수록 체중이 줄어드는 걸 체감한 최지훈은 "(비시즌 동안) 체중이 좀 올라왔다. 5~6kg 정도 쪘다. 캠프에 가면 밥이 잘 나오기 때문에 체중이 늘어느는데, 얼마든지 계속 살이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체중 증가에 대해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얘기했다.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찾은 것도 큰 소득이다. 그는 "'지난해 무슨 일이 있었나?' 이런 생각으로 시즌을 시작하려고 하고, 또 그렇게 해야 할 것 같더라. 혼자서 자책하고 생각하다 보면 나만 힘들다는 걸 4년 차가 되면서 느꼈기 때문에 5년 차부터 그런 걸 바꿔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힘줘 말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은 최지훈은 겨우내 봉사활동과 운동을 병행했고, 지난달 30일 1차 스프링캠프 장소인 미국 플로리다로 출국했다. 그는 "(1차 스프링캠프를 위해) 빨리 미국에 들어가고 싶었는데, 봉사시간을 많이 채워놔야 한다고 해서 생각보다 빡빡하더라. 시즌 때도 봉사활동을 해야 할 것 같다"며 "봉사하는 날은 운동만 하는 날과 확실히 달랐다. 스프링캠프 때 몸을 더 잘 만들어야 할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어 "2023년엔 너무 바쁘다 보니까 1년을 정신없이 보냈는데, 올핸 상대적으로 차분하게 시즌 준비에 몰입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기대가 된다"며 "정규시즌 개막이 일주일 정도 당겨졌는데, 3월에 개막전을 치르는 건 처음인 만큼 한 번 해봐야 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지훈은 2일 발표된 '쿠팡플레이와 함께하는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 팀 코리아 예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최지훈뿐만 아니라 지난해 APBC에 참가했던 선수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리그와 선수 모두에게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맞대결을 통해 한 단계 성장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최지훈은 "재밌을 것 같다. 프로 선수이긴 하지만, TV 중계로만 보던 선수들과 경기를 할 수 있다면 배우는 계기가 될 것 같다. 다른 국가 선수들과 붙어보는 게 큰 도움이 되더라. 그런 부분에 있어서 개막을 앞두고 좋은 자극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피치클락과 베이스 크기 확대 등 새롭게 도입되는 제도들에 대한 생각은 긍정적인 편이다. 최지훈은 "평소에 하던 대로 하면 될 것 같은데, 올핸 좀 더 열심히 뛰어도 될 것 같다. 아무래도 내게 좋은 쪽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은데, 코치님과 한 번 상의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지훈은 올겨울 새로운 만남과 잊지 못할 이별을 모두 경험했다. 최지훈은 "(비시즌 동안) 이숭용 감독님과 두 번 정도 마주쳤다. 운동하고 있을 때 인사 드린 게 전부였다. 감독님이 '좀 쉬어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말씀하시긴 했다"며 "감독님도 그렇고 김재현 단장님도 잘 생기지 않았나. (우리 팀이) '비주얼' 팀으로 가는 것"이라고 웃었다.
많은 후배들에게 영감을 줬던 베테랑 외야수 김강민은 지난해 11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한화 이글스로 이적했다. 기존 외야수들의 책임감과 부담감이 더 커졌다. '짐승' 김강민의 뒤를 잇는다고 해서 '아기짐승'이라는 별명을 갖게 된 최지훈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새로운 시즌만을 바라보려고 한다.
최지훈은 "내가 감히 선배님이 잘하실 거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워낙 잘하셨던 분이기에 더 잘하셨으면 좋겠다"면서도 "나 혼자 남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내가 팀 내에서 어린 편이긴 한데, 곧 서른이더라. (한)유섬이 형도 있고 (추)신수 선배님도 계시니까 아직 형들 품에서 야구를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2024시즌 활약을 다짐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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