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영화제 초청받은 부부감독, 이란이 여권 뺏고 출국금지
이란 당국이 올해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자국 영화감독들을 출국금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1일(현지시간) 베를린영화제는 성명을 내고 “이란 감독 마리암 모그하담과 베흐타시 사나에에하에게 여행금지 조치가 내려졌다”며 “여권을 압수당하고 예술·영화연출 작업과 관련해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영화제 측은 “이들이 영화제에 참석하지 못하게 돼 충격과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여권을 돌려주고 베를린 방문에 대한 모든 제한을 해제하라”고 이란 당국에 촉구했다.
부부 감독인 이들은 함께 연출한 ‘내가 좋아하는 케이크’로 오는 15일 개막하는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영화는 사회의 기대에 반해 욕망을 추구하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들은 2021년 베를린영화제에도 ‘흰 소의 발라드’로 경쟁 부문에 진출한 바 있다.
모그하담과 사나에에하는 이미 지난해 9월 ‘내가 좋아하는 케이크’ 후반작업을 위해 프랑스 파리로 가려다가 테헤란공항에서 여권을 빼앗기고 영화 촬영본 일부를 압수당한 적이 있다고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이 전했다.
이란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와 모흐센 마흐말바프 등 명감독을 배출한 영화강국이다. 그러나 반체제 영화를 연출한다는 이유로 외국 영화제 참석을 막거나 아예 영화연출을 금지하는 일이 흔하다.
현대 이란영화 대표감독 중 한 명인 자파르 파나히는 2010년부터 20년간 영화제작과 출국이 금지되자 자신을 주인공 삼은 영화 ‘노 베어스’를 만들기도 했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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