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감독 사로잡은 김민성의 매력..."승부를 할 줄 아는 선수" [괌 현장]
(엑스포츠뉴스 괌, 김지수 기자) "2루수로서 움직임도 굉장히 좋지만 플레이에서 강단이 느껴진다."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은 지난해 10월 구단 제21대 사령탑으로 부임한 직후 주축 선수의 이탈이라는 악재를 맞았다. 주전 2루수 안치홍이 한화 이글스로 FA(자유계약) 이적하면서 가뜩이나 얇은 내야 뎁스에 출혈이 생겼다.
롯데는 2023 시즌 종료 후 안치홍과 전준우, 두 명의 기둥이 동시에 FA 자격을 취득했다. 전준우는 계약기간 4년, 보장금액 40억 원, 인센티브 7억 원 등 총액 47억 원의 조건에 잔류했지만 안치홍을 잡을 수 있는 상황이 못됐다.
롯데는 지난해 외국인 선수와 신인 선수를 제외한 연봉 상위 40명 선수에게 106억 4667만 원을 썼다. 현행 KBO리그 샐러리캡 상한액(114억 2638만 원)에서 여유 금액은 7억 7971만 원에 불과했다.
KBO리그 샐러리캡 제도는 지난 2020년 1월 이사회에서 결정됐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선수들의 연봉에서 거품을 빼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리그 전력 평준화를 위해 샐러리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은 결과였다.
2021~2022년 구단별 연봉 상위 40명(외국인 선수와 신인 선수를 제외한 각 구단의 소속 선수 중 연봉, 옵션 실지급액, FA 연평균 계약금)의 금액을 합산한 구단의 연평균 금액의 120%인 114억 2,638만원으로 샐러리캡 상한액을 확정했고 2025년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롯데가 안치홍까지 붙잡았자면 샐러리캡 초과는 자명했다. 샐러리캡 상한액을 초과하는 구단은 제재가 뒤따른다. 1회 초과 시 초과분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제재금으로 KBO에 납부해야 한다.
2회 연속 샐러리캡 상한액 초과 시는 초과분의 100%에 해당하는 금액을 제재금으로 납부한다. 여기에 다음 연도 1라운드 지명권이 9단계 하락한다.
3회 연속하여 초과 시에는 초과분의 150%에 해당하는 금액을 제재금을 납부하고 다음연도 1라운드 지명권이 9단계 하락한다. 경제적인 손해는 물론 기량이 뛰어난 신인 선수를 선발할 수 없는 문제까지 떠안아야 한다.
롯데는 눈물을 머금고 전준우와 안치홍 두 선수 중 한 명과의 계약에만 집중해야 했다. 김태형 감독은 프런트로부터 현재 상황을 전해 듣고 사정을 100% 이해했다.
김태형 감독은 대신 지난해 LG 트윈스에서 소금 같은 역할을 했던 김민성에게 주목했다. 안치홍이 한화로 떠난 뒤 박준혁 단장에게 김민성 영입을 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 박준혁 단장도 사령탑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김민성은 2023 시즌 112경기 타율 0.249(273타수 68안타) 8홈런 41타점으로 준수한 타격 능력을 뽐냈다. 3루, 유격수, 2루, 1루까지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하는 유틸리티 능력을 바탕으로 LG가 29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김민성은 2023 시즌을 마친 뒤 커리어 두 번째 FA 권리를 행사했다. 당초 LG 잔류가 유력해 보였지만 LG 역시 샐러리캡 문제로 김민성에게 많은 금액을 안겨주기는 어려웠다.
롯데와 LG는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고 답을 찾았다. LG는 사인 앤 트레이드를 통해 김민성을 롯데로 보내고 내야수 김민성을 데려갔다. 롯데는 김민성에게 계약기간 최대 3년, 계약금 2억 원, 연봉 5억 원, 옵션 2억 원 등 총액 9억 원을 안겨줬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 1일 괌 스프링캠프 첫날 "샐러리캡 문제로 안치홍이 한화로 이적한 이후 김민성이 생각났다"며 "박준혁 단장에게 김민성 영입이 가능하다면 데려오고 싶다고 요청했는데 다행히 일이 잘 풀렸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태형 감독은 김민성의 몸 상태에 이상만 없다면 2024 시즌 주전 2루수로 기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재 롯데 내야수 중 2루 수비가 가장 안정적인 데다 승부 근성까지 갖춰 팀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김민성의 수비 범위가 전성기 시절과 비교하면 다소 좁아지기는 했지만 플레이를 할 때 굉장히 강단이 있다. 승부를 할 줄 아는 선수"라며 "2루 수비도 움직임이 좋고 더블 플레이 처리 등도 매끄럽다"고 설명했다.
박준혁 롯데 단장 역시 김민성의 합류를 반겼다. 김민성은 2007년 덕수정보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차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3순위로 롯데에 입단한 특급 내야 유망주였다. 김민성은 2010년 정규리그가 진행 중이던 상황에서 트레이드로 롯데를 떠났던 가운데 14년 만에 친정팀으로 컴백하게 됐다.
박준혁 단장은 김민성의 풍부한 경험과 유틸리티 능력이 롯데의 2024 시즌 운영에 큰 보탬이 되어줄 것으로 믿고 있다. 여기에 김민성의 성실함과 리더십이 가져다줄 효과도 기대 중이다.
김민성은 키움 히어로즈(2010-2018), LG(2019-2023) 시절에도 후배들 사이에서 조용하고 강단 있는 리더십으로 호평받았다. 특히 국가대표 3루수로 성장한 LG 문보경은 "김민성 선배님이 정말 다정하게, 하나하나 자세히 알려주신다. 덕분에 수비가 좋아졌다"고 수차례 고마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박준혁 단장은 '엑스포츠뉴스'와의 통화에서 "김민성은 체력이나 기량에 문제가 없고 우리 내야 뎁스를 두텁게 해 줄 선수다. 선수 기용은 김태형 감독님께서 판단하실 부분이지만 우리 팀 전력 강화에 도움이 될 선수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영입했다"고 설명했다.
또 "무조건 베테랑 선수를 중시해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팀에는 기둥이 있어야 한다. 김민성이 주장 전준우와 함께 충분히 리더로서의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우리 팀은 젊은 야수들이 많기 때문에 이끌어 줄 베테랑이 필요했다. 이 부분에서도 김민성이 롯데에 필요한 선수라고 봤다"고 강조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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