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집값 내려가자 매입약정 부당 해제... 임금 체불, 부도 위기"

조선혜 2024. 2. 2.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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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취재] 사용승인도 받았는데, '중대한 하자' 주장.... 점검보고서는 비공개

[조선혜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 LH.
ⓒ 김보성
"LH(한국토지주택공사)라는 공기업이 어떻게 이렇게 쉽게 약정을 위반하고,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행위를 아무렇게나 할 수 있는지, 분노로 치가 떨릴 정도입니다."

건축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김규섭(62)씨는 암담한 심정으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LH의 철저한 감독 아래 주택을 완공했지만, LH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매입을 거부하면서다. LH는 계약 해제 사유로 "건축물의 중대한 하자를 발견했다"고 밝혔지만, 그 내용이 담긴 정밀안전점검 보고서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더베스트종합건축'의 대표인 김씨는 지난 2019년 3월 LH의 매입 약정 사업 공고를 보고 주택 매도를 신청했다. 매입 약정 사업은 김씨와 같은 민간 사업자와 LH가 사전 매입 약정을 맺고, 사업자가 준공한 신축 건물을 LH가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사업으로, 2019년 처음 도입됐다. 

이후 과정은 순조롭게 풀려나가는 듯했다. 같은 해 12월 김씨는 LH와 약 208억원 규모의 약정을 체결했고, 공사에 착수했다. 부산시 남구에서 전체면적 6322㎡ 규모의 도시형생활주택 건축에 나선 것. 이후 2021년 1월부터 2022년 3월까지 3단계에 걸친 LH의 품질점검도 모두 통과했다. 그 사이 2021년 9월에는 LH로부터 약정금 약 125억원도 받았다. 

사용승인 후 돌변한 LH, 9개월간 품질점검으로 시간 끌기
 
 '더베스트종합건축'의 대표인 김규섭(62)씨는 암담한 심정으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철저한 감독 아래 주택을 완공했지만, LH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매입을 거부하면서다.
ⓒ 김규섭씨 제공
마침내 주택이 완공됐고, 지난해 3월 3일 구청은 사용검사 확인증(사용승인)을 발급했다. 이는 감리전문가의 감리의견서에 의거해 교부하는, 법적 효력을 지닌 공식 문건이다. 건축물이 당초 건축허가 사항대로 잘 지어져, 거주 등 사용 가능한 상태라는 것을 정부가 확인했다는 의미다. 

이어 같은 해 3월 10일 LH는 4단계 품질점검에 들어갔고, 다음 달 4일에는 김씨와 최종 매입 약정을 체결했다. 대지면적 등 변경 사항을 약정서에 반영하면서 다시 한번 계약을 확정한 것이다.  

수상한 기운이 감지된 것은 그로부터 약 2달이 지난 때였다. LH가 돌연 '외부 기관의 정밀안전진단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 약정서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절차였다. 김씨는 부당함을 느꼈지만, 모두 6차례에 걸쳐 시행된 외부 기관 품질점검에 성실히 응했고, 요구 사항에 맞춰 부분적으로 보수도 이행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LH는 일방적으로 계약 해제를 통보했다. 보수가 불가능한 심각한 하자를 발견해 매매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9개월이라는 통상적 수준을 넘어선 긴 기간 동안 이뤄진 품질점검 중 최종적으로 보수가 필요한 사항에 대한 안내를 기다리던 가운데 날아온 결과였다. 

계약 해제 일방 통보, 위약금에 연체료까지 요구
 
 '더베스트종합건축'의 대표인 김규섭(62)씨는 암담한 심정으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철저한 감독 아래 주택을 완공했지만, LH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매입을 거부하면서다. 사용검사도 완료한 건축물이기에 납득할 수 없었던 김씨는 외부 안전진단업체의 건축구조기술사에 구조검토를 의뢰했고, "구조적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결과서를 받았다.
ⓒ 김규섭씨 제공
 
이에 더해 LH는 계약 해제 사유가 김씨에 있다면서 약정금의 10%인 약 12억5000만원을 위약금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했고, 기한 내 지급하지 않을 경우 연체료 5%가 추가된다고도 했다. LH에서 통보한 기한은 지난달 2일로, 현재 연체료까지 쌓인 상황이다. 

사용검사도 완료한 건축물이기에 납득할 수 없었던 김씨는 외부 안전진단업체의 건축구조기술사에 구조검토를 의뢰했고, "구조적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결과서를 받았다. 

더 의아한 점은 LH가 계약 해제를 통보한 지 1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해당 주택에 대한 공매에 나섰다는 것이다. 지난달 26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김씨는 "LH는 해제 통보서에서 '입주민의 안전 확보가 불가하다'고 했는데, 그런 심각한 건물에는 누가 살아도 안 되는 것 아닌가"라며 "이런 이율배반적인 공매 행위는 해당 건축물에 중대한 하자가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항변했다. 

김씨는 LH에서 이처럼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제한 것은 약정 위반 행위라고 강조했다. 약정서에는 해당 건축물에 대해 사용검사 확인을 받은 뒤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치면 60일 이내에 최종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매매대금의 90%를 지급하도록 돼 있다. 매매계약 체결과 4단계 품질점검 통과 여부는 무관하다는 얘기다. 

계약 해제 근거로 내세운 점검 보고서는 '비공개'
 
 '더베스트종합건축'의 대표인 김규섭(62)씨는 암담한 심정으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철저한 감독 아래 주택을 완공했지만, LH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매입을 거부하면서다. 매입약정서에는 해당 건축물에 대해 사용검사 확인을 받은 뒤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치면 60일 이내에 최종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매매대금의 90%를 지급하도록 돼 있다.
ⓒ 김규섭씨 제공
 
더욱이 LH는 계약 해제의 근거로 삼은 외부 기관의 정밀안전점검 결과보고서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김씨는 "당초 외부 안전진단전문업체의 점검 용역 완료 후, 정확한 하자 원인을 확인한 다음, 보고서에 따른 적정 보수 방법을 적용해 보수하는 것으로 통보받았었다"며 "그런데 지금까지도 결과보고서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김씨는 LH가 최근 재무구조 악화를 겪으며 무리하게 계약 해제를 밀어붙인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LH의 부채비율이 굉장히 높아졌고, 자체 (여의도 부지 등) 자산도 매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계약 해제 사유를 허위로 만들어 약정금과 위약금을 회수하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LH에 소유권이전등기 절차 수취를 요구하는 내용으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LH의 일방적인 계약 해제로 인해 현재 김씨와 관련 하도급 업체들은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 그는 "공사비 관련 미지급 금액이 73억원가량 된다"며 "20여 개 하도급 업체가 투입됐는데, 대부분 부도 위기에 처해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도 위기에 처한 업체에 소속된 100여 명의 노동자들에게도 임금을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LH가 부당하게 계약 해제에 나섰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홍규 법무법인 해랑 변호사는 "(단계별 품질점검을 통과하지 못하면 공정이 중단되므로) 3단계 품질점검 때까지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는 것 아닌가"라며 "또 사용검사 확인도 완료했는데, 9개월 뒤 갑자기 계약 해제를 통보한 것은 당연히 부당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사용검사 확인 후 하자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하자 보수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계약 해제까지 갈 사안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LH의 계약 해제는 부당한 일... 책임 있는 자세 보여야"
 
 '더베스트종합건축'의 대표인 김규섭(62)씨는 암담한 심정으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철저한 감독 아래 주택을 완공했지만, LH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매입을 거부하면서다.
ⓒ 김규섭씨 제공
집값 하락에 따라 무리하게 매입을 거부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 변호사는 "최근에는 아파트를 분양받은 일반 개인도 가벼운 하자로 꼬투리를 잡아 계약 취소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예를 들어 10억원에 샀는데, 시세가 8억원으로 떨어졌다면 2억원을 손해 보기 때문에 계약 취소를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LH는 공기업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부동산학)도 "중대한 하자 여부에 대해 민간 사업자와 LH의 입장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LH가 정밀안전점검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투명하지 않게 처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현 시세와 약정가의 차이가 크게 벌어져 매입을 꺼리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LH는 <오마이뉴스> 취재에 응하는 과정에서 수차례 입장을 뒤바꿨다. LH 관계자는 "사람이 거주할 수 없을 정도의 회복 불가한 중대 하자를 발견해 계약을 해제할 수밖에 없었다"며 "정밀안전점검 보고서를 김씨에게 제공하지 않은 것은 해당 문건이 소송에서 악용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후 취재가 계속되자 LH는 '비밀유지서약'을 보고서 비공개 사유로 내세웠다. 이 관계자는 "건축주의 개입 없이 객관성을 유지한 채 점검하기 위해 점검 보고서를 비공개했다"며 "해당 보고서 원본은 공사의 지적재산권으로, 점검 업체에 비밀유지 의무를 요청해 외부 공개가 불가하다"고 했다.

또 LH는 '중대한 하자'를 사유로 매입약정을 해제한 사례는 없다고도 밝혔다. 이 관계자는 "건축업체 파산 등의 이유로 해제한 사례는 있지만, 사용검사 확인 후 품질점검 결과를 토대로 계약을 해제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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