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노령 인구 골절 막는 ‘골다공증 지속치료’ 보장해야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이유미 교수 2024. 2. 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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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이유미 교수/세브란스병원 제공
우리나라는 2025년이면 초고령 인구 천만 시대를 맞는다. 현재 서울시 인구가 천만 명이 조금 안되니, 어르신들만 주로 거주하는 서울 규모의 거대한 도시가 생기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 더해, 우리나라는 노령층의 빈곤율이 특히 높다는 문제 또한 안고 있다. 따라서 간병비를 비롯한 노인 인구의 사회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중증 노인 질환의 경우, 효율적인 사전 질환 ‘관리’가 중요하며, ‘관리’를 위한 사전 정책의 신속한 도입은 우리 사회 전체의 사회경제적 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대한골대사학회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국내 골다공증 골절 발생 건수는 무려 4배 이상 증가했다. 골다공증 골절은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으로 전 세계적으로 심장질환, 치매, 폐암에 이어 가장 질병 부담이 큰 질환으로 꼽힌다. 이는 만성폐쇄성폐질환, 뇌졸중 보다도 높은 순위다. 또한 고령자가 골절이 되면 통증으로 인해 독립적인 보행이 불가능하게 되므로 간병 돌봄 부담까지 더해진다.

중요한 것은 골다공증 골절은 선행질환인 골다공증을 잘 관리하면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골다공증을 방치해 뼈가 부러지는 질환이 골다공증 골절이다. 뼈는 일단 한번 부러지면 다시 100% 건강한 상태로 원상복구가 불가능함은 물론 신체 기동성과 독립성을 떨어뜨려 결과적으로는 생산성 손실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골절이 발생하기 전에 골다공증의 꾸준한 치료를 통해 골절을 예방하는 것이 상책이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 골다공증 진단 직후 지속치료를 꾸준히 받고 있는 환자들은 골밀도가 유의미하게 개선되는 것으로 관찰된다. 골밀도의 개선이 곧 골절 발생 위험의 감소와 사망률 감소 효과로까지 연결된다는 사실은 이미 다양한 데이터들을 통해 입증돼 있다. 지속적인 골다공증 치료가 골다공증 골절 예방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이유다.

그러나 국내 임상현장에는 골다공증의 지속치료를 저해하는 정책적, 제도적 장벽이 오랫동안 존재해 왔고 이로 인해 학계도 꾸준히 급여 제도의 개선을 요구해 왔다. 골다공증 치료제의 골밀도에 따른 투여기간 제한을 풀어 달라는 요청이었다. 현재 국내 골다공증 치료제에 대한 급여기준은 골다공증으로 진단받은 환자들의 약물치료의 급여 지원 도중 골밀도 T-점수가 -2.5를 넘어서면 급여가 중지된다. 효과적인 치료제를 통해 골밀도 개선과 골절 예방을 직접 경험한 환자들은 물론 이를 지켜본 의료진 모두 매우 당황스러운 기준일 수밖에 없다.

이는 국제적인 골다공증 표준 진료지침으로 활용되는 미국내분비학회 가이드라인과도 상반되는 기준이다. 미국임상내분비학회는 골밀도 T-점수가 -2.5 이하로 골다공증 진단을 받은 환자는 치료 이후 골밀도가 -2.5보다 높아져도 계속해서 골다공증 환자로의 진단을 유지하고 치료를 지속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질환인 고혈압과 당뇨병의 경우에 최초 진단 이후 혈압이나 혈당 수치를 근거로 급여를 중단하지 않는다. 영국, 호주, 캐나다, 일본 등 해외에서도 골밀도 기준에 제한 없는 골다공증 약제의 지속치료가 가능하다. 최장 10년 간 꾸준한 골밀도 상승과 골절 위험 감소 효과를 장기 임상데이터로 확인한 데노수맙 등 치료 영역에서의 진전이 있었기에 골다공증 환자들이 충분한 골절 예방 혜택을 누릴 수 있었음에도 제도적인 한계가 있어 왔다.

임상적으로 본다면 골다공증 또한 당뇨병, 고혈압 등과 동일하게 평생 동안 약물치료를 지속하고 관리해야 할 질환으로 볼 수 있기에 유관 학회를 비롯한 국내 골다공증 전문가들은 골다공증 치료제 투여기간에 대한 합리적 개선이 절실하다고 지난 몇 년간 입을 모아 왔다.

사실 우리나라는 전세계적으로 골다공증 골절 예방을 위한 훌륭한 인프라를 갖춘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해외의 경우 행정적으로 도시 규모에도 골밀도 검사를 위한 장비가 한 대뿐인 경우도 있는데, 우리나라는 지역 보건소나 병의원에서 쉽게 골밀도 검사를 받을 수 있고, 골다공증 치료제 비용도 가장 저렴한 편에 속한다. 하지만 모순되게도 골다공증 치료제의 제한된 급여기준으로 인해 골다공증 골절의 사전 예방을 위한 골다공증 관리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니 고령인구가 늘어나는 미래의 골절 위기에 대처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방안으로써, 적합한 약물치료를 통해 골다공증 환자의 골밀도 T-점수가 -2.5 보다 초과된 이후에도 일정 기간 지속 투여를 보장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고령화에 가속도가 붙은 요즘 골다공증 지속치료를 통한 골절 예방은 정부의 재정 효율화와 연관이 깊다. 골다공증 골절 발생 연령이 늦어질수록 골절과 관련된 직간접 의료비용 및 간병비용의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이는 골다공증 골절로 인한 정부의 지출 감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유관 학회와 전문가들이 정부와 수차례의 논의해 온 골다공증 약제의 지속급여 사안을 일단락하고, 환자를 위한 의료환경 진전을 제시할 때다. 모두가 그 필요성을 공감한 지금, 조속한 변화가 필요하다. 아울러 전주기적 여성 건강을 위한 최적의 골다공증 치료에 대한 사회적 합치도 어느 정도 이뤄진 만큼, 이제는 정부가 나서 실질적인 이행과 변화를 주도해야 할 때다.

초고령사회를 목전에 둔 지금, 우리나라에서 골다공증 골절은 더 이상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노화와 함께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골절 문제를 한발 더 앞서 대처하기 위해 조속한 정책적 결단과 변화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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