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하량 1위 뺏긴 삼성 vs 중국서 밀린 애플…"인도서 한판 붙자"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이 점차 ‘애국 소비’로 돌아서면서 삼성전자와 애플이 인도 시장에서 주도권 싸움에 나섰다. 대표적인 중저가폰 시장이었던 인도는 최근 프리미엄폰 소비가 늘면서 시장의 판도를 가를 '캐스팅보트'로 부상하고 있다.
그간 애플은 인도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 5위권 밖으로 ‘기타(others)’ 브랜드로 분류됐음에도 불구하고 고가의 아이폰을 앞세워 매출 1위를 차지했다. 지난 2022년 4분기부터 이어진 하락세를 5개 분기 만에 끊어냈다.
애플은 1일(현지시간) 지난해 4분기 매출 1195억8000만 달러(약 158조3000억원), 순이익 339억2000만 달러(약 44조9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 13% 증가했다.
시장의 매출 기대보다 좋은 성적을 낸 데다 주당순이익(EPS)도 2.18달러로 기대치인 2.10달러를 웃돌았다. 애플 매출은 지난해 3분기까지 4개 분기 연속으로 감소했다. 이 때문에 세계 시가총액 1위 자리도 마이크로소프트(MS)에 내줬다.
중국은 여전히 불안
위기의 순간 애플의 구원투수는 역시 아이폰이었다. 애플의 지난해 스마트폰 출하량은 2억3460만대로, 삼성전자를 제치고 처음으로 글로벌 출하량 1위에 올랐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출하량 기준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아이폰 매출이 (전년 대비) 6% 성장해 기쁘다”며 “중국을 제외하면 이머징 마켓에서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였고 그 시장에서 아이폰은 잘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시장 규모가 크지 않은 한국 시장까지 이례적으로 언급했다. 아이폰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의식한 모양새다. 로이터 통신은 “쿡 CEO가 애플의 오랜 라이벌 삼성전자의 본거지인 한국에서 아이폰 판매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기대를 웃돈 실적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평가는 여전히 ‘물음표’다. 이날 시간 외 거래에서 애플의 주가가 3% 가까이 떨어진 것이 이런 이유다. 문제는 중국이었다. 중국 시장 출하량 1위를 차지하고도 웃지 못했다. 애플의 지난해 중국 매출은 208억 달러로 전년 동기(239억 달러)와 비교하면 13% 감소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들에게 아이폰 등 외국산 폰 사용을 금지시켰다.
올해도 화웨이 등 중국 폰의 거센 도전에 애플의 중국 시장 전망은 어두운 편이다. 궈밍치 TF증권 애널리스트는 “애플의 중국 내 출하량은 최근 몇 주간 전년 동기 대비 30∼40% 줄었다”며 “당분간 이런 하락세는 계속될 것”이라 분석했다. 중국 소비자의 폴더블폰·자국 브랜드 선호 현상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애플 AI폰으로 승부수
애플의 생성형 AI 기술은 오는 6월 자체적으로 여는 연례 최대 행사인 개발자콘퍼런스(WWDC) 2024에서 발표할 새 운영체제 ‘iOS18’에서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올 가을 출시될 아이폰16 시리즈에 탑재될 iOS18은 포괄적인 AI 기능을 추가한 역대 가장 획기적인 업데이트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는 인도 시장이 관건"
애플은 삼성(18%)과 중국 비보(17%)·샤오미(16.5%)·리얼미(12%)·오포(10.5%)에 밀려 판매량이 적어 별도 집계되지 않았지만, 압도적인 제품 가격과 영업이익을 내세워 인도 시장에서 전체 매출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애플의 평균판매단가(ASP)는 삼성과 중국 스마트폰의 3배 이상이다.
인도 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든 스마트폰 시장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의미있는 성장을 이어가는 곳이다. 지난해 4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25% 성장했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폰인 갤럭시 S24의 AI 기능을 내세워 올해 인도시장 공략에 나선다. 갤럭시 S24 시리즈는 사전예약 3일 만에 인도에서 25만대가 넘게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갤럭시 S23이 3주 동안 기록했던 사전 판매량을 단 3일 만에 뛰어넘었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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