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그 다음은 한국... '지방소멸' 막는 방법 여기 있다 [넥스트브릿지]

오단이 2024. 2. 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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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브릿지] '지역공동체'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적경제, 지방소멸 위기의 대안이다

정책네트워크 넥스트 브릿지(Next Bridge)는 지식경제, 기후, 디지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등 전환의 시대를 직면하여 비전과 정책과제를 연구하는 포스트 386 세대(9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에서 90년대생 청년) 중심의 연구자·정책 전문가의 네트워크다. 넥스트 브릿지는 주권자인 국민들이 사회 지향과 정책과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이 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책담론을 위한 대중적인 소통을 희망하며 다양한 분야의 정책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의 정책과제를 가지고 매주 정책 칼럼을 연재한다. <편집자말>

[오단이 기자]

일본 사회에서 지방소멸에 대한 논의가 대두되고, 불과 몇 년이 지나지 않아 한국 사회에서도 지방소멸이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일본은 2014년 5월 '마스다 보고서'로 불리는 일본창성회의(Japan Policy Council)의 보고서 <성장을 이어가는 21세기를 위하여: 저출산 극복을 위한 지방활성화 전략>을 통해 일본사회의 인구감소와 인구유출 문제를 제기하였다.

이 보고서는 현재와 같이 인구유출이 계속된다면 2040년까지 인구소멸 가능성이 높은 896개 지역을 '마스다 리스트'로 발표하고, 지방에서의 인구 유출, 즉 출생률이 낮은 도쿄로 집중되는 블랙홀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이로 인해 '지방소멸'이 지방의 문제로 그치지 않고 일본 전체 인구의 급감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박승현, 2017).

지방소멸, 이웃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2014년 5월 출판된 마스다보고서의 일본 출판 표지와 2015년 한국 출판 표지
ⓒ 와이즈베리
 
이제 한국 사회도 지방소멸은 낯선 용어가 아니고 저출생·고령화와 더불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연평균인구증감률, 인구밀도, 청년순이동률, 주간인구, 고령화비율, 유소년비율, 조출생률, 재정자립도와 같은 인구감소지표를 통해 전국 229개(세종시포함) 기초자치단체를 대상으로 5년마다 인구소멸위험지역을 지정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산하 고용정보원도 매년 지방소멸위험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농어촌 지역의 지자체장은 전입인구와 출산율을 증가시키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지방소멸위험지수 : 0.5 미만은 소멸위험지역으로 보고 0.2~0.5는 소멸위험진입단계, 0.2 이하는 소멸고위험단계로 구분

한국의 지방소멸 원인은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은 지방소멸의 근본적인 원인을 저출생·고령화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오랫동안 수도권 중심으로 이루어진 경제산업 구조의 영향이 자리하고 있다. 서울, 경기, 인천과 같은 수도권은 한국 전체 제조업의 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최근 IT나 바이오 같은 새로운 산업 역시 판교나 용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산업인프라가 구축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편중된 산업정책으로 인해 지방소멸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마스다 보고서에서도 일본의 인구문제를 저출생·고령화뿐 아니라 청년층의 수도권 집중(일자리 등)이라는 문제와 연결해서 파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맥을 같이 한다.

지방소멸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은 지역의 일자리, 젊은 세대의 결혼과 출산, 육아 지원을 통한 지역 활성화를 추진하였다. 즉, '강한 경제', '육아 지원', '사회보장'이라는 3개 화살을 실현 목표로 설정하였다(박승현, 2017).

그럼, 한국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어떠한 대응을 하고 있는가? 먼저 행정안전부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통해 인구감소지역과 관심지역에 대한 투자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 기금의 목적은 지방소멸을 방지하는 것으로 연간 1조 원을 2022년부터 2031년까지 10년간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일본의 고향납세제도를 벤치마킹한 고향사랑기부제를 2023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8년부터 농촌신활력플러스 사업을 통해 지역이 기획한 창의적 사업을 지원하고 지역특화산업을 고도화하여 선순환 경제 육성 등을 통해 농촌사회가 자립적인 성장을 가능하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해양수산부는 어촌신활력증진사업을 2023년부터 2027년까지 5년간 3조 원을 투자하여 어촌지역을 경제거점으로 육성하고 어촌지역에 필요한 돌봄, 보건·복지, 문화 등 생활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전달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자 한다. 국토교통부는 도시재생을 통해 구시가지의 다양한 문제, 예컨대 주거환경, 일자리 창출, 도시경쟁력을 회복 등 종합적인 시각에서 지방소멸 문제를 해결하려는 총체적인 접근방식을 시도하고 있다(최유진, 오단이, 김선영, 박지형, 이은진, 2023).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지방소멸 대응으로 각 지자체의 상황에 따라 교육(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폐교 위기 극복의 대안적 모색), 의료 및 건강(지역주민의 고령화 대응과 의료 및 건강 기본권 보장 추진), 일자리·청년(창농, 지역유휴자원 및 전통산업의 현대화로 지역 일자리 창출), 체류 및 정주(지역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 지원 및 정착 유도) 등을 기반한 추진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 지방소멸 대응 추진사례 심층조사 대상(출처 : 지방소멸 위기 대응 추진사례와 시사점(차미숙 외(2022). 국토이슈리포트 제52호)
ⓒ 국토연구원
 
한편 영국, 일본, 독일과 같은 지방소멸 극복을 이뤄낸 국가들을 보면, 지역 활성화, 일자리 창출, 이민정책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지방소멸을 극복한 다른 국가들은 지방자치분권이 확립된(혹은 연방제) 국가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과거 고성장시기에는 한국과 같은 중앙집권적 행정국가가 거점도시 중심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유리했을지 모르나, 앞으로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자치분권과 지역 순환경제를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함을 시사하는 바가 아닐까 한다.

'지방소멸'을 부추기는 지방소멸론

지방소멸에 대한 불편한 생각을 가진 의견도 존재한다. 대구가톨릭대 이권효 교수는 지방소멸이라는 용어가 자극적인 표현으로 지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강화하는 위험이 있으며, '소멸'이라는 단어는 사라져 없어진다는 뜻이므로 지역이 없어지기 전에 빨리 수도권으로 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불안감을 부추길 수 있으므로 지역을 성장시키려는 주민들의 관심과 의욕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지방소멸 지역이라는 표현보다는 차라리 '지방 활성화 우선 지역' 같은 표현이 느낌이나 정서 면에서 나을 수 있으며 이러한 표현이 지방의 자존심을 살리면서 미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매일경제>에 기고하였다(2022.05.10.).

박진도 지역재단 상임고문은 한국과 일본의 '지방소멸론' 모두 젊은 여성인구 감소에 주목한다며, "젊은 여성인구와 출생률이 감소하면 인구감소는 피할 수 없다. 그렇지만 인구가 감소한다고 해서 지방자치단체가 소멸할 이유는 없고, 더욱이 지자체가 소멸한다고 지방이 소멸할 이유는 없다. 지방, 그곳에 사람이 살고 있는 한 지방은 소멸하지 않는다. '인구감소=지방소멸'이라는 단순 논리에 사람들이 놀아나서는 안 된다"라고 역설하였다. 그는 지방소멸의 원조인 '마스다 보고서'는 아베 정권의 신자유주의적 지역정책('로컬 아베노믹스')을 강력하게 뒷받침하기 위해, '지방소멸'이란 폭력적 언어로 일종의 충격요법을 사용한 정치적 산물이란 점에 주목하였다.

'지방소멸'과 '지방창생'은 지방과 지역주민 삶의 관점이 아니라, 중앙정부와 자본의 시각에서 만들어져서 지방에 대한 중앙정부의 재정 부담을 줄이려는 속셈이 숨겨져 있다는 주장이다. 즉, 중앙과 자본의 관점에서 재정 부담 감축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시장주의 '지방창생'은 성공할 수 없으며, '선택과 집중'에 의한 지방소멸 대응 시책은 지역 만들기의 기반이자 목표인 '지역의 자긍심'을 말살하고 지역의 자립 의지를 꺾는다는 것이다. 박 상임고문은 지방소멸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구 증가가 아니라,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의 행복 증가를 목표로 해야 지방이 살고 국가가 살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선택과 집중 : 박진도 상임고문은 '압축과 연결(네트워크화)' 논리에 기초한 메가시티와 거점도시의 육성(압축도시), 시·군 통합 등의 주장은 시장주의에 입각한 강자의 논리로 중앙정부와 자본을 위한 정책이므로 메가시티나 거점 중핵도시를 위한 막대한 재정이 투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회적경제, 지역소멸 위기에서 대안적 역할이 가능한가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시장 경제(market economy)와 달리, 사회적경제는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 혹은 공익을 추구하고 공동체의 연대와 협력을 우선 가치로 삼는 경제이다.

사회적경제는 지역사회에서 소외층의 사회적 욕구 충족과 사회통합, 취약계층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 제공, 공동화되는 지역사회의 재생 및 공동체성 회복 등의 역할을 그동안 해왔다. 또한 사회적경제조직의 설립과 운영에 있어서도 지역의 유·무형 자산 또는 지역주민을 기반으로 하기때문에 지역 변화 및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는 데 있어 어느 정도 대안적 역할이 가능하다.

이는 최근 강남대학교 산학협력단의 연구(최유진, 오단이 외, 2023)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 효과가 미진하다는 이유로 사회적경제 지원 예산을 대폭 삭감하였지만, 사회적경제는 지역 내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지방소멸에 대한 다양한 측면에서 대응을 해왔다. 이 연구에 따르면 춘천시, 진천군, 서귀포시 등 도농복합도시에서 사회적경제는 청년들의 지역 정주, 지역사회 리더 역할, 통합돌봄 선도 사업 등에 기여해 왔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사회적경제의 일자리는 유연하기 때문에 지방소멸 대응에 있어 일반적인 일자리보다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 예컨대 도농복합도시에서는 농업을 주업으로 하는 농가에서 농가소득 외 소득이 발생하지 않으면 농업을 유지할 수 없는데, 사회적경제의 일자리는 정규직이 아니더라도 농어산촌에서 유연한 일자리를 제공하여 농업을 포기하지 않을 유인책을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지방소멸의 부정적 효과 중 가장 크게 차지하는 문화 소외에 있어 사회적경제 조직이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방소멸에 있어 공동체의 붕괴는 그 지역의 소멸을 가속화하는데 사회적경제는 지역공동체를 회복시키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이를 통해 관계인구를 확장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방소멸을 회복하는 방식으로 지자체가 청년인구 유입에 관심을 두고 여러 정책을 펼쳤으나 정주까지 이루지 못하고 떠나는 사례를 가끔 접하고 있다. 그러나 정주의 개념을 넘어서 관계인구로 확장한다면 지방소멸을 대응하는 방식에 있어 좀 더 유연해질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 진천이나 춘천의 청년 사회적기업가들은 지역에서 뜻깊은 활동을 하고 싶어하는 청년들을 교육하고 지역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관계인구 : 이주나 관광이 아니라, 일상생활권과 통근권 이외에 특정 지역과 계속적이고 다양한 형태로 관계를 맺고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사람을 의미한다.

지방소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원인에 대한 다차원적 대응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사회적경제로 지방소멸을 막을 수 있다는 단언을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사회적경제는 지방소멸을 지연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회적경제 배제프레임, 정부가 나서서 해소해야

지난 기고에서 이번 정부의 사회적경제 예산삭감에 대한 글을 썼지만, 정책환경이 변화된 현실 속에서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기초자치단체와 광역자치단체는 사회적경제 발굴에 포커스를 두고, 중앙정부는 기설립된 사회적경제의 성장을 지원하는 방식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고 이번 정부가 설명을 해줬으면 한다. 이러한 방향성은 이미 지난 정부에서도 논의되었던 것이고 사회적경제에 대한 정치적 프레임은 아니라고 말이다. 그래야만 지방소멸과 관련된 다양한 사업에 있어 지역에서 '사회적경제'라는 이름표를 붙였다고 배제당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영국 리버풀 시내 곳곳에 그려진 축구팀 벽화 중 하나.
ⓒ 오단이
 
마지막으로 필자가 지방소멸에 대한 원고를 부탁받고 영국 가족여행 중에 가졌던 발칙한 생각으로 이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지방소멸을 극복한 국가들은 지역에 관한 관심을 통해 인구를 유지하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정부의 고향사랑기부제는 애향심을 기반으로 지방소멸에 대응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을 수 있으나, 그러기에는 시대가 많이 변했으며 고향이라는 개념이 우리 사회에 얼마만큼 남아 있는지 궁금하다.

나의 고향만이 아니라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애정도 필요한 시대에 살아가는 2024년 지금은, 우리 사회가 공동체 의식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행정단위로의 지역을 넘어서, 더욱 작은 단위에서의 자치분권이 강화되어야 한다. 훌리건(hooligan)과 같은 문제가 있기는 했지만, 영국의 프로축구팀이 동네 단위 축구클럽으로서 지역민의 높은 충성심을 확보할 수 있던 것은, 좁은 면적의 지역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본다.

필자소개 : 사회복지학박사, 현재 강남대학교 조교수로 재직중이다, 숭실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사회적기업전공 특임교수를 역임하였으며 다년간 사회복지, 사회적경제 그리고 국제개발협력 등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 참고문헌 박승현(2017). 지방소멸과 지방창생: 재후의 관점으로 본 마스다 보고서. 일본비평 16호. 차미숙, 최예술, 조은주(2022). 지방소멸 위기 대응 추진사례와 시사점. 국토이슈리포트 제52호. 국토연구원. 최유진, 오단이, 김선영, 박지형, 이은진(2023). 지방소멸 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적경제 연구. 강남대학교 산학협력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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