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전 베트남대표팀 감독 모친상…백순정 여사 별세
박항서(65) 전 베트남축구대표팀 감독 모친 백순정 여사가 향년 102세로 별세했다.
박 감독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DJ매니지먼트는 “박 감독 모친 백 여사가 2일 오후 향년 102세로 소천하셨다”면서 “현재 베트남에 머물고 있는 박 감독이 비보를 전달 받아 급히 귀국 중”이라고 2일 전했다.
경남 사천시 축동면 출신인 故백 여사는 박 감독의 고향(경남 산청군)에서 ‘축동띠(축동댁)’라 불렸다. 경남의 명문사학 진주여고(당시 명칭은 일신여자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한 신여성이었다. 경찰 출신인 남편 故박승록 선생이 한국전쟁 당시 밀양전투에서 부상을 당해 공직 생활을 이어가지 못 하게 되면서 백 여사가 20대 후반부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일터로 뛰어들었다.
약방, 식당, 소금 도매상 등 여러 일을 하면서도 아들들을 서울로 유학 보내 대학 공부까지 가르쳤고 막내 박 감독은 국가대표 축구선수로 키워냈다. 산청 고향마을 사람들은 입을 모아 백 여사를 ‘여장부’라 불렀다.
박 감독의 가족사를 잘 아는 지인들은 “(박)항서의 성정이 모친을 쏙 빼닮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역 시절 체력이 0%로 방전될 때까지 열심히 뛰어 ‘밧데리(배터리)’라 불릴 정도로 지기 싫어하는 성격, 감독이 된 이후 선보인 다정다감한 스킨십 리더십 등이 모두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유산이라는 증언이다.
박 감독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어머니에 대한 효심을 드러내곤 했다. 베트남축구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한창 바쁠 때도 짬을 내 한국을 찾을 때마다 가장 먼저 어머니가 계시는 산청으로 달려갔다. 2년 전 모친의 100번째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그는 “어릴 때 말썽 피우는 아들은 아니었지만, 축구를 하다 보니 어머니와 떨어져 지낸 시간이 길었다”면서 “드러내 표현한 적은 없지만 어머니는 내가 가장 존경하는 분이다. 앞으로도 막내 항서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 건강히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박 감독은 “막내다 보니 어머니께 종종 떼를 쓰기도 했고 따끔하게 혼이 난 기억도 많다”면서 “가장이 되고, 또 아버지가 되고 난 뒤 자상하면서도 때로 단호하셨던 어머니의 마음을 뒤늦게나마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베트남대표팀 감독으로서는 80점 정도 줄 수 있지만, 아들로서는 못 해드린 게 많아 70점 이상은 주기 힘들 것 같다”고 언급한 그는 “언제나 총기가 넘쳤던 어머니가 연세가 들어 기억이 흐릿해진 모습을 뵐 때 마음이 아팠다”고 애틋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빈소는 경상남도 산청군 소재 산청장례식장 2층 VIP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오는 5일이다. 장지는 대전 국립현충원이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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