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 커진' 이재명의 선택…병립형이냐, 연동형이냐

장희준 2024. 2. 2.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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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위, 이재명 대표에게 '포괄적 권한' 위임
정치개혁 약속 깨고 '병립형 회귀' 결단할까
"너무 늦었다…사법 리스크로 리더십 문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선거제 개편 방향을 결정하기 위한 '포괄적 권한'을 이재명 대표에게 위임했다. 당초 전 당원 투표로 당론을 정하는 걸 고려했지만, 막판에 바뀌었다. 이재명 대표가 '병립형 회귀'로 뜻을 정할 경우 정치개혁 공약을 스스로 깨는 셈이 된다. 선거제에 대한 최종 권한을 쥐었지만, 정치적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강선우 대변인은 2일 오후 4시간에 걸친 비공개 최고위원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선거제에 대한 당의 입장을 정하는 권한을 이재명 대표에게 위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 당원 투표'에 대한 질문에는 '아무것도 정해진 것은 없다'는 취지로 말을 아끼면서 "최고위에선 선거제와 관련해서 허심탄회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이날 비공개 최고위에선 병립형으로 회귀하자는 주장과 이재명 대표가 약속해온 연동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최근 SNS를 통해 전 당원 투표로 병립형 회귀 여부를 정하자고 제안했다. 이후 '지도부가 책임을 떠넘긴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당원에게 묻는 것이 민주주의 헌법정신"이라며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이날 공개 발언을 통해 "전 당원 투표에 기대어 결정하는 건 책임을 전가하겠다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지도부가 선거제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며 "숨지 말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민주당은 21대 총선을 앞둔 2020년 3월에도 '위성정당 참여' 여부를 전 당원 투표로 결정했다. 꼼수 논란에 직면하자, 책임을 당원에게 전가한다는 비판이 나왔었다. 이낙연 전 대표 시절이던 2020년 11월에도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성비위 사태에 따른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의 후보 공천 여부를 전 당원 투표로 결정했다. 당 소속 정치인의 귀책으로 생긴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도록 규정한 당헌을 우회한 것이다. 고 최고위원의 우려는 이런 전례들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 대표의 결단 시점이)설 연휴 기간을 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거제 개편에 대한 여야 협상이 남아 있지만, 결과적으로 이 대표의 의중이 주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당내에선 총선을 두 달 남겨두고, 이재명 대표가 '선거제 당론'을 정하기로 한 데 대한 불만이 제기된다.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수도권 중진 의원은 이날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의총에서 보면 의견이 반반으로 팽팽한데, 이럴 땐 지도부가 나서야 한다"며 "이재명 대표가 여태 결단을 못 내려 전 당원 투표까지 언급되고, 선거를 코앞에 두고 권한을 위임한다는 건 결국 지도력이 없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계속 재판에 나가느라 당무에 충실하게 지도력을 구축할 여건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재선 의원은 "선거법이란 건 여야가 합의해야 하는데, 국민의힘은 일찌감치 (병립형 회귀로) 입장을 정했다"며 "결국 우리 당이 소수에 끌려가는 구조가 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선거제를 어느 쪽으로 하든지, 신속하게 결정하고 그 이유를 국민께 설명해야 했다"며 "위성정당 안 할 것처럼 공수표만 뿌려놨으니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재명 대표는 '병립형 회귀'와 '연동형 유지'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지난해 11월 자신의 유튜브에서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며 병립형 회귀를 시사한 바 있다. 지도부도 병립형을 원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이재명 대표가 지난 대선과 전당대회에서 약속했던 '정치개혁 공약'을 스스로 깨는 것이라 부담이 크다. 애초 21대 총선을 앞두고 준연동형 제도를 밀어붙인 것도 민주당이었던 만큼 '자승자박'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국민의힘도 병립형 회귀를 원하는 터라, 자칫 '야합 프레임'에 갇혀 정권심판론을 띄우려는 총선 전략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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