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지역은행 위기 재점화?…상업용 부동산 위기에 주가는 반토막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역은행 건전성 우려를 다시 키우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Commercial Real Estate, CRE) 담보 대출 비중이 높은 지역은행이 대출 부실화로 인해 직격탄을 맞을 수 있어서다.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 주가가 이틀 새 50% 가까이 급락하는 등 지역은행 주가도 하락세다.
1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NYCB 주식은 11.1% 급락한 5.7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에도 37.7% 급락한 주가가 이틀째 내림세를 이어가면서 10달러대였던 주가는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4분기(10~12월) 2억6000만달러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실적이 크게 악화한 영향이다. 상업용 부동산 담보 대출 부실화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대규모로 확대하면서다. NYCB는 지난해 4분기 대손충당금을 5억5000만달러 쌓았는데, 이는 시장예상치(4500만달러)의 10배를 넘을 뿐 아니라 지난 10년 간 총 충당금을 웃도는 수준이다.
시장에선 NYCB의 불안 요인이 다른 지역은행으로 전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웹스터파이낸셜(-4.7%), 시노버스파이낸셜(-4.41%), 밸리내셔널뱅코프(-6.9%), 시티즌스파이낸셜그룹(-4.7%) 등 지역은행 주가는 5% 안팎으로 떨어졌다. 전날 미국증시 내 지역은행 주가를 추종하는 KBW 지역은행 지수는 6.51% 떨어지면서 지난해 초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는데, 이날도 2.3% 추가 하락했다.
코로나19에 사무실 수요 줄어들자…고전 면치 못하는 지역은행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미국의 소형‧지역은행의 상업용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대형은행보다 5배가량 많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재택근무 문화 확산으로 사무실 수요가 줄어들자 가격이 급락해 대출 부실로 이어졌다. 상업용 부동산 담보 대출은 만기에 원금을 한 번에 갚는 만기일시상환 방식이 약 80%를 차지한다. 부동산 가치가 떨어지면 건물을 팔아도 대출금을 갚기 힘들고, 고금리에 재융자를 받기도 쉽지 않게 된 것이다.
미 부동산 정보 업체 트랩에 따르면 내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상업용 부동산 담보 대출 규모는 5600억달러(약 740조1500억원)에 이른다. 사무실 수요가 계속해서 줄어들면서 가격 하락세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앞서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올해 미국 사무실 가격이 20% 추가로 떨어질 걸로 전망한 바 있다. 2020년 초 최고점에 비하면 40% 가량 하락한 셈이다.
세인트제임스플레이스 자산운용의 저스틴 오누에쿠시 최고투자책임자는 “상업용 부동산과 지역은행 간 관계가 올해 ‘테일 리스크(tail risk·발생 확률은 낮지만 발생하면 손실이 매우 큰 위험)’임이 명백하다”며 “상업용 부동산‧주택‧은행 부문의 균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NYCB발 불안의 전염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NYCB의 경우 지난해 SVB 사태 때 파산했던 시그니처뱅크를 인수하면서 관련 규제비용이 늘어나 손실 폭을 키웠지만, 다른 은행의 손실 규모는 이보다 제한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제금융센터는 “NYCB 사태는 대부분 은행 고유 문제에서 기인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상업용 부동산 대출에 대한 관심이 재부각됨에 따라 경계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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