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출신 조성주 “산안청 막은 野, 반보 전진 기회 걷어찼다” [스팟인터뷰]

오현석 2024. 2. 2.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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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유예와 산업안전보건청(산안청) 신설이라는 여당의 협상안을 1일 더불어민주당이 거부했다. 이에 대해 조성주(45) 새로운선택 공동대표는 “정말로 무책임한, 야권발(發) 거부권 사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조성주 새로운선택 공동대표는 2일 인터뷰에서 중대재해처벌법 2년 유예를 전제로 산업안전보건청을 설치하자는 여당의 제안을 더불어민주당이 거부한 데 대해 “굉장히 큰 의미가 있는 타협이 될 수 있었는데 아쉽게 무산됐다”며 “적대적 양당정치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장진영 기자

조 대표는 2일 서울 여의도 새로운선택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야당 제안과 거의 유사한 협상안을 여당이 제시했는데, 민주당은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윤석열 정부가 나쁘다’는 프레임을 선택했다”며 “초당적 협력의 기회를 야당이 날려버렸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산안청 설치는 노동계의 요구이자 민주당·정의당의 공약이었다. 그걸 스스로 막아버린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조 대표는 세대별 노동조합 ‘청년유니온’ 설립을 주도하고, 정의당 싱크탱크 미래정치센터 소장과 박원순 시장 시절 서울시 노동협력관을 지낸 ‘97세대’ 노동전문가다. 그는 지난해 12월 정의당을 탈당해 금태섭 전 의원이 주도해 온 제3지대 신당 새로운선택에 합류했다.

Q : 야당의 타협안 거부로 산안청 설치가 무산됐다.
A : “예상치 못한 일이다. 중대재해법의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을 유예하면서 산안청을 신설하는 건 의미 있는 타협일 수 있었다. 그런데 민주당과 정의당은 반보(半步) 전진 대신, 상대를 깎아내리는 데 주력했다. 내가 잘해서 득표하는 게 아니라, 상대를 악마화해서 지지를 얻는 비토크라시(vetocracy)의 전형이다.”

Q : 산안청 설치가 왜 중요한가.
A : “산업 안전은 여러 노동 이슈 가운데 가장 전문적이다. 세금 문제만큼이나 어렵다. 그래서 기획재정부 외청(外廳)인 국세청처럼 숙련된 전문 인력으로 별도 조직을 만들자는 주장이 끊이지 않은 거다. 꼭 필요한 일이었다.”

Q : 야당에선 ‘중대재해법 공포가 과장됐다, 그냥 실시해도 별문제 없다’는 주장을 폈다.
A : “그런 측면은 있다. 2년 전 시행된 50인 이상 사업장도 실제 사업주 실형 사례는 극히 드물다. 하지만 영세한 중소기업 입장에서 법 시행에 맞춰 준비하는 게 매우 까다롭다는 현실도 부인할 수 없다. 법 통과 후 3년간 아무 준비를 하지 않은 정부 책임도 크지만, 정치권도 노동계·경영계의 교착 상태를 풀 타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었다.”

조성주 새로운선택 공동대표는 오랫동안 몸 담았던 정의당을 탈당한 데 대해 “여전히 반(反)독재 민주화라는 세계관에 갇혀 있는 걸 확인했다”며 “거악(巨惡)을 척결하는 것보다 현실의 시대적 과제를 조금 더 낫게 해결하는 다원적 정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장진영 기자

Q : 녹색정의당(정의당의 새 이름)은 ‘우리가 개악(改惡)을 막았다’는 논평까지 냈다.
A : “정말 큰 착각이다. 개악을 막은 게 아니라, 산업 안전의 진일보를 막아섰다. 산안청 같은 조직 신설은 초당적 합의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특정 진영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 만들면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다. 야당이 단독으로 법을 처리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이미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조 대표는 이 대목에서 영국의 안전보건청(HSE·Health and Safety Executive) 사례를 들었다. HSE는 1966년 144명이 숨진 탄광 사고 이후 영국 보수당·노동당이 초당적 협력을 통해 1975년 출범시킨 ‘안전 콘트롤 타워’다. 조 대표는 “영국이 산업 안전 선진국이 된 건 ‘기업살인법’(Corporate Manslaughter and Corporate Homicide Act 2007)이 있어서가 아니라, 안전 문제를 두고 정치권이 초당적으로 협력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Q : 정치권은 노동 관련 법안만 나오면 타협하지 않는다.
A : “책임 정치가 사라졌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평소 노동계를 대변하더라도 때로는 ‘타협해서 반보만 나아가자’고 설득해야 하는데, 오로지 더 강하게 대변하는 데만 몰두한다. 마찬가지로 보수 정당도 기업 이익을 강하게 주장할 뿐, 경영계를 설득하는 책임은 지지 않고 있다.”

Q : 어떻게 바꿔야 하나.
A : “20대 국회 때 휴일수당의 중복할증 문제가 대기업에 부담이 되니, 이를 주지 않는 대신 저임금·중소기업 노동자에게도 공휴일 규정을 적용하는 거로 타협한 선례가 있다. 당시 국민의당이 있던 ‘다당제 국회’여서 타협이 가능했던 측면이 있다. 제3의 독립 정치세력이 필요한 이유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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