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에 남은 두경민, 2018년의 실수 기억해야

이준목 2024. 2. 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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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목 기자]

트레이드설이 나오던 두경민이 결국 원주 DB에 잔류했다. 프로농구 KBL은 지난 4라운드 종료와 함께 2023-24시즌 트레이드 시장을 마감했다. 1월 31일 오후 6시까지로 예정된 트레이드 마감 기한까지 KBL을 통해 접수된 트레이드 공문은 없었다. 결과적으로 올해 프로농구 겨울이적시장은 대어급 선수들의 이동없이 조용히 막을 내리게 됐다.

DB는 2월 2일 현재 28승 9패로 2위 창원 LG(23승 13패)에 4게임차로 앞서서 여유있는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내외곽에서 걸쳐 두터운 전력을 보유한 DB는 2017-18시즌 이후 6년 만의 정규리그 우승을 넘보고 있다. 그런데 최근 갑자기 두경민의 트레이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농구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두경민은 DB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2010년대 KBL을 대표하는 듀얼가드 중 한 명이다. 두경민은 대학 시절 동갑내기 김종규(DB), 김민구(은퇴)와 함께 경희대의 최전성기를 이끈 '빅3'로 꼽히며 프로 데뷔 전부터 주목받았고, 2013년 신인드래프트에서는 전체 3번으로 DB에 입단했다.

데뷔 이후 꾸준히 성장을 거듭한 두경민은 2017-18시즌에는 경기당 16.4득점 3.9어시스트 2.9리바운드,3점 슛은 2.72개(전체 1위)로 커리어하이를 경신했다. 소속팀 DB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정규리그 MVP까지 수상했다. 두경민은 2021년에는 트레이드로 대구한국가스공사로 이적하기도 했으나 1년 만에 다시 DB에 복귀하며 한 시즌을 제외하면 내내 원주에서 선수생활을 보냈다.

그런데 올시즌 들어 DB에서 두경민의 입지가 애매해졌다. 시즌 초반 두경민이 부상으로 결장하는 동안 DB는 그의 공백이 무색하게 오히려 역대급 페이스로 선두를 질주했다. 김종규-강상재-디드릭 로슨으로 이어지는 막강 트리플포스트에, 가드진에는 필리핀 출신의 아시아쿼터 이선 알바노의 비중이 급상승하며 팀의 에이스 자리를 꿰찼다.

두경민은 시즌 개막 후 약 두 달 만인 지난 2023년 12월 12일 서울 SK 나이츠와의 경기에서 드디어 복귀했다. 하지만 불과 11경기만 소화하고 지난 1월 8일 수원 KT전을 끝으로 다시 한 달 넘게 코트에서 자취를 감췄다. 개인 기록은 6.2점, 1.7어시스트, 3점슛 29.3%(경기당 1.1개)로 두경민의 이름값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다. 데뷔 이후 두경민의 커리어 로우 기록이기도 하다.

DB에서 팀내 입지가 줄어들면서, 두경민은 최근 트레이드 시장 마감을 앞두고 이적설에 휘말렸다. 심지어 선수 측에서 먼저 트레이드를 요청했다는 소문도 나왔다. 부상중이라 경기에 뛸 수도 없는 선수가 트레이드 대상이 될 리는 없는 만큼, 그동안 두경민의 몸상태와 결장 이유에 대한 궁금증도 커졌다.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고양 소노나 서울 삼성 등이 두경민의 유력한 행선지로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적은 성사되지 않았고 두경민은 일단 올시즌까지 DB의 선수로 남게 됐다.

프로무대에서 주축 선수의 시즌 중 이적설은 성사 유무를 떠나 팀 분위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다. DB는 불과 얼마 전에는 가드 유현준이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가 구단의 설득으로 간신히 번복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선수단이 일치단결하여 순위싸움에 집중해도 모자랄 시즌 후반기에, 선수들이 경기 외적으로 연이어 잡음에 휘말리는 상황은 민감할 수밖에 없다.

특히 DB 팬들은 이미 2018년에 '두경민 리스크'의 악몽을 겪어본 경험이 있기에 더욱 조심스럽게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두경민에게 2017-18시즌은 정규리그 우승과 MVP를 동시 석권한 영광의 해이기도 했지만, 시즌 말미에 갑작스러운 불화설과 태업설 등으로 논란에 휩싸이며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린 시간이기도 했다.

당시 두경민은 이상범 감독과 갈등을 빚으며 한동안 출전명단에서 제외됐다. 리그 1위팀의 주축이자, 그것도 MVP급 선수가 부상없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것은 한국 농구계에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두경민이 한창 시즌중에 돌연 결혼식 일정을 발표한 것도 논란이 됐다.

당시 여론은 두경민에게 비판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두경민은 결국 선수단에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고, 이상범 감독과도 관계를 회복했다. 하지만 두경민 파동의 후유증으로 DB는 그해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고도 분위기는 어수선했고, 챔피언결정전에서는 SK에게 충격적인 '업셋'을 당하며 용두사미로 시즌을 마감해야 했다.

또한 두경민은 2021-22시즌 대구 한국가스공사 시절에도 동료 선수와 욕설 섞인 언쟁을 주고받으며 불화설의 중심에 선 바 있다. 우승후보로까지 꼽혔던 가스공사는 시즌 내내 선수들의 조직력이 엇박자를 그리며 턱걸이로 6강 진출에 만족해야 했다.

사실 알고 보면 두경민이 구체적으로 어떤 사건사고나 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적은 없다. 태업이나 불화설은 어쨌든 정황상 추정만 있을 뿐이지만, 개성이 강하고 자기 주장이 뚜렷한 선수들은 두경민 외에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유독 팀 케미스트리와 연관된 논란들이 여러 차례 반복된 것은, 결과적으로 두경민의 선수 이미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도 사실이다.

두경민과 DB 모두 2018년의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된다. 두경민이 최근 기량이 하락세이고 팀 내 입지가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DB에서 유용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카드다. 다재다능한 두경민의 슈팅과 볼핸들링 능력은 현재 알바노에게 집중된 부담을 상당히 덜어줄 수 있다.

동기 김종규가 올시즌 주연의 자존심을 버리고 궃은 일을 하는 조연의 역할에 충실하며 부활에 성공한 것도 두경민에게는 좋은 교훈이 되어야 한다. 이적이 불발된 만큼 프로답게 소속팀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서도 유리하다. DB와 두경민의 어색한 동행이 올시즌 후반기 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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