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행동 반려견', 한국에 유독 많은 이유

최민혁 2024. 2. 2.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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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위한 개에 대한 이야기] OECD 인구밀도 1위인 한국... 문제행동 쉬운 환경과 문화

반려견 훈련사로서 가장 큰 깨달음은 훈련 기술이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에 있었습니다. 보호자와 반려견, 가까이 있지만 잘 알지 못하는 진짜 그들의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기자말>

[최민혁 기자]

2년 전쯤, 훈련사를 꿈꾼다는 한 학생이 내게 온라인으로 상담을 청해왔다. 그는 절박한 듯 내게 "훈련사님, 요즘 훈련사가 되려는 사람이 많은데 경쟁에서 밀리면 어떡하죠?"라고 질문했다. 나는 답했다.

"걱정 마세요. 다른 나라는 몰라도 한국은 문제견이 계속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 훈련사들이 굶어 죽을 수가 없는 나라입니다."

그 학생이 답변으로 안심(?)이 됐다고 해 웃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그때 나는 답변하면서도 이 답이 맞나 고민했는데, 시간이 흘러 반려견 훈련사 친구 '멜세'를 만나면서 그 답변이 유효하다는 걸 확신했다. 스페인 친구인 멜세는 4년 전 우연히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게 됐다. 나와 같이 훈련사인 그녀는 거리는 멀지만 나와 반려견 교육에 대한 철학이 비슷해 자연스레 친해졌고, 꾸준히 소통하면서 함께 성장했다. 

SNS 하나로 이런 일이 이뤄질 수 있다니 신기했는데, 더 꿈같은 일은 2023년 지난해 여름 멜세가 친구와 함께 약 2주 일정으로 한국에 온 것이었다. 한국을 여행해보고 싶었고, 나를 직접 만나 한국의 반려견 문화를 보고 느끼고 싶었단다.
 
▲ 스페인 훈련사 친구 멜세(우측) 와 함께  2023년 5월, 그녀와 함께 한국에서 나눈 이야기 덕분에 이 칼럼을 더 쓸 수 있게 됐다.
ⓒ 최민혁
  
함께 있는 동안 각자 경험했던 반려견 이야기가 계속 이어졌다. 한국의 다양한 곳을 구경하면서 자연스레 반려견 문화도 봤다. 일정의 마지막 무렵, 그녀는 내게 조심스레 이런 말을 건넸다.

"CHOI(최), 네가 고민했던 게 뭔지 이젠 너무나 잘 알겠어. 너와 한국의 보호자들을 정말로 존경해. '이런 환경'에서 개들이 안정적이기란 정말 쉽지 않아."

이런 환경? 반려견 선진국인 유럽의 트레이너 멜세가 이런 이야기를 하니, 머리를 망치로 한대 맞은 듯 와닿았다. 한국은 OECD 국가 중에 인구 밀도가 무려 1위인 나라다. 유럽국들과 달리, 이런 한국은에서는 개가 자기 영역인 집을 벗어나는 순간부터 사람, 개, 소음, 교통 등등 수많은 자극들을 마주하게 된다. 

반려견 선진국과 한국은 환경이 아예 다르다 

한때 나는 반려견 교육의 선진국인 유럽 반려견 교육 스킬을 배우는 데 갈증이 심했다. 여러 서양권 훈련사의 온라인 레슨을 학생 자격으로 듣곤 했다. 그때 내가 느낀 점은, 상대적으로 좋은 환경에 놓인 이들은 한국에서 개와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를 상상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기본'이라 말하는 것, 즉 하루에 조용한 장소에서 4-5번 반려견과 산책하기 같은 방법은 적어도 한국에선 '피나는 노력'을 해야만 가능한 것이었다. 보호자들의 라이프 스타일도 유럽과 한국이 같을 수가 없었다.

작은 통제조차 압박이라고 주장했던 북유럽권 한 훈련사의 온라인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지금도 그녀의 철학을 존중한다. 하지만, 그녀의 샘플 교육 비디오를 보면 나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영상 속 집과 집 사이가 족히 10m가 되는 편안한 환경은 내가 교육하며 마주하는 한국과는 정반대, 거의 '다른 행성'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그 훈련사가 사는 나라는 노르웨이였다. OECD 1위 인구밀도인 한국과 달리 거긴 인구밀도가 173위다. 게다가 자연이 풍부한 서양권에선 개를 비롯한 동물 자체에 인간이 익숙한 경우가 많아, 사람들 대부분이 개를 대하는 행동들이 편안하고 자연스럽다. 그 결과 반려견도 보호자도 편안해진다. 

한국에선 아직 큰 개들조차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 10kg 이상 대형견을 키우는 보호자님들은 길거리 산책 시 "개가 너무 크다, 무섭다"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고 한다(서양권은 30kg 이상 나가는 개들도 흔한데 말이다.) 이처럼 한국과 선진국은 환경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다. 
 
▲ 도시 한복판에서 공부하는 반려견  복잡함 속에서도 교육하며 노력하는 보호자와 반려견들은 늘 대단하고 아름답다.
ⓒ 최민혁
역사적으로도 차이가 난다. 한국서 6.25 전쟁이 일어났던 1950년대 이전에 유럽은 이미 반려견 관련 사회적 단체를 설립하고, 훈련 대회를 열고 훈련 교본마저 만들어놓았다. 즉 최소한 50년 이상의 차이가 나는 것이다. 

더구나 유럽은 전 세계 어느 대륙보다 개들의 안정적인 기질과 번식에 신경 써왔던 나라다. 인간과 살기 좋은 차분한, 순종 기질의 개들 위주로 말이다. 반대로 한국에선 외모 위주의 번식이 성행되어 왔다. 안정적 기질이나 반려견의 건강보단, 키우기 귀엽거나 멋진 이미지만 강조되고 이에 따라 유행하는 견종들이 달라진다. 

교육 제도와 문화도 차이가 크다. 독일의 니더작센주에선 보호 1년 이내에 보호자가 반려견과 실기 시험을 치러야 하며, 보호자가 책임을 못 다하면 강력한 법으로 그를 규제한다고 한다. 인근 주민끼리 모여 반려견 교육을 하는 클럽 문화도 잘 형성되어있다. 반면, 국내에선 이런 문화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다. 

한국에서 악순환이 반복되는 이유 

한 번은 강아지 때부터 잘 키우고 싶다며 교육을 신청하셨던 한 보호자가 있었다. 반려견인 포메라니안 솜이에게 다른 강아지들과 어울리는 경험을 시켜주고 싶은데, 주변엔 대부분 짖고 달려드는 개들이 대다수라 교류가 힘들다는 고민을 하고 있었다. 오히려 순하던 솜이마저 자신을 지키려 더 예민해지는 것 같다셨다. 그렇다. 서로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개들은 많지 않다. 앞서 말한 환경과 구조, 문화의 차이 등 문제들로 인해 서로 악순환을 반복하는 것이다.

반려견 교육은 선진국의 교육 스킬만 배운다고 바뀌는 게 아니다. 단순히 보호자 한 명이 노력한다고 해서 해결될 것도 아니다. 여기엔 각 반려견들과 보호자들의 노력, 전반적 사회적 분위기가 모두 영향을 끼친다. 

좋은 반려견 문화란 사람이 개라는 동물을 이해하고, 책임감 있게 키우며, 한편으론 동물 관련 법이 사회에 잘 자리 잡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개는 인간과 비슷하지만 다른 부분도 많아 사회 속에서 안정적으로 잘 지내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좋은 반려견 문화는 반려견의 문제 행동을 적게 만들고, 자연히 교육 수요도 적어지게 한다.
 
▲ 반려견 교육 세미나를 듣는 보호자님들 이런 분들이 있기에 한국의 반려견 문화의 미래는 빛나는 것이다.
ⓒ 최민혁
 
훈련사들은 교육의 수요가 있어야 먹고 살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식의 구조로 인해 개와 보호자 모두가 힘들어하는 건 훈련사로서도 반가운 일이 아니다.

서양권과 다른 한국만의 특수성이 있지만, 반대로 한국에는 한국 반려견 문화의 나아갈 방향성 또한 분명 있다. 예를 들어, 서양에선 주로 개에게 선택권을 주는 방식으로 교육하는데, 한국에선 복잡한 사회에서 보호자의 판단을 믿게 하는 등 보호자가 리더십을 발휘하는 방식의 교육을 해볼 수 있다. 

문화가 바뀌는 데엔 시간이 걸린다. 최근 국내에서도 보호자와 반려견, 훈련사들이 더 나은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는 걸 나 또한 전문가로서 체감한다. 문제행동을 하는 개들이 완전히 사라지는 걸 원하는 건 아니다. 그저 훈련사와 보호자들이, 더 나은 공존과 서로를 위해 준비하고 공부하는 차원에서 만나는 문화가 더 자연스러워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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