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만나는 클린스만호, '쓰리백' 카드 접어두기를

심재철 2024. 2. 2.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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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AFC 아시안컵 8강 미리보기] 중원 탈압박 숙제 풀어야

[심재철 기자]

사커루의 스트레이트 펀치를 잘 피해야 4강에 올라갈 수 있다. 다섯 명의 호주 미드필더들과 거칠게 부딪치는 곳에서 어떻게 압박에서 벗어나는가를 주목해야 한다. 황인범, 이재성 등 우리 미드필더들이 비교적 자유롭게 드리블과 패스를 펼쳐 손흥민과 이강인에게 더 좋은 위치를 확보하게 하려면 어설픈 쓰리백 카드보다는 믿음직스러운 수비형 미드필더를 배치하는 포메이션으로 전환했으면 좋겠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한국 시각으로 3일(토) 오전 0시 30분 알 와크라에 있는 알 자누브 스타디움에서 2023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8강 상대로 호주를 만난다.
 
 호주의 8강 예상 라인 업과 이전 게임 주요 기록들
ⓒ 심재철
 
4게임 8득점 1실점 호주의 탄탄한 조직력

이번 대회 호주가 비교적 대진운이 좋다는 것은 인정해야 하지만 그것을 두고 우리 선수들이 쉽게 상대할 수 있는 팀이라고 속단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우리보다 이틀 이상 여유있게 쉬면서 클린스만호를 분석한 팀이다.

호주가 B조 세 게임에 이어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와 맞붙은 16강에 이르기까지 상대 팀의 후방 빌드 업을 그냥 내버려둔 적이 거의 없다. 4-5-1 포메이션을 즐겨 쓰는 호주의 기본적인 축구 색깔은 4게임 1실점 기록만으로도 알 수 있듯이 과감한 전방 압박의 탄탄한 수비다. 호주의 상징 캥거루가 양손으로 내뻗는 스트레이트 펀치에 비유할 수 있을 정도로 상대 팀이 중원에서 공을 돌리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꽤 높은 위치부터 거칠게 달라붙는다.

아시아축구연맹이 공지하는 호주의 포메이션은 명목상 4-3-3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 게임에 임하면 미드필더 숫자를 다섯 명으로 두는 부채꼴 형태라고 말할 수 있다. 왼쪽 측면 조던 보스부터 시작해서 V자나 U자 형태로 오른쪽 측면 마틴 보일에 이르기까지 상대 팀 미드필더들을 향해 효율적으로 공간을 배분하여 압박을 펼치는 것이다.

호주 센터백 앞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는 바쿠스를 중심으로 박스 투 박스 그 이상의 활동력을 자랑하는 잭슨 어바인과 라일리 맥그리가 압박 축구의 핵심 선수들이다. 이들의 스탠딩 태클이나 가로채기 시도로부터 우리 미드필더 황인범과 이재성, 이강인이 자유롭게 공을 몰거나 방향 전환 패스, 크로스를 시도하기 위해서는 간결한 터치에 의한 탈압박 패스가 빠르고 정확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 충돌 지점에서 일어나는 변수들이 이번 8강 게임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우리 선수들은 그 다음 또 그 다음 게임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10명이나 걸려있는 경고 트러블도 마음에 걸릴 수밖에 없다. 위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함부로 몸을 날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호주는 과감한 전방 압박으로 볼 소유권을 비교적 높은 위치에서 확보한 다음 빠른 공격 전개를 시도한다. 그 중심에 가운데 미드필더 잭슨 어바인이 있다. B조 우즈베키스탄과 1-1로 비긴 게임 후반 시작 직후 어바인이 놀라운 원 터치에 이은 스루패스를 왼쪽 측면으로 보낸 순간이 가장 대표적인 장면이다. 인도네시아와의 16강 첫 골(12분)을 뽑아내는 순간에도 잭슨 어바인이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받고 돌아서서 과감하게 오른발 얼리 크로스를 날린 덕분에 상대 자책골을 얻어낸 것이다.

실질적인 키 플레이어 잭슨 어바인을 막기 위해서는 우리가 사우디 아라비아와의 16강에서 내세운 것처럼 3-4-3 쓰리백 포메이션은 위험할 수밖에 없다. 설영우, 김태환을 공격적 윙백으로 활용하는 장점이 있지만 황인범, 이재성이 뛴 가운데 쪽에서 여러 차례 공간을 내주는 위험 상황을 불러왔다는 것을 곱씹어야 한다. 박용우나 박진섭에게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기는 4-1-4-1 또는 4-2-3-1 포메이션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은 호주의 원 톱 자리에서 아직 공격 포인트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포르나롤리나 쿠시니 옝기가 그 자리로 뛰었지만 실질 소득은 아직 없다. 오히려 키다리 센터백 해리 수타(200cm)의 프리킥 세트피스 헤더 골이 인도네시아와의 16강 게임에서 후반 추가 시간에 쐐기골로 들어갔다. 대회 기간 중 부상을 떨치고 돌아온 슈퍼 서브 크레이그 굿윈의 왼발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호주의 유일한 실점은 우즈베키스탄과의 조별리그 세 번째 게임에서 측면 크로스에 의한 골문 바로 앞 헤더 골이었다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우즈베키스탄 교체 선수 투르군보예프의 체격 조건이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정확한 위치 선정으로 호주 왼쪽 풀백 베히치보다 높게 솟구쳐 꽂아버린 동점골이었다. 우리 공격수 조규성이나 오현규가 꼭 참고해야 할 장면이다.

호주의 키 플레이어 잭슨 어바인의 공간 침투와 연계 플레이를 체크하지 못하면 손흥민의 양발 슛, 이강인의 왼발 슛, 측면 크로스에 의한 조규성의 헤더슛은 시도조차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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