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증명 안 돼” 남편 니코틴 살해 혐의 아내 파기환송심서 ‘무죄’

김이현 2024. 2. 2.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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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피우지 않는 남편에게 치사량의 니코틴 원액이 든 음식물을 먹여 살해한 혐의로 징역 30년을 선고받은 여성이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수원고법 형사1부(박선준 정현식 강영재 고법판사)는 2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 선고를 받으면서 곧바로 석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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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범행 과정·동기 등에 ‘의문’
극단적 선택 가능성도 배제 못해
연합뉴스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남편에게 치사량의 니코틴 원액이 든 음식물을 먹여 살해한 혐의로 징역 30년을 선고받은 여성이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수원고법 형사1부(박선준 정현식 강영재 고법판사)는 2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A씨는 2021년 5월 26∼27일 남편에게 세 차례에 걸쳐 치사량 이상의 니코틴 원액이 든 미숫가루, 흰죽, 찬물 등을 마시도록 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후 1심은 징역 30년을, 2심 역시 찬물을 통한 범죄만을 유죄로 인정했지만 형량은 유지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7월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며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범행 준비와 실행 과정, 수법을 선택한 것이 합리적인지 여부, 발각 위험성과 피해자의 음용 가능성, 피해자의 극단적 선택 등 다른 행위가 개입될 여지 등을 따져봤을 때 “범죄증명이 안 된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 말초 혈액에서 검출된 니코틴 농도에 비추어 볼 때 흰죽과 찬물을 이용했다면 고농도 원액이 필요해 보인다”며 “수사기관은 피고인에게 압수한 니코틴 제품의 함량 실험을 하지 않았다. 압수된 제품이 범행에 사용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범행 방법과 관련해서도 “니코틴을 음용할 경우 혓바닥을 찌르거나 혓바닥이 타는 통증이 느껴져 이를 몰래 마시게 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 공통된 전문가 의견”이라며 “의식이 뚜렷한 피해자에게 니코틴이 많이 든 물을 발각되지 않고 마시게 하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피해자의 극단적 선택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A씨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된 후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상흔이 남기도 했으며,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를 보면 전자담배, 자살 등 단어를 검색하기도 했다”며 “가정의 경제적 문제, 사망 무렵 부친과의 불화 후 ‘부모 의절’을 검색하는 등 여러 문제로 피해자의 불안정 정서가 심화했을 가능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살해 동기에 대해서도 “피해자의 사망으로 피고인이 얻을 재산이 압도적으로 많은 금액이라고 보기 어렵다. 피해자가 일정한 소득을 얻어 생활비 등을 지원해 주고 있었는데 그를 살해해 경제적으로 더 큰 이익을 누렸을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면서 의문을 표했다.

다만 재판부는 컴퓨터 등 이용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혐의가 인정된다며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 선고를 받으면서 곧바로 석방될 예정이다.

선고 직후 A씨의 법률대리인 배재철 변호사는 취재진을 만나 “처음부터 피고인을 범인으로 잘못 지정해 수사 방향이 잘못된 것이라고 본다”며 “오늘 재판부에서 판결 이유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듯이 모든 범죄 사실 중 가장 흉포한 게 살인인데, 피고인은 뚜렷한 동기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열사람의 범인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한 사람의 무고한 사람을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기본 원리에 의해 재판부가 무죄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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