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재테크]파이어족에 대한 바른 이해

2024. 2. 2.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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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에 경제적 자립을 이룬 뒤 퇴직을 하고 자유로운 삶을 살겠다는 의미의 파이어족(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을 꿈꾸는 직장인이 많다. 경제적으로 어렵고 직업의 안정성도 보장돼 있지 않은 사회신분이다 보니 젊은 직장인들이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자신들의 인생관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꼭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도 없다. 다만, 문제는, 파이어족을 꿈꾸는 젊은 직장인들이 파이어족의 삶에 대해 바르게 이해하고 철저한 준비를 해서 시작하느냐는 것이다.

파이어운동은 1990년대 미국에서 처음 등장했는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30~40대를 중심으로 미국은 물론 영국, 호주, 네덜란드 등 전 세계로 확산했다. 파이어족들은 일반적인 은퇴 연령인 50~60대가 아닌 30대 말이나 늦어도 40대 초반까지는 조기은퇴하겠다는 목표로, 회사생활을 하는 20대부터 소비를 줄이고 수입의 70~80% 이상을 저축하는 등 극단적 절약을 선택한다. 이들은 원하는 목표액을 달성해 부자가 되겠다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덜 쓰고 덜 먹더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을 목표로 한다. 파이어족은 생활비를 절약하기 위해 주택규모를 줄이고 오래된 차를 타고 외식과 여행을 줄이는 것은 물론 먹거리를 스스로 재배하기도 한다.

국내 파이어족들은 어떤가. 우선, 경제적 자립을 위한 자금 마련 방법이 미국의 파이어족들에서 보는 바와 같은 극단적인 절약보다는 주식이나 부동산을 이용한 단기 재테크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 점은 앞에 소개한 잡코리아의 조사결과에도 나타난다. 조기퇴직을 위한 자금마련 방법을 묻는 말에 주식투자 51%, 부동산투자 9%로 공격적인 투자방법이 60%를 차지한다. 안정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 예·적금은 30%, 투잡 및 알바는 11%다. 자금마련을 하고 있지 않다는 대답도 36%(복수응답)를 차지한다.

안타까운 것은 투자의 방식이다. 예를 들어 주식투자의 경우 장기분산투자의 원칙을 지키는 정석투자보다는 단기시황 전망에 의한 단타매매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한마디로 주식이나 부동산으로 대박을 터트려서 빨리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다. 2022년에 자본시장연구원이 발표한 ‘코로나19 국면의 개인투자자 매매행태 보고서’에 의하면 코로나 사태 직후인 2020년 3월에서 2021년 2월까지 1년 동안에 전체 개인투자자의 연간평균 매매회전율은 1600% 정도였다. 1년에 평균 열 여섯번을 사고팔았다는 뜻이다. 특히 20대 남성 투자자의 연간매매회전율 평균은 6800%였다. 일주일에 두 번 가까이 사고판다는 뜻이다. 이런 단타매매를 하게 되면,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어쩌다 한두 번은 모르지만 계속해서 성공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해야 할 것이다.

물론 단기 재테크로 돈을 벌어 조기퇴직 하는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렇게 번 돈이 10년, 20년 후에도 계속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게 문제이다. 직장에서 일하면 약간의 부침은 있지만 꾸준하게 월급이 나온다. 그러나 단기 재테크는 계속해서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오히려 돈을 잃을 수도 있다. 또 돈 걱정은 없다 하더라도 중년의 나이쯤 되어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이 없어 공허함을 느끼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생활비 걱정은 없지만 갈 데가 없는 게 가장 큰 고민이라는 것이다. 연금은 영어로 펜션(pension)인데, 이 단어에서 우리가 잘 아는, 놀러 가는 숙박시설 '펜션(pension)'이라는 단어가 나왔다고 한다. 1520년대에 '근무연한에 대한 보수로 주는 정기적인 지불금'이라는 뜻으로 최초로 기록됐다. 그리고 1640년대에 프랑스에서 노후에 연금생활자들이 자기 집 빈방을 싼값에 임대하고, 일도 하고 약간의 이익도 얻으면서 싸게 머물 수 있는 숙박시설도 펜션(pension)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이미 연금(pension)이라는 단어는 '일'과 깊게 연관돼 있다는 뜻이다.

강창희 행복100세자산관리연구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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