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짐 떠안은 부국제 박광수 이사장 "영화계 상황 어렵다"

성하훈 2024. 2. 2.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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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정기총회 통해 정식으로 위촉, 예산 축소- 인사권 갈등 등 난제도

[성하훈 기자]

 지난 1일 부산영화제 정기총회 직후 소감을 밝히고 있는 박광수 신임 이사장.
ⓒ 강기표 집행위원 제공
 
"현재 영화계 상황이 어렵다. 이 상황에서 영화제가 잘 되는 것은 쉽지 않다. 빠른 시간 내 영화제의 현황을 파악하고,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영화제를 위한 비전과 방향성을 말씀드리겠다."  

지난 1월 22일 부산영화제 이사장 후보로 추대된 이후 1일 정기총회를 통해 부산영화제 이사장으로 위촉된 박광수 감독의 소감이다. 그만큼 현재 부산영화제가 처한 상황을 무겁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6월 이후 이사장 부재 상태였던 부산영화제가 2일부터 박광수 이사장의 4년의 임기 시작으로 수장 공백 문제를 해소했다. 하지만 안팎으로 어렵고 불확실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무거운 짐만 떠안은 모양새가 됐다. 권한 분산이라는 혁신위의 결정에 실권 없이 책임만 져야 하는 이사장이 될 수 있다는 안팎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관련기사 : 부산영화제 이사장 후보로 박광수 감독 단독 추대).

일단 가장 시급한 사안은 예산이다. 지난해 109억이었던 부산영화제 예산은 올해 100억 미만으로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의 경우,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지원이 12억 8천만 원이었고,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 지원으로 10억 원 정도를 별도로 받았으나 올해는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영진위 영화제 지원사업 기준으로 부산영화제가 기대할 수 있는 예산은 최대 6억 정도. 영진위 관계자들은 "영화제 지원 예산이 절반 이상 줄어든 상황에서 5억 이상 가져가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하고 있다.

부산시 지원 예산의 경우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난해 추가경정예산을 통한 지원의 비중이 컸기에 올해 추가경정예산이 없으면 지난해 대비 20~30억 수준의 예산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주요 국제영화제 한 실무관계자는 "부산영화제 같은 경우는 10월 영화제가 끝난 직후부터 새해 예산 편성에 적극적으로 대응이 필요한데, 그런 역할이 원활하지 못한 것 같다"며 "이사장 선임이 늦어지면서 대응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사장 선출하고 임추위 구성하는 게 맞아"

특히 모든 책임을 져야 할 이사장이 인사권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주로 외부인사로 구성된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가 집행위원장, 마켓 운영위원장, 이사 선임 지원자를 심사하는 것과 관련, 영화계 안팎에서 문제 제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연말로 활동을 마무리한 혁신위원회는 임추위에 대해 "이사장과 집행위원장을 포함한 주요 임원 선출 과정에서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공모제'와 '임원추천위원회' 제도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책임 없는 사람들이 권한을 행사하는 게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영화기관장을 지낸 한 중견 영화인은 "이사장을 선출하고 이사회를 구성한 후 이사들 중심으로 논의해 임추위를 구성해야 한다"라며 "이후 집행위원장, 마켓 운영위원장을 정하는 식으로 가야 하는 게 정상인데, 지금 부산영화제는 모든 게 거꾸로 가는 것 같다"고 우려를 전했다.

국내 영화제 관계자들은 "임원추천위원 중에 일부 부적절해 보이는 인사도 있는 것 같다"며 "안팎에서 말들이 많아 왜 그런가 싶었는데, 임원추천위원회에 포함돼 있어 우려하는 것 같다"고 걱정을 내비쳤다.
 
 2023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
ⓒ 부산영화제 제공
 
임추위의 폐쇄성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임추위는 외압을 방지하기 위해 보안을 유지해야 한다'는 이유로 임추위원 명단이 공개되지 않았다. 최근 일부 명단이 공개됐지만 적절한 인물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영화인들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혁신위가 "조직 운영의 투명성 제고와 합리적인 인사 제도 도입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이를 위해 정관 및 주요 규정을 개정했다"고 밝힌 것과도 상반된다는 지적이다. 

실제 혁신위와 임추위의 일부 관계자들은 "혁신위와 임추위 참여가 유력했던 인사가 혁신위와 임추위에 참여한 사람은 추후 이사로 선임될 수 없다는 규정을 확인한 후 포기했다"며 "이사 참여를 위한 수순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겉으로는 공모를 통해 이사를 선임한다고 하지만 결국 임추위원이 특정인 선정에 역할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 제작사 대표는 "일종의 비상대책위원회 성격을 띤 혁신위나 임추위가 이사장 선임을 끝으로 모든 활동을 끝내는 게 정상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6월 해촉된 조종국 전 운영위원장은 예고한 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소송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판결이 나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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