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저가 양도’ 혐의 허영인 SPC그룹 회장 1심 무죄

法 “저가 매각할 경제적 유인 없어”
SPC "바른 경영'에 최선 다할 것"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해 계열사 주식을 저가에 양도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강진형 기자aymsdream@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최경서)는 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허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조상호 전 SPC그룹 총괄사장, 황재복 SPC 대표이사에게도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칙적 방법에 따라 양도주식 가액을 정한 행위가 배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들에게 배임의 고의가 인정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증여세 회피 목적과 주식 저가 양도 사이에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아 공소사실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는 거래구조 내지는 지배구조를 해소하기만 하면 그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어서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를 회피하는 것과 양도가액을 얼마로 정할지는 상호 간에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이 사건 공소사실은 그 자체로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허 회장이 주식을 저가로 매각할 경제적 유인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자신 및 아들들에게 부과될 것으로 예상되는 7억원가량의 증여세를 면하기 위해 약 200억원이 넘는 직간접적인 손실을 감수한다는 것은 경제적으로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며 “총수일가의 이익을 고려해 양도가액을 결정하고자 했다면 주식가치를 더 높게 책정했을 것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판시했다.

허 회장 등은 2012년 12월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보유한 밀다원 주식을 취득가(2008년 3038원)나 직전 연도 평가액(1180원)보다 현저하게 낮은 가격에 삼립에 판 혐의로 2022년 12월 기소됐다.

검찰은 해당 거래를 통해 샤니에 58억1000만원, 파리크라상에 121억6000만원의 손해를 각각 입혔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거래는 주식을 팔지 않으면 총수일가에 매년 8억원의 증여세가 부과되는 상황을 막고자 한 것으로, 허 회장은 최근 10년간 74억원을 아낄 수 있었다는 것이 검찰의 결론이다.

검찰은 지난달 8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삼립에 재산상 이익을 주고 총수일가의 이득만 고려한 것"이라며 허 회장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함께 기소된 조 전 SPC 총괄사장, 황 대표이사에게는 각각 징역 3년을 구형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 측은 “오해와 억울함을 풀어주신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며 "SPC그룹은 국내는 물론 해외 글로벌 사업을 통해서도 대한민국 대표 식품기업으로서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바른 경영'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사건과 별개로 최근 SPC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사실상 완승을 거뒀다. 재판부는 2020년 그룹 계열사가 SPC삼립을 부당지원한 혐의로 공정위가 부과한 647억원의 과징금을 전부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