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심상치 않다…‘청룡의 해’ 하이브리드 투자 [스페셜리포트]
채권 가격 저점 기다려라
4.1% 수준부터 분할 매수
2024년 공사채·여전채 매력 떨어져
1분기 단기채로 대응
코스닥 800선이 붕괴됐다.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푸른 용의 해, 주가판도 푸르게 시작하는 ‘웃픈’ 상황이 연출됐다.
새해 첫 달 증시는 2024년 한 해 재테크가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을 예고한다. 전문가들은 2024년 증시는 그 어느 해보다 정교한 투자 전략을 요구한다고 입을 모은다. 투자자들이 가장 싫어한다는 불확실성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어서다.
美 대선 ‘역대급’ 변수…불확실성 ‘쑥’
한국은 물론 전 세계 경제를 좌우할 핵심 변수가 미국 금리 움직임이다. 지난해만 해도 미국이 올해 금리를 속도감 있게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미국이 지난해 4분기 예상치를 뛰어넘는 3.3% 성장률을 기록하자 일단 금리 동결을 택했다.
연준은 1월 31일(현지 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준금리를 5.25~5.5%로 동결했다. 지난해 7월 수준 금리가 반년 이상 이어지게 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은 실업률이 많이 증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완화됐으며 이는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우리의 장기 목표인 2%를 초과하고 있다”며 지속해서 내려갈지도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연준이 이르면 다음번 회의인 오는 3월 첫 금리 인하를 결정하고 이후 최대 6~7차례 추가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해왔다. 그러나 이날 연준 발표 이후 조기 금리 기대감이 크게 낮아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월 31일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3월 금리 동결 가능성을 64% 이상으로 제시했다. 한 달 전보다 50%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반면 금리 인하 가능성은 73%에서 35%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대신 5월 금리 인하 전망이 90%를 웃돌면서 시기가 2달가량 미뤄졌다.
연준은 3월 FOMC 회의에서 올해 기준금리 목표치를 재산정한다. 연준은 지난해 12월에는 올해 기준금리 목표치를 4.6%로 제시하며 3차례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연준이 금리 인하 속도 완화를 암시하며 글로벌 주식 시장은 다시 변곡점에 서게 됐다. 이번 금리 동결 결정 이후 나스닥이 2%나 빠지는 등 전 세계 증시가 맥을 못 췄다. 빠른 금리 인하를 전제로 한 희망적인 분위기도 누그러졌다.
불확실성을 높이는 또 하나의 역대급 변수는 ‘선거’다. 올해 40개국에서 대선과 총선이 치러진다. 대만 대선은 이미 끝났고, 4월 한국 총선이 있다. 2년 가까이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인 인도, 11월 미국까지 줄줄이 선거를 통해 주요 정상의 승패가 가려진다.
세계 곳곳에서 대형 선거가 치러지는 만큼, 그 결과는 세계 인구의 40% 이상인 32억 인구의 삶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블룸버그통신 추산에 따르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2%인 44조달러(약 5경8000조원)가 선거 판세에 좌지우지될 것으로 예상돼 정치·사회뿐 아니라 경제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
한국 경제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칠 선거는 미국 대선이다. 올해 11월 5일 치러질 대선에는 조 바이든 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턴 매치’가 유력하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미국은 대대적인 정책 변화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돼 세계가 큰 혼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례로 트럼프가 재선하면 모든 수입차에 관세를 부과하는 등 무역 장벽을 더 높일 게 분명하다.
전문가들은 안정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수익성 높은 투자처를 찾는 ‘하이브리드(혼합형) 재테크’를 권한다. 불확실성이 높다 해도 주식(위험자산)과 채권(안전자산) 모두에서 기회가 있다는 견해가 적잖다.
케리 크레이그 JP모건자산운용 글로벌 시장 전략가가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주식과 채권 모두 전망이 밝다”고 언급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매경이코노미 선정 베스트 자산컨설턴트(PB)들도 “주식과 채권을 동시에 담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월가의 정석 포트폴리오로 꼽히는 ‘주식 60%, 채권 40%’ 전략도 괜찮다. JP모건은 “60·40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면 올해 7%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며 “올해 주식 수익률은 약간 낮아지겠지만 채권 수익률은 약간 더 좋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이브리드 재테크 전략
[1] 주식 투자법
‘국장’ 더해 ‘美장’ ‘中장’ 분산 투자
‘저PBR주’ 의외의 주도주 급부상
주식은 그 어느 때보다 ‘분산 투자’가 필요하다. ‘국장(국내 증시)’만 투자하는 시대는 끝났다. 한창 상승세를 달리는 미국은 물론 바닥론이 나오는 중국 증시도 살펴야 한다는 조언이다. 여러 국가에서 다양한 산업의 종목을 담아야 한다는 의미다.
일단 미국 증시에서 투자 종목을 찾아야 한다. 외국계 기관이 국내 주식 시장에서 장기 투자자금을 거둬가고 있는 만큼 한국 증시 수급 사정이 안 좋아서다. 반면 미국 증시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중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 이후 상승세가 꺾이고 1월 상승 이후 2월까지 강세를 이어가기는 힘들다는 의견이 있다. 그래도 ‘빅테크’를 중심으로 미국 우량주에 대한 관심을 내려놓기는 이르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례로 MS(마이크로소프트)는 인공지능(AI)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상승세를 탔다. MS는 시가총액이 3조달러를 넘어서며 애플을 제치고 시총 1위에 올랐다. 주요 금융사들은 MS의 목표주가를 잇달아 올리는 중이다.
미국 헬스케어에 주목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기술주 쏠림으로 가려진 저평가 산업을 찾는 차원이다. 이재욱 얼라이언스번스틴(AB)자산운용 주식부문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고성장 헬스케어 업종의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은 매력적인 수준”이라며 “고령화 심화로 증가하는 의료 시술·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헬스케어 업종의 추세적 성장을 뒷받침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I가 진료, 진단, 신약 개발 분야 등에 적용되는 상황도 반영될 것”이라고 했다.헬스케어 업종의 특성상 경제에 대한 민감도가 낮은 점도 장점이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약세를 이어가던 중국 주식을 담아야 한다는 ‘역발상’ 전략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랜드류 래핑 랜모어 펀드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는 “S&P500이 20% 이상 상승할 동안 항셍지수는 30% 하락했는데, 펀더멘털(기초체력) 차이로만 설명하기 어렵다”며 “중국이 부양책을 내놓고 있는데 지금이 저점 매수의 기회”라고 주장했다. 프랑스 자산 운용사 아문디는 중국 주식 중 양자컴퓨팅과 인공지능 부문이 유망하다고 봤다. 에너지 전환과 관련한 전기차와 광산주도 추천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소비자, 인터넷 산업과 같은 팬데믹 회복 수혜 업종과 은행, 보험사, 유틸리티 같은 방어주를 보유하는 ‘바벨 전략’을 추천했다.
어느 나라든, 어느 산업이든, 어느 기업이든 2024년 투자의 전제조건은 펀더멘털이다. 미국 ‘매그니피센트7’ 기업들 사이에서도 실적에 따라 희비가 갈렸다는 점이 이를 말해준다.
이재욱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거시경제적 불확실성이 예상되는 환경에서는 우량성이 높고 경제 민감도가 낮은 종목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주식 시장 연착륙 가능성이 높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도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지만 예상치 못한 불확실성이 등장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우량주는 경제 불·호황에 상관없이 타 주식 대비 안정성이 높아 꾸준한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들어 실적 전망치에 부합하지 않은 기업들은 주가가 떨어질 수 있으므로 기업 실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 역시 주가 하락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정부 정책주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최근 증권가는 때아닌(?) ‘저PBR(주가순자산비율)’ 붐이 불고 있다. 금융과 자동차, 지주, 유통, 유틸리티 등 PBR이 낮은 업종 지수가 크게 올랐다. 대체로 시장 관심 밖에 있던 업종이 며칠 만에 증시를 이끄는 주인공이 됐다.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2024년 업무 추진 계획 속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이다. 증권가에서는 딱히 주도주가 없는 가운데 테마주가 ‘발굴됐다’고 표현할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PBR이란 회사가 보유한 자본 대비 시가총액이 얼마나 큰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회사 시총이 회사 자산 가치보다 작은지 큰지를 따진다. 회사 자본과 시장 값어치가 같으면 PBR은 1배다. PBR값이 크면 시장에서 해당 기업이 실제 가치에 비해 고평가됐다는 뜻이다. 1보다 작을 경우에는 저평가다. PBR은 통상 가치주를 발굴할 때 활용됐다. 우리나라 코스피 평균 PBR(확정 실적 기준)은 0.91배다. 2022년 6월 이후로 1배를 넘어선 적이 없다.
[2] 채권 투자법
국채는 장기채…4월 매수 적기
A급 회사채 ‘굿’…코코본드 주목
올해는 주식보다 비교적 안전한 투자처로 채권을 포트폴리오에 넣어야 한다. 속도와 상관없이 올해 금리 인하가 확실한 만큼, 단기채보다는 장기채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집중된다. 금리와 가격이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특성상 금리 인하기에는 채권 가격 상승으로 자본 차익을 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매수 시점에 대해서는 조금 더 기다려도 괜찮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오는 4월에 장기채를 매수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지난해 말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급격히 퍼지며 시장금리가 급격히 내려간 탓에 올해 1분기 말까지 금리가 소폭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리가 올라가면 채권 가격이 하락해 조금 더 낮은 가격에 투자자가 매수할 기회가 생긴다.
실제 지난해 말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3.7%대까지 내려간 바 있다. 지난해 10월 금리가 4.8%를 웃돌았던 점을 감안하면 낙폭이 크다. 그러나 올 들어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다시 4%를 넘어섰다. 당초 시장이 기대한 것처럼, 오는 3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내리기 시작할 가능성이 갈수록 낮아져서다.
전문가들은 4월까지 단기채로 대응할 것을 조언한다. 김상훈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금리 인하에 대한 방향성은 뚜렷하지만 기준금리가 내려가기 전 시장금리는 1분기 말에서 2분기 초 정도에 일시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며 “반등 수준을 미국채 10년물 기준 4.3% 정도라고 예상하면 4.1% 수준부터는 조금씩 분할 매수할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전까지는 단기채로 대응하다가 장기물 금리가 반등할 때 장기채로 갈아타는 전략이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국채도 하이브리드 투자법에 적당하다. 미국채 투자에 비해 환손실 우려가 없다. 또한 올해 한국 국고채가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키운다.
오는 3월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반기보고서에서 편입 확정이 발표된다. 실제로 인덱스에 편입되는 시점은 오는 9월이나, 3월부터 액티브 자금이 먼저 흘러 들어오며 외국인 수급이 개선될 전망이다.
회사채 중에서는 은행이 발행하는 ‘코코본드(신종자본증권)’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은행이 자본 확충을 위해 발행하는 코코본드는 후후순위채, 영구채인 점 등이 반영돼 다른 회사채와 비교해 금리 수준이 높은 편이다. 최근 신한금융지주가 4000억원 규모로 발행한 코코본드의 발행 금리는 5년 만기 국고채 금리에 1.16%를 가산한 4.49%로 결정됐다. 반면 공기업이 주택이나 도로건설 등 고유 사업 경비에 충당하기 위해 발행하는 공사채는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다.
여신전문금융회사가 발행하는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부담으로 가격 변동성에 노출돼 있다는 점에서 선호도가 떨어진다.
만약 회사채 투자를 고려한다면 금리와 안정성을 모두 잡을 수 있는 신용등급 ‘A+’ 또는 ‘A’ 수준을 선택하라는 것이 전문가 조언이다. 김상만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만약 ‘A-’ 등급의 회사채라면 ‘B’까지도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며 “어느 정도 신용도가 받쳐주면서 금리도 적당한 ‘A+’나 ‘A’ 등급 회사채가 ‘중위험 중수익’ 전략으로 투자자에게 적당한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3] 펀드 투자법
성장·배당주 동시 담아야
결합형 ETF로 한 방에 해결
성장주에 투자하는 동시에 안정적인 배당수익을 받을 수 있는 ‘하이브리드’ 금융상품이 대거 쏟아졌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프리미엄’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TIGER 미국배당+7%프리미엄다우존스 상장지수펀드(ETF)’ ‘TIGER 미국배당+3%프리미엄다우존스 ETF’ ‘TIGER 미국테크TOP10+10%프리미엄 ETF’ 등 3종으로 구성된 이 상품은 강한 기초체력을 가진 미국 기업에 투자하면서 매월 높은 수준의 분배금을 지급한다.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노린 상품으로, 지난 1월 25일 기준 3종 순자산 총합이 3500억원을 넘어섰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전 세계 최초로 도입한 ‘+% 프리미엄’ 전략은 콜옵션(미리 정한 가격으로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을 100% 매도하는 일반적인 커버드콜 ETF와 달리 목표한 프리미엄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매도 비중을 조절한다. 이로 인해 기초지수의 연평균 배당수익률에 각각 일정 비율(+%)을 더한 배당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테슬라 인컴 프리미엄 채권혼합 액티브 ETF’도 유사한 상품이다. 비교적 주가 변동성이 큰 테슬라 주식을 바탕으로 매월 안정적인 배당수익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테슬라 주식을 매수하면서 주식 콜옵션을 매도하는 커버드콜 전략을 취한다. 운용자산의 30%를 테슬라 커버드콜로 채우고, 나머지 70%는 국내 종합채권을 편입한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최근 나오는 결합형 ETF는 약세장에 방어력이 높은 우량 배당주와 높은 상승 여력을 지닌 빅테크 종목에 두루 투자할 수 있도록 밸런스를 갖춘 게 특징”이라며 “투자자는 변동성이 커지는 주식 시장에서도 안정적인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 불안할 땐 최고 안전판
금 수요 늘며 추가 상승 무게
증시 불안이 이어지며 안전자산으로 눈길을 돌리는 투자자도 상당수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 가격은 최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1월 16일 KRX 금 시장에서 순도 99.99% 골드바 1㎏ 현물 가격은 1g당 8만7730원에 거래를 마치며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국제 가격도 마찬가지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 가격은 지난 12월 4일 장중 온스당 2130.2달러까지 오르며 신고가를 썼다. 이후 국제 금 가격은 200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미 금 가격이 치솟았지만,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금리가 내려가며 금에 대한 수요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여기에 올해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선거가 진행되는 등 불확실한 정세가 계속될수록 금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UBS는 금 가격이 최근 단기 변동에도 불구하고 연말 온스당 225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1월 31일 기준 국제 금 가격이 온스당 2067달러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0%가량 상승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증권가 분석도 비슷하다. 오재영 KB증권 애널리스트는 “금 가격은 미국의 금리 인하가 반영되기 시작할 2~3분기 추세적으로 상승할 전망”이라며 “조기 금리 인하 시에는 더 빠른 가격 상승 반영도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목표 가격은 온스당 2400~2550달러로 제시했다.
이 같은 전망에 금 관련 ETF에도 개인 투자자 자금이 쏠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올해 1월 국내 유일한 금 현물 ETF인 ‘ACE KRX금현물’을 75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최근에는 금 채굴 기업을 담은 ETF도 등장했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지난 1월 18일 국내 최초 금 채굴 기업 관련 ETF인 ‘HANARO 글로벌금채굴기업’을 선보였다. 글로벌 금 채굴 관련 51개 종목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기초지수는 ‘NYSE 아크라 골드 마이너 지수’다.
박승진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금 채굴 기업 ETF는 금에 직접 투자하는 방법과 비교해 증시 분위기에 영향을 받는다”며 “편입 기업의 배당 지급 때 주가 상승에 따른 자본 차익 외 분배금을 통한 수익이 발생한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예적금은 올해도 ‘오케이’다. 금융 시장과 부동산 시장이 모두 위축되며 수신 금리가 높은 시중은행의 예·적금 상품도 주목받는다.
KB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3년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투자 금액을 늘릴 계획인 한국 부자의 경우, 예·적금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응답이 24%로 가장 많았다. 21%를 기록한 주식보다도 더 매력적인 투자처로 꼽았다. 지난해 보유율이 가장 높은 자산 역시 예·적금이 94.3%로 나타났다. 이는 1년 전보다 9.8%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올해도 시중은행이 다양한 특판 상품을 내놓으며 예·적금 상품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새해를 맞아 연 5~7% 금리를 제공하는 특판 상품이 줄줄이 등장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1월 4일부터 은행권 최고 수준인 연 7% 금리를 제공하는 ‘우리 퍼스트 정기적금’을 내놨다. 신한은행도 신한금융그룹 통합 앱 전용 상품인 ‘신한 슈퍼SOL 포인트 적금’을 선보였다. 기본금리 연 2%에 우대금리 최고 연 3%를 더해 최고 연 5%의 이자를 준다. 하나은행은 ‘주거래하나 월복리 적금’에 최대 연 4.8% 금리를 지급한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6호 (2024.02.07~2024.02.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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