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오셨는데" 울먹인 딸…6.25참전 병사, 74년 만에 집으로
1951년 9월 고(故) 김종기 이등 중사(현 계급 병장)는 강원도 철원군의 ‘734고지’ 산등성이에서 숨을 거뒀다. 6.25 전쟁 당시 국군과 중공군이 강원도 중부 요지인 734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피의 공방을 벌였던 전장이었다. 당시 두 살 배기 딸 무순(현재 73세)씨와 아내를 남겨 둔채였다.
국방부 유해발굴단(국유단)은 2일 “지난 2021년 강원도 철원군에서 수습된 6.25전쟁 전사자 유해의 신원이 국군 2사단 소속의 김종기 이등중사로 확인돼 고인이 74년 만에 가족의 품에 돌아가게 됐다”고 밝혔다. ‘호국 영웅 귀환 행사’가 지난 1일 부산 사하구의 딸 김씨의 자택에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국유단에 따르면 고인은 1924년 경상북도 청도군에서 4남 4녀 중 셋째(차남)로 태어났다. 큰 형이 지병으로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뒤로는 부모님을 도와 농사를 지으며 장남 노릇을 했다. 결혼해선 슬하에 딸 하나를 얻었다.
그로부터 얼마 뒤 6.25 전쟁이 터졌고, 고인은 망설임 없이 대구의 제1훈련소로 자진 입대했다. 그 때가 1950년 9월이었다. 이후 약 1년 동안 고인은 국군 제2사단에 배치 돼 경기 ‘포천-평강 지구’의 인민군 소탕 작전, 경북 영천, 영덕, 울진 및 영양 공비 토벌 작전, 청계산-백운산 진격전 등을 거쳤다.
그는 1951년 8월부터 ‘734고지 전투’에 투입돼 대규모 중공군을 저지하다가 한 달 뒤인 9월 2일 전사했다. 당시 28세의 나이였다.
‘734고지 전투’는 강원 철원군 적근산과 김화읍을 연결하는 중부 전선의 주요 지역인 734고지를 확보하기 위해 국군과 중공군이 한 달 여에 걸쳐 접전을 벌인 곳이다. 당초 735 고지였는데, 포격이 워낙 심해 고지가 1m 낮아지면서 734고지로 이름이 바뀔 정도였다. 9월 2차 공세에선 2사단 32연대 7중대가 중공군 5개 중대에 포위된 상태에서 백병전을 벌여 사수한 고지이기도 하다.
고인의 딸 김씨는 “국유단에서 연락이 오기 하루 전날 꿈속에서 아버지를 만나 펑펑 울었다”면서 “그러고 나서 연락이 와 귀신한테 홀린 듯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머니가 한평생 아버지만 그러워하다가 돌아가셨다”면서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두 분을 합장해 꿈에 그리던 해후가 이뤄졌으면 좋겠다. 아버지의 유해를 잊지 않고 찾아준 국유단에 정말 감사하다”며 울먹였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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