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사람들' 공감 방정식 "서로의 어둠 바라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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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진실이라고 믿는 것에 많은 사람이 공감한 듯하다. 세계적으로 깊게 연결되며 유대를 느낄 수 있었다(스티븐 연)."
이성진 감독과 배우 스티븐 연이 밝힌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의 승승장구 동력이다.
스티븐 연은 "수상을 예상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저 희망할 뿐"이라면서 "결과적으로 가장 깊이 느낀 건 감사였다. 진실이라고 믿는 이야기를 했는데 사람들이 뜨겁게 반응해줬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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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감독 "어두운 마음 솔직하게 조명"
스티븐 연 "나 자신마저 내려놓고 연기"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는 것에 많은 사람이 공감한 듯하다. 세계적으로 깊게 연결되며 유대를 느낄 수 있었다(스티븐 연)."
"많은 사람과 마음이 통한 건 각 배역 안에서 (시청자가) 자기 모습의 일부를 봤기 때문이다(이성진 감독)."
이성진 감독과 배우 스티븐 연이 밝힌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의 승승장구 동력이다. 하나같이 공감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여겼다. 이들은 2일 화상 기자간담회를 통해 잇따른 수상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성난 사람들'은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 미니시리즈·TV영화 부문 작품상과 남녀 주연상을 포함해 8관왕을 달성했다. 골든글로브와 크리틱스초이스 시상식에서도 모두 작품상과 남녀 주연상을 휩쓸며 지난해 최고의 작품 가운데 하나로 부상했다.
이 감독은 "벤 다이어그램으로 한쪽에 나를 괴롭히는 자기 의심, 다른 한쪽에 고삐 풀린 나르시시즘(자기도취)을 그리면 중간에 나오는 교집합이 예술이라는 이야기가 있다"며 "저도 양쪽을 오갔다"고 운을 뗐다. 이어 "'남들이 내 예술에 얼마나 관심이 있을까?' 싶다가도 세상 모든 상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성난 사람들'은 그 중간쯤에 도달한 듯하다"고 밝혔다. 스티븐 연은 "수상을 예상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저 희망할 뿐"이라면서 "결과적으로 가장 깊이 느낀 건 감사였다. 진실이라고 믿는 이야기를 했는데 사람들이 뜨겁게 반응해줬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성난 사람들'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 가난한 남자 대니(스티븐 연), 남편과 소원해져 우울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부잣집 여자 에이미(앨리 웡)가 운전 중 서로 시비가 붙어 벌어지는 일을 그린 블랙코미디 드라마다. 지난해 4월 넷플릭스에 공개돼 시청 시간 10위권에 5주 연속 이름을 올리는 등 세계적으로 흥행했다. 분노를 다스리지 못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흡입력 있게 풀어냈다는 호평도 받았다.
밑바탕에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살아온 이 감독의 경험이 있다. 예컨대 작품 초반 나타나는 자살 충동은 그가 실제로 겪었던 감정을 녹여낸 것이다. 이 감독은 "마음속에 깊이 감춰져 있는 어두운 부분을 솔직하게 조명하고 싶었다"며 "서로의 어두운 부분을 바라보면서 비로소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작품으로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가 가진 내면의 어둠을 남에게 보여줬을 때야말로 서로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진행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스티븐 연은 이 감독의 의도를 정확히 읽어내고 생동감 넘치게 표현했다. 그 또한 한국계 미국인이다.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나 다섯 살 때 가족과 함께 건너갔다. 오랜 시간 이민자로서 고독과 외로움을 겪어야 했다. 뼈아픈 경험은 연기의 자양분이 됐다. 대니가 느끼는 무력감을 그대로 표현해내며 시청자의 공감 폭을 넓혔다. 그는 "연기할 때 나 자신만큼은 통제해왔는데 이번에는 모든 걸 내려놓았다. 낯선 접근이라 두렵기도 했으나 끝까지 밀고 나가 이해받고 사랑받는 배역을 만들 수 있었다"고 복기했다. 이어 "멀고 긴 길을 걸어오며 나 자신을 더 잘 알게 됐다"며 "과거의 나를 만날 수 있다면 '괜찮아, 마음 편하게 먹어'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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