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은 여전히 비닐이면서... 기업의 '그린워싱' 아시나요

전미경 2024. 2. 2.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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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 환경주의', 이미지 변신만 꾀하는 눈속임은 지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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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경 기자]

▲ 종이빨대 음료뚜껑 비닐 포장을 뚫지 못하는 종이빨대
ⓒ 전미경
[기사 수정: 2월 3일 오후 4시 10분] 

점심을 뭘 먹을까 하다 배달앱을 살폈다. 며칠 전 1인분 주문이 가능했던 갈치조림을 재 주문할까 하다 관뒀다. 전에 1인분 주문을 해주던 꼬막집이 고마워 두 번째 주문했는데 거절이 자꾸 되길래 앱에 문제가 있는 줄 알고 전화했더니 1인분 주문은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갈치조림 역시 2인분 이상 가능이라고 되어 있으니, 다시 주문하면 한 소릴 들을까 싶어 관뒀다. 근처 식당 대부분은 1인분은 포장해 주지 않는다. 이유를 물었더니 '용기값도 안 나온다'길래, 용기값을 드리겠다고 해도 식당 측은 거절했다. 환경을 생각하면 1회용품 사용을 자제하는 게 맞긴 하다. 포장해온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를 버리는 것도 일이니까.

결국 1인분이 가능한 햄버거를 주문했다. 정크 푸드를 좋아하진 않지만 어쩌다 한 번은 먹을 수 있으니. 배달 무료쿠폰이 있을 때 사용하자 마음 먹었다. 30분 후 도착했다는 실시간 메시지가 떴다. 초인종을 기다렸는데 울리지 않아 살며시 문을 열어보니 문옆에 놓여있다. 

버거를 먹기 전 음료수에 빨대 포장을 벗겨 꼽는데 빨대가 음료수 비닐 포장을 뚫지 못한다. 자세히 보니 종이빨대다. 음료수 포장은 비닐이고, 종이빨대 끝은 타원모양이니 힘을 받지 못하는 거다. 자칫 잘못했다간 쏟아질 우려가 있어 결국 빨대를 포기하고 가위를 사용해 비닐뚜껑을 개봉했는데 문득 "이런 거 다 그린워싱이야"라고 말하던 대학생 조카 지나가 생각났다.

그린워싱(Greenwashing)은 기업이 실제로는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광고 등을 통해 친환경적인 이미지만을 내세우는 기업의 행위를 말한다. 즉 '위장 환경 주의'로 포장한 눈속임을 뜻한다.

용기는 여전히 플라스틱인데... 이미지 세탁 위함인가 

조카는 봉사활동 갔다가 아이들 주려고 모회사 음료에 빨대를 꽂는데, 종이빨대가 들어가지 않아 힘들었다고 한다. 자신뿐 아니라 다른 봉사자들도 마찬가지여서 결국 모두 가위를 사용해 모퉁이를 자른 뒤 빨대를 꽂았다고 한다. 많은 회사들이 환경을 생각한다면서 종이빨대를 내놓고 있지만, 포장은 여전히 비닐이라며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모가 기사로 좀 써줘"라고 당부했었다. 

찾아보니 과거에 벨기에 연구진의 연구를 토대로, 종이빨대가 플라스틱 등 다른 재질로 만들어진 빨대보다 유해물질이 들어있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이미 나온 바 있었다(2023년 8월25일자 비즈니스포스트, <'친환경' 종이빨대의 역설, 플라스틱 빨대보다 유해물질 많다> 기사 참조). 

다만 여기엔 반론도 있다. 3개월 뒤 나온 기사에서는 국내 연구를 기반으로 이를 반박했다. 앞선 연구로 논란이 제기되자 국내 연구진이 국내 가맹점 수 기준 상위 7개 업체의 종이 빨대들을 모아 분석했으며 그 결과 위해성이 큰 성분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보도가 있었다(2023년 11월 17일자 SBS 기사 참조 "몸속에 유해물질" 종이빨대의 배신?…카페·편의점 보니>)  국내 제지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어 환경이 다른 벨기에와 국내의 제품을 비교하는 건 지나치다는 주장 또한 나왔다. 

이런 보도를 접할 때면 소비자로서는 매우 혼란스럽다. 많은 회사들이 여전히 친환경이라고 내세우는 행동들이 정말 환경을 위한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작 음료를 담는 용기는 비닐과 플라스틱이 여전히 많은 탓이다.  

나 역시 환경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시민기자가 되어 기사를 쓰기 시작하면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 말로는 환경을 생각하면서 친환경을 표면 한 생활 속에서 여전히 많은 무지를 경험한다. 최근엔 흙에서 썩는다는 친환경 비닐봉지가 나왔지만, 이 또한 물건을 넣으면 금방 찢어져서 실효성이 없다. 기업들의 그린워싱은 환경을 오히려 저해하는 요소기에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2인분 이상 가능임에도 1인분 주문이 가능했던 식당에는 일회용 용기 대신 그릇을 가져가 볼까 싶다. 동네에서 그렇게 하는 분을 본 적이 있어서다. 아주머니 한분이 식당 앞에 냄비를 들고 계시기에 용도가 궁금해 여쭸더니 음식 담아갈 거라고 한 기억이 난다. 괜찮은 방법이라 생각했다.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환경에 실익이 된다면 얼마든지 실행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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