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에서 놀이찾는 겨울일상, 섭씨 1도쯤 낮아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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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민신문 송미란]
▲ 나무를 모두 벤 산 모습. |
ⓒ 용인시민신문 |
요즘 같은 날씨는 정원 나무들의 생사를 확인하러 가는 것도 고통스러울 만큼 춥다. 따뜻하게 난방한 집 안에 있다가 현관문을 여니 코가 떨어져 나갈 듯한 찬바람이 몸을 감쌌다.
거실 창가에 앉아 바라보는 바깥 풍경은 햇살을 받아 황금빛으로 물들어 영하의 추운 날씨라고 짐작되지 않았다. 하지만 현관문을 여는 순간, 눈으로 보던 바깥 풍경과 피부로 느껴지는 괴리감에 때때로 배신감마저 느낄 때도 있다.
차에 타자마자 시동을 켜고 히터를 틀고, 시트 히터도 켜며 내 몸에 한치의 냉기도 허락하지 않으려 부단히 애를 쓴다. 건물에 들어가서도 그 노력은 그치지 않고 얼른 난방기를 켜고 풍량을 최대로 높이며 따뜻한 온기가 빨리 채워지도록 버튼을 마구마구 누르곤 한다.
전원만 켜면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너무나 쉬운 시스템 덕분에 쉽게 난방을 해서 그런지 더욱 추위를 견디기 힘들어한다.
어릴 적(국민학교 시절) 우리집 난방은 나무를 때는 아궁이 온돌이었다. 추워지기 전에 땔나무를 준비해야 했고, 불쏘시개로 사용할 갈잎도 자루에 모아놔야 했다.
땔감은 아버지가 산에 가서 지게로 한 짐 해오면 오빠들이 도끼질로 불 때기 좋은 크기로 잘라 담벼락 옆에 쌓아 놓았다. 갈잎은 놀이 삼아 산에 놀러가 친구들과 자루에 담아 끌고 내려왔다.
어른 키보다 높이 쌓인 장작더미를 보며 겨울 준비 다 했다고 한시름 놓으시는 부모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아른거린다. 생각해 보면 땔감을 하러 가는 것도 힘든 일이었고, 새벽마다 일어나 불을 때야 하는 것도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었을 듯하다.
새벽에는 엄마가 일어나 불을 피우고 아침을 준비한다고 해도 저녁 아궁이 불은 대부분 아이들 몫이었다. 마을 어귀에서 찬바람을 헤치며 놀다가도 어스름 저녁만 되면 친구들이 하나, 둘 불을 때러 집으로 돌아갔다.
▲ 아궁이 불을 대체한 필자 집의 벽난로 |
ⓒ 용인시민신문 |
지금처럼 버튼만 누르면, 다이얼만 돌리면 집이 금방 따듯해지는 편리함과 거리가 멀었지만, 그 시절엔 당연한 일상이었기에 힘들지 않았다는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아궁이 온돌은 도시가스나 LPG로 대체 되어 손쉽게 난방할 수 있다. 번거로움과 수고가 사라지고 편리함이 자리를 잡았다.
어린 시절 아궁이 불의 추억은 벽난로로 대체되었지만, 애써 나무를 할 필요 없이 돈만 있으면 된다. 예쁘게 쪼개진 벽난로용 장작을 구입하면 겨울 준비 끝이다. 이 나무가 어느 산에서 자란 것인지 알 수 없었고, 딱히 궁금하지도 않았다. 아마도 내 노동이 직접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요즘 우리 동네(경기 용인 처인구 원삼면)는 대규모 반도체 단지 조성을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지난 가을까지 멀쩡하게 서 있던 나무들이 벌목되었고 시나브로 산이 사라졌다.
겨울을 위해 구입한 우리집 장작 또한 어느 산에서 베어진 나무, 사라진 혹은 사라질 산에서 나왔을지 모르겠다는 상상을 하니 마음이 허해졌다. 1°C 쯤 낮아도 괜찮으니 아껴야겠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협동조합 숲과들 활동가입니다.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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