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녀의 역사, 1791년에 최초 언급된 '이 단어'
[완도신문 정지승]
바다 속에서 해산물을 따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여성을 해녀라고 부른다. 일본과 우리나라에만 기록이 존재한다. 해녀어업문화는 제주도가 자랑하는 여성공동체문화다. 1932년 제주해녀항일운동은 제주도민의 생존권투쟁이 확대된 결과다. 그 여성연대운동이 알려지면서 해녀어업문화의 중요성이 인정돼 국내의 해외문화재 등록 중 19번째로 해녀어업은 인류무형문화재에 등록됐다.
제주도 해녀어업은 2015년 국가중요어업유산 제 1호 등록에 이어,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록되면서 2017년 국가무형문화재 제 132호로 까지 등록했다. 해녀어업은 이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해양문화유산 중 하나다. 세계에 빛나는 제주도만의 해양문화유산이 된 것이다.
해녀어업은 세계적으로 그만큼 특별하고 희귀한 해양문화로 손꼽힌다. 제주도에서는 해녀를 '잠녀'로, 해남을 '잠수'라고 불렀다. 해녀가 잡는 귀한 해산물은 전복이었다. 자연산 전복은 크기가 굵고 힘이 세서 채취과정에서 종종 사고가 발생했다. 숨 고르기 하는 전복을 따려고 무심코 손을 내밀었다가 빨판에 손이 닿아 그대로 바위에 달라붙어서 수면위로 못 나오는 경우가 생겼다. 그래서 힘이 센 남성들이 주로 전복을 채취하는 일을 도맡았고, 여성들은 낫을 이용해 미역 등 해조류를 채취하며 바다에 굴러다니는 소라를 건져내는 일을 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016년 해양문화유산 등재에 고심이 컸다. 일본 역시 자국의 해녀를 유네스코 유산으로 등재하려고 서둘렀기 때문이다. 일본 도바시의 바다박물관에서 발행한 책자에는 산소 호흡장치 없이 잠수해서 해산물을 채취하는 해녀문화는 지구상에 제주도와 일본 열도 2곳에만 있다고 소개했다.
일본은 해녀를 '아마'라고 부른다. 일본 18개 현에는 2000여 명 해녀가 있다. 미에현의 시마반도에는 761명으로 일본에서 해녀가 가장 많다. 일본 학계에서는 3000년 전 미에현 도바시 시라하마 유적에서 다량의 전복껍질과 사슴뿔로 만든 해산물을 채취하는 도구인 빗창이 출토되어 선사시대부터 해녀가 존재한 것으로 추정했다.
일본 왕실 법도인 엔기시키에는 '시마국에 해산물을 진상하는 가즈키메(潛女)는 30명이다'라고 기록하는 등 8세기에 잠녀라는 글자가 문헌에 등장한 것도 있다. 고대 헤이안시대에서 근대에 이르기까지 해녀들은 일본 3대 신궁의 하나인 미에현에 있는 이세신궁에 전복 등 해산물을 진상했다고.
우리나라 해녀의 존재는 삼국사기 고구려본기 문자왕 13년(503년) 문헌을 통해 처음으로 등장했다. 삼국시대 여러 정사에서는 해녀가 진주 캐는 사람으로 묘사돼 왔다. 고대에는 전복에서 진주를 채취했던 것.
물질 방법은 일본과 한국이 서로 다르다. 이와 비교해 제주해녀는 철저한 여성공동체문화로서 물질기술에 따라 상·중·하군으로 위계질서가 있는 잠녀회로 자리 잡았다. 제주해녀는 타고난 잠수기술과 작업의 효율성 덕분에 일본과 중국, 러시아와 블라디보스톡까지 활동범위를 넓혔다. 1930년대 국내와 해외 원정 간 해녀는 대략 5000여 명에 이른다고 전한다.
한편, 선사시대 사수도 해역에는 전복을 채취한 사람들이 살았다. 신석기시대 고대인이 전복을 먹은 흔적을 2005년 여서도 패총에서도 발견했다. 그 조사와 학술연구가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 완도군의 고대해양문화는 세간에 더 큰 관심거리가 됐을 것이다. 여서도 패총유적에서 발견한 전복껍데기는 선사시대 섬사람들의 생활상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다. 그것을 생각할수록 섭섭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문화예술활동가입니다. 이 기사는 완도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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