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미상 8관왕 '성난 사람들' 이성진 감독·스티븐 연 "자신 있었다" [D:현장]

이성진 감독 "조만간 새 작품으로 돌아올 것"

'성난 사람들'의 이성진 감독과 스티븐 연이 전 세계인들과 내면의 어두움을 주제로 유대감을 이뤘다.

2일 오전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영제 BEEF)의 이성진 감독과 배우 스티븐 연이 화상 간담회를 진행했다.

ⓒ뉴시스

'성난 사람들'은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재미동포 도급업자 대니 조(스티븐 연)와 삶이 만족스럽지 않은 베트남계 미국인 사업가 에이비 라우(앨리 웡) 사이에서 벌어진 난폭 운전 사건을 블랙 코미디로 그린 이야기다. 지난 달 15일 개최된 제75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미니시리즈·TV영화 부문 작품상을 시작으로 감독상·작가상·남우주연상·여우주연상 등 총 8관왕을 휩쓸었다.

이성진 감독은 '성난 사람들'로 전 세계 대중을 사로잡은 이유에 대해 "캐릭터들 안에서 각자 자신의 일부를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스티븐 연과 초기부터 이 부분을 가지고 많은 이야기를 했다. 상대의 어두운 곳을 바라볼 때 비로소 이해하는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 부분을 많이 공감해 주신 것 같다"라고 밝혔다.

스티븐 연은 "이런 주제를 표현할 수 있는 일부가 돼 감사하다. 전 세계적으로 깊이 연결된 순간들을 느낄 수 있어 기분이 좋다"라고 말했다.

이성진 감독은 "어느 날은 '우리 작품에 아무도 관심 없어'라고 생각하다가 또 어느 날은 '우리가 모든 상을 다 탈 것'이라는 기분이 든다. 지금은 그 중간 어디쯤이다"라며 "내가 속한 공동체, 동료들, 예술가들에게 인정 받는 건 기쁜 일이다. 겸허한 마음을 갖고 처음 시작했을 때 어땠는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생각하게 된다. 최대한 감사한 분들에게 표현하려 한다"라고 8관왕 수상 소감을 전했다.

스티븐 연은 '성난 사람들'의 대니 역으로 올해 에미상에서 골든글로브에 이어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한국계 배우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건 스티븐 연이 처음이다. 그는 "이 작품이 만들어가는 과정과 이야기에 깊이 관여했고 서로 무슨 생각 하는지 알고 있었고 의도에 자신 있었다. 그래서 처음 작품이 나왔을 때 느낀 건 감사함이었다"라고 전했다.

또한 국내 배우 최초로 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송강호와의 비교에 "의도는 감사하지만 말도 안 되는 비교다. 되돌아보면 먼 길을 지나왔다. 이전보다 내가 누구인지 조금 더 알게 됐고, 제 자신을 품어주고 받아들이게 됐다. 제 안에 있는 건 감사함 뿐이다"라고 솔직하게 밝혔다.

스티븐 연은 대니란 캐릭터가 모두가 가진 수치심을 집약한 인물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대니의 특징은 몹시 무력하다는 점이다. 통제력을 가지고 있지 않고 무력함을 느끼는데 저 역시 공감했다. 왜냐하면 저 역시도 가장 불안하다고 느낄 때가 제가 전혀 통제할 수 없는 상황 무력하다고 느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배우로서 연기할 때 선택권이 주어진다. 예를 들면 내가 통제권이 잃어버린 사람을 하고 있지만 배우인 나 자신은 통제력이 있어야 연기를 할 수 있다. 마치 화면 속에 내가 시청자들에게 윙크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대니는 그렇게 접근하면 안 됐다. 배우인 나조차도 통제력을 잃어버리고 모든 걸 내려놓아야 했다. 그랬기 때문에 두려움이 있었다"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성난 사람들'은 에미상 시상식에서 한국계 감독이 연출하고 한국계 배우들이 주요 출연진으로 출연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성진 감독은 한국의 뿌리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미국에서 한국계 미국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작품에 유기적으로 녹아들었다. 제가 실제로 사는 것도 비슷하다. 늘 주제를 생각하며 살진 않지만, 주제 자체가 제 안에 깊이 박혔었다. 앞으로 제가 만들 작품에 녹이고 싶은 주제다"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성진 감독은 "그 동안 많은 성원과 지지를 보내주셔서 감사하다. 지난해 8월 한국에 갔는데 한국에서도 '성난 사람들'이 공감을 샀다는 게 특별하게 다가왔다. 조만간 다른 작품으로 돌아오겠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스티븐 연은 "이 작품을 통해 전 세계, 특히 한국과 연결될 수 있어 기뻤다. 굉장히 멋지고 보람 된 일이었다"라고 감사함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