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커 논객' 김준일 뉴스톱 대표, 회사 떠난다

김시연 2024. 2. 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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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정치적 부담과 재정난 이유... 최근 국민의힘에서 방송 하차 압박 받기도

[김시연 기자]

 팩트체커(Fact Checker) 김준일 뉴스톱 대표.
ⓒ 이희훈
 
팩트체커이자 정치평론가로 활동해온 김준일 뉴스톱 대표가 회사를 떠난다.

김 대표는 1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뉴스톱을 떠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2001년 경향신문 입사해 23년간 유지했던 저널리스트로서의 커리어를 이제 마감한다"면서 "지난해 10월 멤버들과 제 거취에 대해 상의를 했고 회사를 떠나는 모든 법적 절차를 마쳤다"고 밝혔다.

방송 활동에 따른 회사의 정치적 부담과 재정난 이유

그가 밝힌 퇴사 이유는 그간 외부 방송 활동으로 인한 회사의 정치적 부담과 재정난 두 가지다.

먼저 그는 "제가 회사를 떠나게 된 첫 번째 이유는 제 존재가 여러모로 회사에 큰 부담이 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2017년 지인들과 팩트체크 전문 매체인 '뉴스톱'을 만들어 정치인 발언이나 허위정보를 검증하는 팩트체커 활동하면서, 각종 시사 방송 프로그램에 패널로 출연했다. 5년 전만 해도 1주일에 한두 차례였던 방송 출연이 현재 20번 안팎으로 크게 늘면서 대표적인 정치평론가로 자리잡았다.

그는 "제 정체성은 팩트체커보다는 정치평론가, 분석가가 됐다. 항상 팩트를 기반해서 방송을 했지만 '이게 팩트체크가 맞냐'는 비난에 종종 직면했다"면서 "이에 더해 저 개인뿐 아니라 회사도 각종 오해를 받기 시작했다. 정치적 양극화가 격화되면서 방송에서의 제 말 한마디에 항의전화가 쇄도해 회사가 마비되는 일도 생겼다"며 그동안 회사에서 겪은 어려움을 털어놨다.

그는 "저의 방송 활동으로 인해 뉴스톱이 특정 정치세력과 연결됐다는 공격을 많이 받았다. 지금도 이런 저런 압박을 회사가 받고 있다"면서 "뉴스톱은 애초에 정치적 지향점이 없다. 팩트체크 대상도 정치보다는 오히려 생활 속 널리 퍼진 허위정보를 주로 다룬다. 불편부당하게 팩트체크를 하는 뉴스톱이란 매체를 지키기 위해선 제가 물러나는 것이 맞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시사방송 출연해 여야 모두에 쓴소리... 국민의힘, 방송 하차 압박 
 
 김준일 뉴스톱 대표가 시사IN 유튜브에 출연해 한동훈 위원장의 언론 대응을 비판하는 모습
ⓒ 유튜브갈무리
 
그동안 김준일 대표는 각종 시사 프로그램에 패널로 출연해 특정 정치권이나 이념적으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중립적인 평론을 추구했지만, 진보와 보수 양쪽에서 모두 비판을 받기도 했다. 특히 윤석열 정부 들어 윤 대통령이나 정부여당을 겨냥한 그의 발언이 집중 표적이 됐다.

국민의힘은 김 대표가 지난해 12월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패널로 출연해 "단언하건대 국민의힘이 1당이 될 가능성은 지금 지표로는 어떤 수를 써도 보이지 않는다"는 발언 등을 문제 삼아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 신속심의를 요청했다. 결국 선방위가 지난 1월 24일 '신장식 뉴스하이킥' '관계자 징계'라는 중징계 결정을 내리면서 진행자인 신장식 변호사가 하차를 선언하기도 했다(관련 기사 : 선방위 법정제재 받은 '뉴스하이킥', 신장식 하차 https://omn.kr/27973 ).

또 국민의힘은 김 대표가 지난 1월 30일 <시사IN> 유튜브 채널 '김은지의 뉴스인'에 출연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사직에서 롯데야구를 봤다'는 자신의 발언을 '사직구장에서 봤다'라고 보도한 <오마이뉴스>를 상대로 정정 보도를 신청한 것을 두고, '좀 XX 같은 대응'이라고 한 것을 두고 막말 논평이라면서 방송 하차를 요구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퇴사는) 오랫동안 고민했고 회사 동료 및 지인들과 상의해 결정한 사안"이라면서 "최근에 제 주변에 벌어진 일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뉴스톱 재정난 심각...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경영 끝내기로"

실제 김 대표가 퇴사를 결정한 보다 직접적인 이유는 뉴스톱의 재정난이다. 뉴스톱은 신생 독립 매체로서 정부 광고나 상업 광고를 거의 받지 않고 독자들 후원에 주로 의존한 탓에 재정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김 대표는 "뉴스톱은 창립이래로 재정적으로 좋았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좋은 콘텐츠를 생산한다는 자부심으로 멤버들이 버텨왔지만 5년이 넘으며 한계에 봉착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5년여 동안 개인적으로 번 돈 약 5억 원을 회사에 지원했지만, 최근 2년간 적자 폭이 커지며 감당하기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판단해 회사 멤버들과 상의해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방식의 경영을 끝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결국 일부 멤버들은 회사를 떠났고, 창립 멤버인 송영훈 대표를 비롯해 일부가 남아 계속 뉴스톱에서 팩트체크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뉴스톱은 JTBC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국제팩트체크네트워크(IFCN) 팩트체크 인증기관이 됐고 지금은 유일한 인증기관이다. 뉴스톱은 그동안 SNU팩트체크센터, 팩트체크넷 제휴사로도 활동하면서 각종 프로젝트도 수행했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이들 기관에 대한 정부와 민간의 재정 지원이 모두 중단되면서 팩트체크 매체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 대표는 2일 오전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 "(팩트체크에)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 탓에 뉴스톱은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내 활동이) 회사에 부담 주는 것 같아 그만두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쉴 새 없이 달려와서 열흘 정도 휴식시간을 가질 것"이라면서도 "언론인으로서의 제 커리어는 마감하고 50대엔 새로운 길을 모색하려고 한다. 그렇다고 당장 모든 시사방송 출연을 접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새로운 길이 무엇인지는 휴식을 취하고 복귀해 적절한 시점에 밝히도록 하겠다"며 방송 활동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준일 뉴스톱 대표, 오마이뉴스 인터뷰 기사] 
- "클릭 많으면 우대받는 사회... 섹시하면 의심하라" https://omn.kr/1dn2z
- "조국 사태가 팩트체크 문제? 언론의 판을 바꿔야" https://omn.kr/1l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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