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해명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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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e Antoinette"김건희 여사 사건을 보도한 글로벌 통신사 '로이터'의 기사는 중간제목으로 이렇게 '마리 앙투아네트'를 올렸다.
김건희 여사가 최재영 목사로부터 받은 상품의 공식 이름은 '명품백'이 아니라 '여성 송아지 가죽 파우치'다.
여권으로선, '김건희 명품백 수수 의혹'이 아니라 최소한 '김건희 여사 파우치 수취 건'으로 명명되게 해야 했다.
'해명이나 유감 표명은 안 된다'는 주장은 미신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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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김 여사 파우치 수취 건’으로
명명하고 적극적으로 해명했어야
“Marie Antoinette”
김건희 여사 사건을 보도한 글로벌 통신사 ‘로이터’의 기사는 중간제목으로 이렇게 ‘마리 앙투아네트’를 올렸다. 외신에까지 나왔으니 나라 망신이라지만 ‘로이터’ 기사는 대립하는 주장을 차분히 소개하는 정도다. 다만, 서양인들의 관점에선 서양 절대 왕조시대 인물이 현대 동아시아 민주국가 대통령 부인 논란에 소환되니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된 것이다. 사안이 커지고 대통령 국정 지지도가 내려가는 이러한 상황과 관련해 ‘해명의 기술’을 돌아보게 된다.
권력 스캔들은 명명(naming)에서 시작한다. 스캔들로 만들기 위해 명명하기도 한다. 야당과 상당수 언론은 “김건희 명품백 수수 의혹”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여권의 처지에서, 이러한 명명은 심각하게 불공정하다. 대통령 부인을 하대하기 위해 직함을 뺀 점, 대통령 부인을 대중으로부터 심리적으로 격리하는 명품백이라는 어휘를 쓴 점, 대통령 부인을 잠정적 범죄인으로 보는 수수와 의혹이라는 어휘를 쓴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여권은 이러한 명명을 내버려 뒀다. 여기서부터 해명은 꼬이기 시작했다. 김건희 여사가 최재영 목사로부터 받은 상품의 공식 이름은 ‘명품백’이 아니라 ‘여성 송아지 가죽 파우치’다. ‘수수’와 ‘의혹’은 ‘수취’라는 중립적 어휘로 대체될 수 있다. ‘수취’는 받을 의사가 없음에도 받게 되는 상황까지 포함한다. 여권으로선, ‘김건희 명품백 수수 의혹’이 아니라 최소한 ‘김건희 여사 파우치 수취 건’으로 명명되게 해야 했다.
파우치 수취가 도덕적 흠결인가 불법인가는 중요한 문제인데, 여권은 이점을 간과하고 있다. 청탁금지법 8조 4항은 공직자의 배우자가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금품 등을 받아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쟁점은 ‘직무 관련성’이다. 파우치를 건넨 쪽이 비밀녹화해 언론에 공개한 영상을 보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된 청탁이나 이야기를 김 여사에게 한 것이 별로 없는 듯하다.
함정취재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의소리’ 측은 김 여사를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그러나 ‘법률신문’에 따르면 공직자의 배우자가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았더라도 제재는 공직자와 금품 공여자에 대해 가능하다. 파우치 수취는 야당이 추진하는 김 여사 관련 특검법에도 빠져 있다.
다수 시민은 파우치 수취가 당연히 불법이고 특검 대상인 줄 안다. 해명은 사실에 대한 정확한 설명에 바탕을 둬야 한다. 파우치 수취가 관습적 규범, 윤리, 형법 중 어느 것을 어느 정도 저촉한 것인지 대략 알 수 있게끔 설명하는 것이 우선이다.
한 매체가 대통령 측을 공격할 때, 대통령 측이 취하는 일차적 대응은 무시다. 인정하든 부인하든 대응만으로 이슈가 커지기 때문이다. 파우치 건은 큰 쟁점이 되어 무대응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 대통령이 해명해야 하는 단계까지 왔다. ‘해명이나 유감 표명은 안 된다’는 주장은 미신에 가깝다.
정수기가 더러운 물을 정화하듯, 대통령의 해명은 오염된 자신의 이미지를 정화해야 한다. 스캔들의 끝이 되어야지 새로운 시작이 되어선 안 된다. 대중적 신뢰를 재구축하려면 대통령은 파우치 연관 건에 대해 기자들이 마음껏 질문하게 해야 한다.
베노이트 같은 위기 대응 전문가들은 해명을 위해 미디어에 나와야 하는 대통령을 위해 ‘해명의 타이밍을 놓치지 말라, 사실을 정확하게 설명하라, 의혹 제기자의 의도를 알려라, 인간적 고충을 토로하라, 국민의 이익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말하라’는 원칙을 제시한다.
허만섭 국립강릉원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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