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흥행? 아무나 못해요" 그늘 진 건설업계
현대건설,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
대기업 그룹사 존재 덕분
발행 실패시 '후폭풍' 우려
일반 건설사들은 몸 사려
대형 건설사들이 회사채 발행에 잇따라 성공했지만 건설사를 바라보는 우려 섞인 시선을 거두긴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든든한 뒷배가 있는 건설사나 회사채 발행에 성공하는 상황인데다, 금리를 따지면 사실상 성공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특히 자칫 회사채 발행에 실패할 경우 그 후폭풍도 감당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소수의 자금 조달이 업계의 현실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흥행한 건설사, 조건이 다르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회사채 발행에 나서 흥행에 성공한 건설사들은 현대건설, SK에코플랜트, 롯데건설로 축약된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22일 회사채 1600억원 목표에 6850억원 주문을 받았다. 롯데건설은 같은 달 31일 회사채 2000억원 수요예측 진행 결과 3440억원이 모집됐다.
A건설사 관계자는 "현대건설은 현대자동차 계열사이고, 롯데건설은 롯데케미칼이 보증을 해 신용보강을 해줬다"며 "지원해 줄 그룹이 버티고 있으니 채권 시장에서도 이런 건설사들은 안정적으로 보고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그는 "이런 지원군이 없는 다른 건설사들과는 회사채 발행에 뛰어들 수 있는 조건 자체가 다르다"고 전했다.
SK에코플랜트는 아예 건설사 이름표를 떼고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회사채 발행할 때 공시하는 투자설명서에서부터 ‘환경 사업’과 ‘에너지 사업’을 가장 먼저 내세워 ‘종합 환경사업 기업’이라고 정의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기존 건설사에서 환경에너지기업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하고, 매출 비중도 늘려가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전체매출 중 신사업 매출 비중은 35%다.
B건설사 관계자는 "SK에코플랜트의 회사채 1300억원 수요예측에 5배가 넘는 7000억원이 몰린 이유는 건설사가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줬기 때문"이라며 "기후 변화가 화두가 되고 친환경과 신재생 사업이 뜨면서 좋은 시장 분위기를 탄 거라 일반 건설사들과는 온도 차가 있다"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는 SK주식회사의 자회사이기도 하다.
회사채 시도했다 실패하면 더 큰 타격
이처럼 대기업 계열사의 경우가 아니라면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엄두도 못 내는 것이 건설업계의 현실이다. GS건설은 지난 1일 신용등급이 강등됐다.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 때문에 국토교통부로부터 영업정지 8개월 처분을 받은 여파에 따른 조정이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GS건설의 단기신용등급을 ‘A2+’에서 ‘A2’로 하향했다.
권준성 NICE신평 선임연구원은 "붕괴사고로 인해 주택 브랜드 ‘자이’ 이미지가 실추됐다"면서 "최근 일부 지방사업장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발생하고 정비사업 조합과 공사비 갈등으로 시공권 해지가 이뤄지고 있다"고 강등 이유를 설명했다. 이로 인해 GS건설의 회사채 발행 여건에도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GS건설은 GS그룹이 지분을 갖고 있지 않아 종속사에서도 빠져있는 상태다. 모회사 지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12월 회사채 발행 준비를 시작해 이달 발행하는 것이 목표였으나 태영건설 워크아웃 이후 아직 시기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을 검토 하는 중"이라면서도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 이슬람 채권을 발행했던 것처럼 다른 자금 조달 루트가 있고, 현금 보유량도 충분해 회사채 발행이 당장 시급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섣불리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가 오히려 부작용만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C건설사 관계자는 "지난달 회사채를 발행했던 건설사들이 수요예측까지는 성공했다고 해도, 개별민평금리 대비 높은 수준의 금리를 적용받았기 때문에 공모의 의미가 퇴색했다"며 "그룹사가 지원해주는 곳들도 이런 사정인데, 오로지 건설 사업으로만 승부해야하는 기업들은 수요예측에서부터 실패하면 시장에서 더 안 좋은 평가를 받을까봐 몸을 사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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