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실률로 물류센터 투자 지도 따져보니···신도시 가까운 군포·동탄·신갈 수요 ‘탄탄’

정다운 매경이코노미 기자(jeongdw@mk.co.kr) 2024. 2. 2.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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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까지만 해도 수도권 물류센터는 급성장한 전자상거래 수혜를 입은, 부동산 업계 알짜 투자처로 통했다. 하지만 미국발 금리 상승 여파로 점점 공사비와 조달 비용이 높아지고 수익률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부동산 호황기 동안 너도나도 물류센터에 뛰어든 탓에 공급 과잉 현상까지 맞물렸다. 지난해 초부터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급격히 위축됐고 물류센터 고점론이 확산되며 매물이 시장에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이미 물류센터 투자 열기는 확 꺾인 상태였다. 일부 투자사·운용사는 물류센터 투자를 내부 규정으로 제한하며 극약처방을 내릴 정도였다.

이제 물류센터 시장은 정말 끝인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지역마다 다르다. 수도권 내에서도 지역별 수요·공급과 공실률이 천차만별이라서다. 화주가 누군지, 물류센터가 재고(구축)냐 신축인지에 따라 희비가 갈리기도 한다. 물류센터 투자 결정을 앞둔 투자사·운용사라면 구분해서 살펴봐야 할 대목이다.

종합 부동산 서비스 기업 젠스타메이트는 최근 수도권 내 상온 물류센터를 조사해 쓴 ‘2023년 물류 시장 보고서’를 내놨다. 수도권 지역별 상온 물류센터 공실률과 공급 현황을 재고와 신축으로 구분해 정리한 보고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 전체 물류센터 평균 공실률은 재고와 신축이 각각 10% 미만, 30% 미만이다. 신축 물류센터가 기존 물류센터보다 다소 많이 비어 있는 모습이다. 특히 이천·여주, 안산·시흥, 김포·부천 지역에서 재고와 신축 간 공실률 격차가 컸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수도권에서 신규 공급된 물류센터는 전년 대비 약 72.9% 늘어난 215만평(이하 연면적 기준)으로 2022년에 이어 역대 최대 공급량을 경신했다. 중앙권을 제외한 대부분 권역에서 역대 최대 신규 공급이 이뤄졌다.

선방하는 지역 어디?

경기 남부·중앙, 공실 우려 적다

통계 평균만 보면 수도권 물류센터 시장은 공급 포화 상태처럼 보이지만 지역별 차이는 있다. 수도권에서도 남부권, 중앙권은 성적표가 양호한 편이다. 지난해 물류센터 공급이 유독 급격히 늘어났는데도 견고한 임차 수요를 바탕으로 비교적 공실이 빠르게 해소되고 있는 지역이다.

안성, 화성·평택을 포함하는 남부권에서 지난해 한 해 동안 공급된 신규 물류센터는 전년 대비 260.9%나 증가한 61.3만평이다. 수도권 전체 신규 공급의 약 28.4%가 남부권에서 나왔다. 연면적 5만평 이상 초대형 물류센터가 남부권에 집중된 탓에 신규 공급이 급증했다. 다만 공급이 증가한 데 비해 공실률은 여전히 양호한 수준을 유지했다.

안성은 재고 공실률이 10% 미만, 신축 공실률이 20~25%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땅값이 저렴하고 전국 수·배송이 유리하다는 장점 덕에 신축 물량 일부를 제외하면 물류센터 대부분이 임차인을 찾은 상태다. 화성·평택의 경우 최근 평택항을 중심으로 한 포승일반산업단지에서 공급이 늘었는데도 신축 공실률이 15~20%에 머물고 있다.

군포·안양·수원, 동탄·오산, 기흥·수지(옛 신갈) 등을 포함하는 중앙권도 남부권과 성격이 비슷하다.

이곳 지역 역시 주거 비중 높은 신도시가 많다. 다른 지역과 비교해 물류센터를 지을 만한 땅이 부족한 편이다. 군포·안양·수원의 경우 물류센터 대부분(83.7%)이 군포복합물류단지1·2차에 몰려 있는데, 이곳 공실이 대부분 해소됐고 5% 미만의 공실률(재고)을 유지 중이다. 동탄·오산도 신도시 배후 수요가 풍부하고 경부고속도로가 인접해 있어 재고 공실률이 5% 미만, 신축 공실률도 10%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 젠스타메이트는 “중앙권은 신규 개발보다는 노후화된 창고를 매입·개발해 가치를 높이는 ‘밸류애드(value-add)’ 전략이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서부권 중 지난 몇 년간 물류센터 공급이 많아 공실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됐던 인천도 우려와 달리 물류센터 상당수가 임차인을 찾은 모습이다. 인천에서는 2021년부터 청라 인근 북항과 항동 인근 남항을 중심으로 신규 물류센터 공급이 꾸준했다. 공실이 늘어날 만한 조건이었지만 쿠팡 등 이커머스 기반 화주사들이 꾸준히 유입된 덕분에 10% 미만 공실률을 유지 중이다. 젠스타메이트는 “올해도 인천에 추가 공급 예정 물량이 많지 않아 지금의 임차 수요가 지속될 경우 공실률이 점차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천 서구 원창동에 위치한 ‘로지스허브 인천’ 물류센터. (젠스타메이트 제공)
이 지역, 조심해라!

공급 증가 동남권·고민되는 서북권

반면 동남권 물류센터 시장은 사정이 사뭇 다르다. 지난해 동남권에서는 전년 대비 47.2% 증가한 70.7만평의 물류센터가 공급됐다. 수도권 전체 신규 공급량의 32.8%를 차지해 남부권보다 신규 물류센터가 많이 공급된 유일한 지역이 됐다.

동남권에서도 물류센터 공급이 가장 활발했던 지역은 이천·여주다. 이 지역은 오래전부터 각광받는 물류 요지여서 2021년 이후 대형 물류센터가 꾸준히, 대규모로 공급돼왔다. 그동안은 쿠팡, 무신사, LX판토스, 한익스프레스 등 다양한 임차인이 빠르게 흡수된 덕분에 재고 공실률이 10% 미만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2분기 이후로는 새로 준공된 중·대형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공급 속도가 임차인 구해지는 속도보다 빨랐다. 그 결과 이천·여주 신축 물류센터 공실률은 40%대에 육박한다. 젠스타메이트는 “이천·여주에서는 올해도 중·소형 물류센터 약 10개동이 공급될 예정”이라며 “이 지역 공실률이 소폭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북권에서는 김포·부천, 서부권에서는 안산·시흥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지역이다. 이들 지역은 재고 공실률이 각각 5%, 10%로 낮은 반면 신축 공실률이 50%를 훌쩍 넘어서기 때문이다.

김포·부천은 서울 접근성이 우수해 김포터미널물류단지를 중심으로 물류센터가 급증했다. 재고 공실률이 5% 미만을 기록할 정도로 임차 수요가 풍부하다. 최근 신규 공급된 물류센터가 많지는 않지만 학운일반산업단지에 공급된 물류센터 공실이 아직 해소되지 않는 상황이다. 즉, 김포·부천은 풍부한 임차 수요가 계속 유지된다는 전제하에 공실이 서서히 해소될 전망이다.

한편, 서부권의 안산·시흥은 시화MTV와 반월국가산업단지에 물류센터가 집중돼 있다. 개발 가능한 부지가 많지는 않아 지난해 45만평이 공급된 인천에 비해 공급(안산·시흥 5.9만평)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덕분에 재고 공실률은 10% 미만으로 비교적 낮게 유지되고 있다. 다만 지난해 준공된 물류센터 2곳의 공실이 해소되지 않아 신축 공실률이 꽤 높다. 젠스타메이트는 “앞으로 안산·시흥에 공급될 물류센터 대부분이 연면적 1만평 이상 대형 시설”이라며 “신축 공실률이 당분간 높은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5호 (2024.01.31~2024.02.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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