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 사건에도 경찰 출동?…무인점포 소액 절도 몸살
늘어난 절도 신고에 경찰들 업무부담 호소
점주들, 협의체 구성해 경비 고용 등 관리 필요
최근 무인점포를 대상으로 한 절도 범죄가 끊이지 않으면서 일선 경찰서들이 쏟아지는 신고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1000원대 피해 사건까지 수사해야 하는 경찰로선 업무 부담 가중을 토로하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인건비를 아끼려다가 발생한 문제를 경찰에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른바 경찰에 '치안 외주화'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일 소방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국내에는 총 6323곳의 무인점포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무인 아이스크림 점포(2011곳), 스터디카페(967곳), 밀키트(662곳) 등을 포함한 수치로, 소방청은 인형 뽑기 매장 등 다양한 형태의 무인점포까지 따질 경우 점포 개수가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직원 없이 CCTV에만 의존해 전국 각지에서 수천개의 무인매장이 운영되면서 절도 또한 대폭 늘었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2022년 무인점포에서 발생한 절도 건수는 6018건에 달했다. 이는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21년 3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발생한 건수(3514건)와 비교하면 71% 급증한 수치다.
경찰 "1000원 피해 사건도 수사해야"…업무 부담 가중
이처럼 무인점포 절도 신고가 늘어나자 현장 경찰관들은 피로감을 호소한다. 소액 위주의 절도 사건이 지속해서 접수되다 보니 경찰의 수사력이 분산되는 문제가 생기고 있어서다.
한 경찰 관계자는 "피해 규모가 적게는 1000원대에서 1만원대인 절도 사건이 심심치 않게 접수되다 보니 업무가 많아진 건 사실"이라며 "더욱이 무인점포 특성상 대다수의 가게가 CCTV를 갖추고 있어 소액규모 절도라도 점주가 이를 증거물로 제출하면 수사를 안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도 "50원이든 100원이든 절도 신고가 접수되면 경찰은 수사해야 한다"면서도 "스트레스를 받아도 점주들이 피해를 당한 건 사실이기에 경찰로서는 (피로감을) 드러내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무인매장 절도 사건이 잦은 지역의 관할 경찰서·지구대는 별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무인점포 관련 절도가 증가하자 2022년 한시적으로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과 코인빨래방 등을 중심으로 문 열림 센서와 분실카드 보관함을 지원하는 예방책을 펼쳤다. 사실상 경찰이 무인점포 치안 관리를 일정부분 분담한 셈이다.
서울의 한 지구대 소속 경찰관은 "무인점포 절도 신고 접수가 많은 지역 지구대들은 매장 중심으로 순찰을 강화하는 등의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묘해지는 절도 수법…"점주 노력도 필요"
반면 무인매장 점주들은 매출의 상당 부분을 치안 관리에 할애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점주들도 경찰 신고에 의존하며 손을 놓고 있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실제 예방 시스템을 확충하는 점주들도 있다. 강원도 원주시에서 무인 라면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A씨(52)는 가게 입주 시 출입문에 QR코드 입장 단말기를 설치하는 데만 200만원을 썼다. CCTV 운영비에도 월 7만원을 지불하고 있다.
A씨는 "무인점포는 소액 대 물건을 파는 곳이 많아 매출이 최대로 나와봤자 월 200만원"이라며 "직원을 고용하면 매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기에 월 매출 대비 최대한 적자가 나지 않는 선에서 가게 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점주들은 범죄 수법이 지능화해 피해를 막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서울 은평구에서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을 운영하는 B씨(44)는 "키오스크에 체크카드를 넣는 척만 하고 물건을 훔쳐 간 손님이 있었다"며 "CCTV를 계속 보고 있었는데도 영상만으로는 손님이 카드를 깊게 눌러 넣는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가 없었다. 맥없이 당해버렸다"고 하소연했다.
이 에 전문가들은 치안 관리를 위한 점주 차원의 노력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과 점주의 치안 협력이 필요하겠으나 경찰이 개인의 수익 활동을 전적으로 보호해줄 수는 없는 일"이라며 "점주들이 무인점포 관리 협의체를 구성해 민간 경비 인력을 함께 고용하는 방식 등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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