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성 핸드폰 안 열릴 건데?' 검사가 2번 말했다, 다 녹음돼 있다" [이병한 선임기자의 이슈와 사람]
[이병한, 권우성 기자]
▲ "내가 다치지 않으려면 사건 그대로가 드러나야 한다, 사건의 본질에 집중을 하자, 그런 생각으로 버텼던 시간들이었다. 아직 항소심이 남았지만, 숙제 하나 마친 느낌이다." 2년5개월만에 1심 판결을 받아든 고발 사주 사건 공익제보자 조성은씨의 소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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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준성 검사장의 1심 판결이 나온 1월 31일 오후, 2년 2개월 전 이 사건의 불씨를 댕겼던 조성은씨를 만났다. 그는 "후련하다"고 했다. 인터뷰 후반 그동안 겪었던 일들을 언급하며 잠시 울컥하기도 했다.
- 소감이 어떤가.
"개인적으로 스펙터클한 시간이었다. 내가 다치지 않으려면 사건 그대로가 드러나야 한다, 사건의 본질에 집중을 하자, 그런 생각으로 버텼던 시간들이었다. 아직 항소심이 남았지만, 숙제 하나 마친 느낌이다."
이번 판결로 소위 '고발사주 의혹 사건'은 '의혹'이라는 두 글자를 떼어냈다. 법원은 핵심적인 사실관계를 모두 인정했다. 해킹과 제3자 존재 가능성 등 손 검사장 측의 주장을 모두 물리치고 ▲ '손준성 보냄'이라는 꼬리표가 달린 텔레그램 메시지 18건은 모두 손 검사가 김웅 의원에게 직접 전송한 것이며 ▲ 손 검사가 문제의 고발장 작성과 정보 수집에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 고발장은 당시 미래통합당 선대위 부위원장이었던 조성은씨까지만 전달됐을 뿐 이후 선거일 전까지 수사기관에 접수되지 않아서 범죄가 완성되지 않았으므로 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 공무상비밀누설 등 나머지 혐의는 유죄. 형량은 집행유예 없이 징역 1년.
- 오늘 판결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80%는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20%는 아쉽다."
- 80% 다행은?
"거의 모든 사실관계가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이다. 지금까지 손준성 측은 증거나 증명 없이 오로지 조성은은 조작에 능한 애다, 위조하는 사람이다, 이런 주장만 했다. 나는 그게 패착이라고 생각한다. 저쪽은 항소심에서도 사실관계를 다투려고 하겠지만, 이 정도로 확정이 됐으면 쉽지 않을 것이다."
- 20% 아쉬움은?
"기수(구성 요건을 완전히 갖추고 실현된 범죄)냐, 미수(최종 실현되지 않은 범죄)냐 판단 부분이다. 검사로부터 시작된 고발장이 이미 당에 도달해 언제든지 접수할 수 있는 상태가 된 것만으로도 범죄의 완성으로 볼 것이냐, 아니면 그게 수사기관까지 접수가 되어야 완성이냐. 나는 전자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검사가 정치 중립 의무를 저버리고 선거에 개입한 행위에 대해서는 일반인의 경우보다 사법부가 더 적극적으로 판단해서 앞으로 다시는 이와 유사한 짓을 꿈도 꾸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이 부분은 법의 해석 문제이므로 앞으로 항소심에서 공수처가 적극적으로 다퉈야 한다."
- 80%면 꽤 후한 평가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고발사주 사건'이라는 호칭이 아니라 '윤석열 대검의 총선 개입 사건'이라는 용어를 써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1심 판결은 선거법 유죄로까지 나아가지는 않았다. 이렇게 물어보겠다. 이 사건에서 소위 '윤석열 검찰'의 대척점에 있던 사람으로서, 1심 재판은 이겼다고 생각하는가, 졌다고 생각하는가.
"이겼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객관적 행위가 드러났을 뿐 아니라 그 의도까지 판결에 나왔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고 시도하거나 그 시도에 협조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각 범행을 저질렀다"면서 "각 범행들은 검사가 지켜야 할 핵심 가치인 '정치적 중립'을 정면으로 위반하여 '검찰권을 남용'하는 과정에서 수반된 것"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 시대에 국민들이 검사에게 더욱 중요하게 요청하는 것은 그 권한을 법령과 양심에 따라 적절하고 공정하게 행사해 달라는 것이고, 그러한 국민들의 요청 중 가장 중요한 하나가 바로 검사의 '정치적 중립'이다"라고도 밝혔다. 조씨의 답변은 이 부분을 지목한 것이다.
▲ "80%는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20%는 아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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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돌아보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무엇인가.
"음… 공수처가 손준성 검사를 기소하면서 김웅 의원을 검찰에 이첩하고, 내가 서울중앙지검에 참고인 조사를 갔다. 부부장검사가 나를 조사하는데, 자신의 핸드폰을 이렇게 놓더니 '손준성 핸드폰 절대 안 열릴 건데?' 이렇게 말하더라. 그래서 내가 '여셨어야죠, 그건 수사 공백이죠'라고 했더니 나를 빤히 쳐다봤다. 그리고 '손준성 핸드폰 절대 안 열릴 건데?' 한번 더 반복했다. (실제로 손 검사장의 핸드폰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나는 그 장면이 이 사건 전체를 관통하는 검찰의 태도였다고 생각한다. 이 모든 건 내가 다 녹음해 놓았다.
그때 내가 7시간 정도 조사를 받았는데, 조사 시작 전에 부장검사가 티타임을 하자고 했다. 그가 '정치 계속 하셔야죠' 뭐 이런 식으로 말해서, 내가 '안 해도 됩니다, 웬만한 당직 다 해봐서 안 해도 됩니다' 이랬더니 '아까워서 그러죠, 하면 잘 할 것 같은데' 그러더라. 내가 이렇게 물었다. '그런데 어디까지 수사하실 건데요?' 어디까지가 뭘 말하는 것이냐길래, 내가 '예를 들면... 한동훈?' 그랬더니 부장검사가 손사래를 치면서 아, 자기들은 한동훈 절대 수사할 수 없다고. 이것도 다 녹음돼 있다."
- 검찰이 김웅 의원을 결국 기소하지 않았지만, 이번 판결에 공범으로 나왔다.
"그것도 내가 만족스러운 이유다. 사실 기소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재판부가 안 밝혀도 됐지만 이렇게 꼼꼼하게 밝혀준 것은 감사한 일이다."
- 그런데 오늘 선거법 무죄가 나온 결정적인 이유가 당시 김웅으로부터 받은 고발장을 대검에 접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 왜 안 했나.
"단순했다. 당시 선대위 부위원장이었던 내가 고발장을 첫장부터 넘기는데, 피고발인이 황희석, 최강욱, 유시민 이러다가 다음장부터 피고발인이 다 기자더라. 뉴스타파, MBC 기자와 PD 9명. 아니, 한참 선거기간에 언론사 하나 내 편 만들어도 부족할 판에 이게 무슨 멍청한 짓? 더 넘겨보지도 않고, 킬."
- 그 판단을 본인 스스로 내렸나.
"내가 했다. 그때는 더이상 내용을 보지도 않고 드롭했다. 바뻐 죽겠는데."
- 그게 손준성을 살렸다.
"그러게 말이다. 참 아이러니 하다. 그때 내가 너무 잘 판단해서 징역 3년은 줄인 것 같다."
▲ 조성은씨에게 문제의 고발장을 내밀면서 핵심을 집어달라고 했더니, 보지도 않고 "10페이지, 11페이지, 14페이지..." 줄줄 읊었다. 그는 "외울 정도로 읽어봤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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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이 고발장 여러번 봤을텐데.
"한 100번 넘게 읽은 거 같다. 외울 정도."
- 법원 판결이 나온 상황에서 사람들이 다시 찾아서 읽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100번 넘게 본 사람으로서, 여기서 뭐가 핵심인지 찍어준다면?
그는 이 질문에 고발장을 열어보지도 않고 바로 답을 했다.
"10페이지, 11페이지, 14페이지..."
(뉴스타파가 의혹 보도를 했지만 - 기자 주) 그러나 사실 김건희는 불법적인 주가조작에 관여한 사실이 전혀 없었다.
11페이지 내용은 이렇다.
(MBC가 검언유착 의혹 보도를 했지만 - 기자 주) 그러나 사실 한동훈 검사장은 채널A 기자를 시켜 이철에게 유시민 이사장의 비리를 진술하라고 설득한 사실이 없었고, 지OO은 한동훈 검사장의 음성녹음을 청취한 사실도 없었다.
14페이지에는 피해자가 적시되어 있다.
이로써 피고발인 지OO, 피고발인 심OO ...(중략)... 등은 공모하여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피해자 윤석열, 김건희, 한동훈 등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조성은씨는 ▲ 고발장 전달 날짜가 총선 한복판이었던 2020년 4월 3일과 8일이었다는 점 ▲ 검언유착 의혹 보도 불과 사흘 후였다는 점 ▲ 피해자로 윤석열, 김건희, 한동훈이 나열되어 있다는 점 ▲ 각종 의혹들이 이미 결론 난듯이 서술되어 있다는 점 등이 중요 포인트라고 지적했다.
"지금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되어 있는 김건희 특검의 당위성은 바로 이 고발사주 사건이다. 특검이라는 게 객관적인 수사를 기대할 수 없을 때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이 고발장을 보면 이미 대검에서 불법적인 주가 조작은 없었다라고 결론을 내릴 뿐 아니라, 오히려 그런 의혹을 제기한 언론을 수사하라고 한다. 이거는 절대 검찰에서 객관적인 수사가 될 수 없다.
되게 기괴한 사건이다. 누가 비슷한 고발장을 쓴다고 했을 때 피해자 윤석열-김건희, 가능하다. 총장 가족을 음해하려고 한다는 이유로. 아니면 피해자 윤석열-한동훈, 가능하다. 검찰을 공격하려고 한다는 이유로. 그런데 피해자 윤석열-김건희-한동훈, 이런 병렬 나열은 너무 이상하다. 한동훈이 세자도 아니고, 거기 왜 끼어 있냐고.
그리고 그들이 너무 착각을 한 게, 당시만 하더라도 미래통합당은 윤석열에 그리 큰 관심이 없었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고, 그냥 조국과의 내분, 여권 내부의 권력 다툼이라고 생각했지. 야당에서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과 그 부인을 위해서 고발장을 작성할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런데 이거를 갖다 던져주면 야당이 접수를 해줄 거라는 착각이 너무 오만해 보이더라."
- 그런 것들을 염두에 두고 고발장을 보면 더 재미있을 것이다?
"그렇다. 이 사건은 뜯어볼수록 재밌는 사건이다."
▲ "재판부에서 사실관계 확정을 이정도로 해줬으면, 공수처는 당연히 따라오는 공범들에 대한 수사를 해야 한다. 고발장에 나오는 한동훈은 왜 소환을 안하나. 김건희는 왜 안하나. 관련자들을 다 소환하는 게 원칙 아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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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심 판결이 나온 현재, 이 사건의 전모가 몇 퍼센트나 밝혀졌다고 생각하는가.
"한 30%."
- 그러면 나머지 아직 밝혀지지 않는 거대한 70%가 있다는 말인데.
"내가 처음에 대검 감찰부에서 조사를 받을 때부터 이렇게 말했다. 손준성은 이 고발장에 작성 이익이 없다. 이 고발장의 명백한 이익 당사자는 윤석열, 한동훈, 김건희이다. 그렇다면 손준성은 왜? 또 고발장 문장이 굉장히 조악하고 조잡하다. 좌파 언론, 어용 언론, 광화문에 윤석열을 위해서 100만 명이 모였다, 이런 식으로. 목적도 천박하고, 단어도 조악하고, 내용상 수준이 낮다. 하지만 형태는 굉장히 프로페셔널한. 그동안 많이 고민하고 추론해왔는데, 이제 알 것 같다. 누가 이 고발장을 썼는지. 그리고 누가 김웅한테 전화했는지도 알 것 같다. 최초의 아이디어가 누구였는지도, 그 속에서 손준성의 역할이 무엇이었는지도."
하지만 조씨는 증거가 있지 않은 추론일 뿐이라며 자신이 생각하는 사건의 전모에 대해 오프더레코드(비보도 조건)를 걸었다.
- 나머지 70%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길 원하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포인트는 무엇인가.
"공수처의 역할이다. 당시 공수처가 손준성만 단수로 기소한 건, 수사 과정에서 수많은 방해 때문에, 일단 한 명만 기소해서 유죄 판결이 나오면 추진력이 생길 수 있으니 길게 보고 가자는 생각이 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 이제 재판부에서 사실관계 확정을 이정도로 해줬으면, 당연히 따라오는 공범들에 대한 수사를 해야 한다. 고발장에 나오는 한동훈은 왜 소환을 안 하나. 김건희는 왜 안 하나. 관련자들을 다 소환하는 게 원칙 아닌가. 한동훈은 더이상 검사가 아니지만 당시 검사였다. 임홍석 검사도 이번 판결에 거의 공범으로 적시되어 있다. 재판부가 이 정도로 도와줬으면, 이제 공수처는 자신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그리고 정치인이 된 한동훈도 문제의 고발장에 왜 자신의 이름이 있고 자신의 사건(검언유착 사건)이 있는지 답을 해야 한다. 기자들은 악착같이 쫓아다니면서 그 질문을 해야 한다."
2021년 9월 사건이 처음 표면화 됐을 당시 국민의힘 경선 후보였던 윤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이걸 제일 먼저 제보했다는 사람, 여러분들 알고 있죠. 그 사람의 신상에 대해서. 그 사람이 과거에 어떤 일을 했는지, 여의도판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고 다 들었을 것"이라며 조성은씨를 폄훼하고 공격했다. 그는 "그 사람이 어떻게 갑자기 공익제보자가 되는가. 그렇게 폭탄을 던져놓고 숨지 말고 당당하게 나와서 그 디지털 문건의 출처, 작성자에 대해서 정확히 대라"고 몰아붙였다. 하지만 1심 판결은, 윤 대통령이 틀렸고 조씨가 옳았음을 가리키고 있다.
- 2년 넘게 여기까지 오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누구인가?
"음… 한동수 감찰부장님. 당시 내가 대검 감찰부 문을 두드린 건 살려고 그랬나 보다. 거기 안 갔으면 이 재판은 시작도 안 됐을 거다."
- 여기까지 오게 한 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
▲ 고발 사주 사건 공익제보자 조성은씨는 "오늘 하루 정도는 울컥을 해도 되지 않을까요?"라며 눈시울을 붉히면서도 "어쨌든 너무 다행"이라며 이내 환하게 웃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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