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특별성과금 논란'으로 본 '삼성 통합노조'의 위험성 [박영국의 디스]

박영국 2024. 2. 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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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고성과자 보상'에 너도나도 손 벌리며 'N분의 1' 전락
OPI‧TAI 등 삼성의 체계적 성과보상제, 강성노조 들어서도 무사할까
성과보상제 무너지면 '1등 삼성' 경쟁력에도 치명타 우려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데일리안DB

삼성 4개 계열사 노동조합이 하나로 통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 노조를 중심으로,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 삼성화재 리본노조,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생노조 등 4곳이 ‘삼성기업 초기업 노동조합’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지난달 31일 조합원 총회를 열어 출범 선언과 규약 개정 등에 나섰다.

계열사 노조간 통합은 노조의 교섭력 강화로 이어진다. 조합원이 많아지고, 교섭 과정에서 지렛대로 삼을 쟁의행위를 벌일 수 있는 다수의 사업장을 통제하며, 노조 전임자의 타임오프(유급근로시간면제)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삼성기업 초기업 노동조합’이 제대로 자리를 잡는다면, 다른 삼성 계열사 노조들까지 흡수해 덩치를 더욱 키울 여지가 충분하다.

삼성 노조의 이런 움직임은 최근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에서 벌어지는 노사 갈등 상황과 맞물려 불안감을 키운다. 현대차와 기아 노조는 연초부터 사측에 ‘특별성과금’을 내놓으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이는 다른 계열사 노조로까지 번져 그룹 전체를 뒤흔들 분위기다.

이 특별성과금의 기원을 따라가 보면 기가 막히다. 현대차와 기아가 잦은 사무‧연구직 이탈로 골머리를 앓던 2021년 말, 성과보상이라는 일종의 ‘당근’으로 ‘탤런트 리워드’라는 제도를 도입했다. 사무‧연구직 책임매니저들 중 성과가 좋은 직원 10%를 선발해 500만원의 특별 보상금을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그러자 생산직 근로자를 중심으로 하는 현대차‧기아 노조는 성과와 무관하게 전체 근로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라며 ‘투쟁’에 나섰고, 결국 전 직원이 ‘특별성과금’을 받게 됐다. 이후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다른 계열사들까지 줄줄이 손을 벌렸다.

그 때의 일을 계기로 매년 연초가 되면 회사에 ‘특별성과금’을 요구하는 게 연례행사가 돼 버린 것이다. 성과금 앞에 ‘특별’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은, 기업 실적과 근로자의 성과에 기반해 노사 협상을 통해 결정되는 ‘성과급’과는 다른 별개의 항목임을 의미한다.

‘성과보상을 통한 직원들의 사기와 의욕 제고’라는 본래의 취지는 사라진 채, 성과와 무관하게 모두에게 ‘N분의 1’로 지급하는, 기존의 성과급과 별 차이 없는 항목이 하나 추가된 셈이다.

삼성은 성과보상제도가 체계적이기로 이름난 기업이다. 사업부문의 실적이 좋고 개인과 팀의 성과가 우수하면 어떤 직장인도 넘보지 못할 초고액 연봉자가 되지만, 반대의 경우 기본 연봉 외에 손에 쥐는 게 거의 없을 때도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거의 매년 초과이익성과급(OPI)으로 기본 연봉의 50%가량이 지급돼 왔지만 지난해는 실적 악화로 지급률이 0%였다. OPI를 포함한 보수를 연봉으로 인식했다면, 연봉의 3분의 1이 날아간 셈이다. 삼성의 또 다른 성과급 제도인 목표달성장려금(TAI) 지난해 상반기 25%에서 하반기 12.5%로 반토막 났다.

이런 체계적인 성과급 제도는 일견 냉혹해 보이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직원 개개인의 능력을 끌어올려 지금의 ‘일등기업 삼성’이 있게 한 원동력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회사에 현대차그룹 계열사들과 같은 강성 노조가 들어선다면, 나아가 계열사 노조간 통합을 통해 교섭력을 키운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최고 실적을 올린 사업부문이 OPI와 TAI를 최대치로 받고, 실적이 크게 악화된 사업부문은 0%를 받는다면 노조가 순순히 수용할까.

현대차그룹에서 벌어지는 상황과 마찬가지로 노조가 모든 사업부문 근로자에게 최대치에 맞춰 동일한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집행부는 최대한 많은 조합원들의 지지를 얻어야 노조 전임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의 성과급 체계가 변별력을 잃고 ‘N분의 1’ 지급 항목으로 전락한다면, 일을 잘 하건 못하건 다들 고만고만한 연봉을 받는 회사가 된다면, 삼성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강력한 무기 하나를 잃게 된다.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스마트폰이 글로벌 시장에서 최고의 지위를 내려놓아야 할 수도 있다.

근로자들의 권익 보호 차원에서 노조의 존재는 필요하다. 교섭력을 높이려는 일련의 노력들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근로자 절대다수가 노조에 가입하고, 계열사 노조를 지부로 흡수해 세력이 강대해지더라도, 성과급 체계에서 변별력을 제거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한두 해는 ‘상향평준화’의 목적을 이룰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후부터는 ‘하향평준화’로 전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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