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눈]부자 전유물 채권의 성장세…올해 더 커진 판 "바벨전략으로"

차민영 2024. 2. 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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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창 삼성타운금융센터지점장 인터뷰
최윤창 삼성증권 SNI삼성타운금융센터지점장이 1월29일 서울 강남에 위치한 SNI삼성타운금융센터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증권

이제는 주식보다 채권이다. 2023년 개인투자자 채권 순매수 규모는 37조원을 돌파했다. 역대 최다액을 기록했던 2022년(20조원) 때보다도 훨씬 늘어난 규모다. 미국의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 시점이 임박했다는 심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오프라인 지점 등을 통해서만 가능했던 채권 투자가 온라인과 모바일로도 가능해지면서 전반적인 접근성도 개선됐다.

절세가 핵심…고액 자산가 채권 판매액 5.9조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에 위치한 SNI삼성타운금융센터에서 만난 최윤창 삼성증권 SNI삼성타운금융센터지점장은 VIP 고객들과의 미팅 일정으로 숨 가쁜 모습이었다. 오후 반나절 동안에만 도곡에서 역삼으로, 역삼에서 다시 청담으로 향하는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그는 삼성증권이 2010년 도입한 초고액자산가 전담 브랜드 'SNI(Success & Investment)'의 한 지점을 이끄는 수장이기도 하지만, 채권 상품 전문 프라이빗뱅커(PB)이기도 하다.

고액 자산가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세금'이다. 펀드·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간접투자와 직접투자 중 고액 자산가들이 선호하는 것은 세금 문제에서 유리한 후자다. 채권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은 매매차익과 이자수익으로 나뉜다. 이 중 ETF 등을 통해 투자하면 매매차익에 15.4%의 배당소득세가 부과된다. 개별 채권에 투자하면 매매차익에 대한 세금이 붙지 않는다. 최 지점장은 "세법상 ETF나 공·사모펀드는 과세 대상이기 때문에 VIP 시장에서는 직접투자가 인기가 높다"며 "다만 펀드 상품들도 거액 고객에게는 막혔지만, 개인퇴직연금(IRP)이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 세제 혜택이 있는 비히클에서는 공격적으로 운용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세후 현금흐름이 좋고 변동성이 낮다는 점은 채권 투자의 장점이다. 최 지점장은 "최근 채권 매수를 도와드린 고객의 경우 (만기가) 16년 남은 채권을 사셨는데 은행환산수익률 5.2%가 나왔다"며 "이는 16년 동안 매년 1년마다 은행 예금에 가입하는 데 16년 동안 이율 5.2% 예금에 가입하는 거랑 똑같은 의미"라고 말했다. 또 "만기가 길다는 것은 금리가 조금만 내려가도 레버리지 길이가 길다는 것을 뜻한다"며 "장기적으로 금리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해 금리를 고정하는 효과도 있지만, 중도에 금리가 떨어진다면 차익 시현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만기 원리금이 보장돼 있다는 점에서 원금 손실 가능성이 없다는 게 강점이란 설명이다.

작년 가장 '핫한' 상품은 국채 '19-6'이었다. 표면금리가 1.125%인 20년 만기 채권으로 이름처럼 2019년에 6번째로 발행된 채권이다. 대표적인 저 쿠폰 장기 국채(표면이자율이 낮은 채권)로 자리매김하면서 보험사,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 매집이 이어졌다. 품귀현상에 증권사들도 물량을 구하기 힘들었다는 후문이다. 2020년에 나온 30년 만기 국채 '20-2'로 인기가 이어졌다. 최 지점장은 "일례로 2022년 말 회사를 매각한 한 기업의 오너는 매각 대금으로 4~5개월에 걸쳐 장단기 국채를 매입했다"고 전했다.

직접 투자가 가능한 디지털 판매 채널이 활기를 띠고 있다는 점도 새로운 변화 중 하나다. 그는 "과거에는 장내 채권 상품은 활성화가 안 됐었는데, 최근에는 일부 국채 같은 경우 장내에서도 거래가 많이 된다"며 "개인이 직접 채권을 보유하거나 사고파는 시장이 형성됐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고액 자산가들이 모바일트레이딩서비스(MTS) '엠팝(mPOP)' 등 디지털 채널을 통해 사들인 채권 규모는 2022년 2조원에서 2023년 2조9000억원으로 9000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오프라인 채널 판매액은 2조5000억원에서 3조원으로 증가했다.

올해도 인기 지속…초단기·초장기 '바벨전략'

최윤창 삼성증권 SNI삼성타운금융센터지점장이 지난 29일 서울 강남에 위치한 SNI삼성타운금융센터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증권

올해도 채권 인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최 지점장은 "삼성증권에서 올해 추구하는 것은 '바벨 전략'으로 초단기와 초장기 상품을 가져가려고 한다"면서 "불확실성이 컸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금리가 내려갈 것으로 방향은 잡혔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회사 내부 하우스뷰에 따르면, 올해 미 국채 10년물 장기금리 적정수준은 경기 연착륙 가정하에 4.0~4.5%다. 양적 긴축 정책은 2025년 하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 전망은 '골디락스(경기가 과열도 냉각도 아닌 이상적인 상황)'로, 채권시장에서는 '불 스티프닝(단기금리가 장기금리보다 가파르게 하락하는 현상)'이 발현될 것이란 관측이다.

회사의 핵심 채권 상품은 국공채지만, 일부 'AA' 등급 이상 우량 회사채도 추천하고 있다. '보수적 투자'를 브랜드 기치로 내건 삼성증권 특성상 우량채만 취급한다. 작년 중순 채권시장 활황 때 'BBB' 등급 회사채도 인기였지만, 회사 내부 기조상 배제했다. 최 지점장은 "채권도 가치를 철저히 평가해 다루기 때문에 회사채라고 하면 AA 등급이나 A+ 이상만 취급한다"며 "올해부터는 라인업 강화 차원에서 한국 채권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발행된 초우량 글로벌 회사 회사채나 달러 표시 미 국채 상품 등도 선보이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에서 올 상반기 출시하는 개인투자자용 국채와 관련해선 흥행을 점쳤다. 최 지점장은 "(직접 투자 시) 세금 문제에서 자유롭다는 점에서 금융투자소득세를 고민하는 투자자들이 많이 참여할 것 같다"며 "발행량이 1조원 규모라고 보도됐는데 생각보다 적은 편이고, 판매대행기관 외에도 온라인까지 열어주기 때문에 일주일 내에 판매가 완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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