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수야, 나 유니폼 어울려?"…"(우)규민아, 서로 우승반지 끼워주자" [기장:스토리]

최원영 기자 2024. 2. 2.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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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기장, 최원영 기자) 두 친구, 만나니 더 행복하다.

KT 위즈 내야수 박경수와 우완 언더핸드투수 우규민이 1일 스프링캠프지인 부산 기장현대차드림볼파크에서 웃음꽃을 피웠다. 공식 훈련 첫날부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1984년 3월 31일생인 박경수와 1985년 1월 21일생인 우규민은 2003년 나란히 LG 트윈스에 입단하며 절친한 사이가 됐다. 당시 박경수는 1차 지명, 우규민은 2차 3라운드 19순위 지명을 받았다. 둘은 2014년까지 동고동락한 뒤 헤어졌다. 2015년 박경수가 신생팀 KT로 자유계약(FA) 이적했기 때문. 우규민도 FA 자격을 얻어 2017년 삼성으로 둥지를 옮겼다.

올해 다시 한 팀이 됐다. 지난 시즌 종료 후 FA가 된 박경수는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다. 현역 연장 여부를 놓고 고민하다 이강철 KT 감독과 나도현 KT 단장의 1년 계약 제의를 받고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로 했다. 우규민은 지난 시즌 종료 후 열린 KBO 2차 드래프트에서 KT의 1라운드 6순위 지명을 받았다.

비시즌을 거쳐 드디어 스프링캠프에서 함께 훈련을 시작했다. 우규민은 "정말 행복하고 좋고 기쁘다"며 속마음을 내비쳤다. 박경수 역시 "이제야 실감 난다. 올해 같이 잘해보고 싶다"며 미소 지었다. 인터뷰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오랜만에 한 팀에서 훈련한 소감이 궁금하다.

-우규민: 정말 좋은 감독님, 코치님들, 선수들과 함께 야구하고 있다. 너무 상기돼있는 듯해 가라앉혀야 할 것 같다. 계속 좋고, 기쁘고 그렇다. 대신 야구할 때는 진중하게 하려 한다. 어제(1월 31일) 경수와 숙소에 같이 있었는데 마치 내가 경수 보러 이곳에 놀러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믿기지 않았다. 점차 시간이 지나면 더 실감 날 것 같다.

-박경수: 난 우리가 스무살로 돌아간 줄 알았다. 방에서 쉬고 있는데 규민이가 유니폼을 하의까지 쫙 빼입고, 모자까지 쓰고 와서 '야 나 괜찮냐? 잘 어울려? 등 번호는 어때?'라며 이것저것 묻더라. 무척 설렌 마음을 갖고 있는 게 보이니 친구로서 기분 좋았다. 규민이가 진심으로 행복해하고 있구나 라는 걸 느꼈다.

어제 (박)병호, (황)재균이, 규민이와 마트에 장을 보러 다녀왔다. 서로 '우리 한 팀인 것 맞냐', '그냥 어디 놀러 와서 장 보는 느낌 아니냐'라며 이야기를 나눴다. 오늘 같이 유니폼 입고 훈련하다 보니 진짜 다 같은 팀이라는 게 실감 나 행복했다. 하루를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주장 박경수, 투수 파트는 최고참 우규민에게 믿고 맡길 수 있겠나.

-박경수: 충분하다. 처음에 규민이에게 농담으로 '너 투수조장 할래?'라고 물어봤다. 규민이 덕분에 나도 짐을 덜 수 있게 됐다. 조금 더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현재 투수조장인 (고)영표가 정말 잘해주고 있다. 그래도 규민이 눈에 보이는 부분이 또 있을 것이다. 영표나 젊은 선수들이 미처 보지 못하는 것들을 규민이가 짚어줄 수 있다. 그런 부분들을 서로 잘 상의해 더 좋은 팀 문화를 만들어가고 싶다. 

-우규민: KT에 온 지 얼마 안 됐지만 정말 성실하고 착한 선수들이 많다. 내가 배워야 할 점은 당연히 배울 것이다. 선수들과 공존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싶다. 경수 말대로 영표 선수가 투수조장으로서 무척 잘하고 있다. 

◆올해 내 친구가 얼마나 잘해줬으면 하는지.

-박경수: 규민이는 아마 중간계투진에서 필승조 역할을 할 것 같다. 일단 30홀드는 해줬으면 좋겠다. 물론 규민이와 합의된 내용은 아니다. 내 욕심이다. 규민이가 그렇게 해주면 우리 팀이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가 있지 않을까 싶다. 나는 팀 분위기 잘 만들겠다.

-우규민: 그럼 나는 경수가 30홈런 치길 바란다. 사실 경수는 매 시즌 은퇴를 생각하고 있다. 수비 면에서는 워낙 정평이 난 선수 아닌가. 감독님, 코칭스태프, 구단에서도 수비로는 경수를 1번이라 생각할 것이다. 올해는 경수가 공격 쪽에 더 욕심 내 신경 써줬으면 한다.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잘 치렀으면 좋겠다. 내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경수가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파워 히터로서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경수의 은퇴는 없다. 

-박경수: 이것도 합의된 내용은 아니다.

-우규민: 내가 이렇게 이야기하니 감독님께서 '너나 똑바로 해라. 너도 1년 후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하셨다.

◆은퇴 시기를 구체적으로 고민해 본 적 있나.

-박경수: 솔직히 감독님, 코칭스태프, 구단,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짐이 되고 싶지 않다. 내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어떠한 명분이 있어야 선수 생활을 더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나. 그간 그런 명분을 만들지 못했던 것 같다. 항상 언제든 내려놓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내가 선수로서 복이 있는지 감사하게도 구단에서 (연장 계약) 제안을 해주셨다. 무작정 받아들이기보다는 조금 고민했다. 이게 맞는 걸까 싶었다.

KT라는 팀과 감독님께 감사한 마음이 정말 크다. 감독님께서 주장 자리를 맡아달라고 하셨을 때 '아, 그러면 (1년 더) 하는 게 맞겠구나'라는 생각이 최종적으로 들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들을 더 잘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대신 언제든 안 되면, 당연히 유니폼을 벗을 것이다. 상황에 맞게끔 결정하고 싶다. 1년, 1년 더 하는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규민이는 거의 환갑까지 뛸 수 있을 것이다. 볼넷을 안 주는 투수이기 때문이다. (우규민 2019~2023년 연도별 볼넷 개수: 10개, 9개, 9개, 6개, 5개)

-우규민: 사실 은퇴에 대해선 아직 생각해 본 것이 없다. 투구하면서 '이제는 공을 놔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면 자연스럽게 내려놓을 것 같다.

어릴 때부터 한 타자당 공 3개 이내에 결과를 내야 한다는 지도를 받아왔다. 공격적인 피칭을 통해 안타 등을 맞더라도 빨리 승부하려 했다. 그래야 투구 수를 아끼고 다음 타자를 상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승부를 질질 끌면 투수가 더 불리해진다. 그러다 보니 볼넷이 적었던 것 같다. 대신 피안타 개수가 많다. 이젠 볼넷을 줘야 할 땐 주자고 생각한다.

◆우규민, 레전드 언더핸드투수인 이강철 감독에게 배우고 싶은 게 많다고.

-우규민: 여러 가지 다 배우고 싶다. 오늘 캐치볼하는데 야구하면서 처음으로 감독님께서 내 폼을 봐주셨다. 너무 감동이었고, 정말 기분 좋았다. 또 상기될 뻔해 겨우 자제했다. 감독님의 가르침이나 리더십 등을 많이 배우려 한다.

◆비시즌 우규민은 삼성 후배들과 일본 오키나와로 미니 캠프를 다녀왔다.

-우규민: 취소할 수가 없었다. 삼성 후배들과는 정말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잘 다녀왔다. 운동하면서 대화도 많이 하고, 어려운 것 있으면 편하게 연락하라고 했다. 선수들이 삼성의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스케줄을 내게 보내주더라. '오전 8시40분 출발입니다'라고 온다.

-박경수: 작년에 우리 팀에 온 (김)상수가 겪은 걸 그대로 규민이가 이어받았다. 

◆올해 KT의 전력은 어떤 것 같나.

-박경수: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부상이었던 구원투수 (김)민수와 (박)시영이가 합류하게 됐고, 선발투수 (소)형준이도 언제일진 모르지만 돌아올 것이다. 여기에 규민이도 가세했다. 구원투수 (손)동현이와 (이)상동이 등은 지난해 포스트시즌을 통해 좋은 경험을 했고 분명 성장했다. 팀이 훨씬 안정될 것 같다. 야수 쪽도 괜찮다. 한 시즌 재미있게 치르지 않을까 싶다.

-우규민: KT는 우선 선발진이 무척 좋다. 투수진이 탄탄하다. 그래서 강팀이지 않나 싶다. 공격 면에서도 장타력 있는 타자들이 많이 포진돼 있다. 올해 우승해야 한다. 내가 이끌겠다는 건 아니다. 선수들에게 요즘 계속 '나 버스 좀 태워줘라', '병호야 홈런 40개만 때려줘'라고 말하고 있다. 외인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 선수도 왔다. 로하스는 로하스다. 내가 인정하는 타자라 잘할 것 같다. (로하스는 2020년 리그 홈런(47개), 득점(116개), 타점(135개), 장타율(0.680) 부문 1위로 타격 4관왕에 올랐다. 정규시즌 MVP를 거머쥐었다.)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한 마디 한다면.

-우규민: 잘해 임마~

-박경수: 어 잘할게, 사랑해. 부상 없이 한 시즌 잘해 우리 팀이 우승한다면 서로 우승반지를 끼워주고 싶다. 정말 좋을 것 같다.

-우규민: 맞다. 그건 나도 진짜 해보고 싶다. 이제 우리가 우승할 일만 남았다.

사진=기장, 김한준 기자 / 최원영 기자​​​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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