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공장에 돈 풀겠다는 美…"혜택 많다" 소부장에도 러브콜

박해리 2024. 2. 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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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코엑스 세미콘코리아 '미국 투자포럼'에서 미국 상무부 칩스 프로그램 오피스 리넬 멕케이 시니어 릴레이션십 디렉터가 '칩스 프로그램 업데이트'관해 발표하고 있다. 박해리 기자

삼성전자의 미국 반도체 생산기지가 있는 텍사스주와 미 상무부 관계자들이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 “미국으로 오라”며 러브콜을 보냈다.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진행 중인 반도체재료장비전시회 ‘세미콘 코리아’에서는 미국 투자 포럼이 열렸다. 한국 반도체 공장과 더불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도 함께 유치하기 위해 미국 국제무역청과 반도체재료장비협회(SEMI)가 공동으로 마련한 행사다. 이날 마이크를 잡은 리넬 맥케이 미국 상무부 칩스프로그램 국장은 “미국은 반도체 산업을 다시 본국으로 귀환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라며 “이는 미국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며, 동맹국의 반도체 기업들과 함께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국내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에게 인센티브와 세제 혜택을 제안하며 적극적인 유치 활동을 펼쳤다.

이 포럼에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공장이 건설 중인 텍사스주 테일러시의 브랜트 리델 시장, 삼성 공장을 유치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알려진 윌리엄카운티의 빌 그래벨 판사 등이 찾아 ‘텍사스 반도체 산업의 미래’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포럼장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관계자들을 비롯해 한국의 다양한 반도체 소부장 기업 관계자 130여 명이 모여 좌석을 빼곡하게 채웠다.


삼성 보조금 곧 지급되나?


김경진 기자

상무부의 맥케이 국장은 이날 미국 반도체법(칩스법)에 관한 최신 상황을 설명했다. 칩스법에 따라 미국은 총 390억 달러(약 52조455억원)를 반도체 대·중소기업과 연구개발(R&D) 시설에 지급하고 110억달러(약14조6795억원)를 R&D에 지원한다. 멕케이 국장은 “오늘 기준으로 총 570건의 반도체 보조금 신청서가 접수됐다”라며 “중소 기업(투자 규모 3억달러 미만) 대상 보조금 신청기한은 오늘까지이며, 3억달러 이상 투자하는 대기업들은 3월 말까지 신청을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에 첨단 반도체공장을 건설하는 일부 기업들에게 3월 말까지 보조금을 지급할 방침이라며 삼성전자와 인텔, TSMC가 그 대상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보조금 규모를 두고 논의를 지속해왔으나 큰 진척은 없었는데, 11월 대선을 앞두고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다. 삼성전자가 받을 보조금에 대해 맥케이 국장은 “기밀이라 여기서 답할 수 없지만, 신청서가 접수되면 지원기업의 특장점을 기반으로 평가하며 올해 내에 걸쳐서 보조금 규모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산 연기된 테일러 공장, 이상 없나?


1일 오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 코리아 '미국 투자 포럼'에 텍사스 테일러시장인 브랜트 라이델이 '텍사스의 미래 반도체 산업'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박해리 기자

미국의 보조금 지급으로 지연되고 있는 테일러 공장 건설이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당초 테일러 공장 양산 시기를 2024년 말로 잡았지만, 지난해말에는 2025년으로 목표 시점을 수정했다. 브랜트 리델 시장은 중앙일보에 “내가 가진 정보로는 삼성전자 공장은 올해 말에 가동을 시작할 것”이라며 “양산 시점이 2024년 말에서 2025년 초로 아주 조금 늦춰졌는데, 해가 바뀌면서 1년이나 연기됐다는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테일러 공장 건설은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삼성전자 외에도 다른 기업도 테일러시에 투자 해줄 것을 당부했다. 브랜트 시장은 “테일러는 미국 내에 물류가 굉장히 발전한 곳이며, 토지가 저렴하고 수자원·전력이 풍부하며 보조금도 제공한다”라고 말했다. 그레벨 판사 역시 “오늘 테일러시에 투자하려는 한 한국 기업을 만났는데 자신들이 굉장한 리스크를 감수하고 투자하는 거라고 했다”라며 “위험을 감수하고 오는 한국 기업들에는 지역 내 다양한 혜택과 파트너십을 약속하겠다”라고 말했다.

1일 오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 코리아 '미국 투자 포럼'에 텍사스 윌리엄슨 카운티의 빌 그라벨 판사가 '텍사스의 미래 반도체 산업'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박해리 기자


“中에 수출 말고, 美에 투자해야”

지난 31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세미콘코리아에는 총 500여개 기업이 참여하고 7만여명의 관람객이 참가했다. 한국의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이 한데 모이는 자리인 만큼 이들을 미국으로 유치하기 위해 애리조나·콜로라도·인디애나 주 관계자들도 참석해 각 지역의 장점을 강조했다. 앤드류 게이틀리 주한미국대사관 상무공사는 “미국은 한국 반도체 생태계에 있는 모든 기업을 미국으로 유치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며 “미국은 강력한 연구 커뮤니티와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만, 글로벌 공급망 강화를 위해서는 한국과의 협력이 필수”라고 말했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중인 삼성전자 공장 모습. 경계현 사장 SNS

미국의 이러한 러브콜이 한국 소부장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로 다가오는 가운데, 새로운 우려도 생기고 있다. 31일(현지시간) 미 정부 관보에 따르면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는 지난 17일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에 한국을 포함한 일본·네덜란드 동맹국들에도 자국에 적용되는 반도체 장비 대중 수출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미국의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통제가 동맹국보다 복잡하고 포괄적이어서 자국 기업들이 경쟁에서 불리한 여건에 있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소식에 대해 국내 반도체장비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 장비 기업들은 성숙(레거시) 공정이 많은 중국에서 매출을 올리는 곳이 많아, 당장 이 수출길이 막히면 타격을 입는 업체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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