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왜 명절만 되면 우울한가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매년 3월이 되면 세계 각국의 행복지수 수준이 발표된다.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가 국내총생산(GDP)과 기대수명, 사회적 지원과 지지, 삶을 선택할 자유, 부정부패 인식, 포용성 등을 기준으로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은 조사대상 137개국 중 57위다.
특히 가족과 공동체가 중시되는 유교 문화가 사회적 관계를 긍정적으로 발전시키기보다는 우울한 개인을 양산하고 있으며, 자본주의 작동방식이 물질만능주의로 귀결되면서 한국인은 늘 열패감에 시달린다고 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매년 3월이 되면 세계 각국의 행복지수 수준이 발표된다.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가 국내총생산(GDP)과 기대수명, 사회적 지원과 지지, 삶을 선택할 자유, 부정부패 인식, 포용성 등을 기준으로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은 조사대상 137개국 중 57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뒤에서 4등이다. 행복은 여전히 우리와 거리가 먼 단어 중 하나다.
미국의 유명 작가이자 구독자 147만명의 유튜버 마크 맨슨은 최근 영상에서 한국을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로 지목했다. 정신과 의사, 심리학자 등과의 인터뷰를 겸한 이 영상에서 그는 어릴 때부터 성공을 향한 경쟁 압력에 노출된 한국인의 현실을 언급했다. 특히 가족과 공동체가 중시되는 유교 문화가 사회적 관계를 긍정적으로 발전시키기보다는 우울한 개인을 양산하고 있으며, 자본주의 작동방식이 물질만능주의로 귀결되면서 한국인은 늘 열패감에 시달린다고 했다. 외국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한국인의 정신건강이라는 주제도 관심을 끌었겠지만, 대체로 공감하는 반응이 많다. 남과의 비교, 성공에 대한 사회적 압박을 일상적으로 겪다 보니 무감각해지기 쉬웠던 내용을 새삼 일깨워줬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인의 특징으로 지적되는 ‘포모(FOMO) 증후군’은 ‘세상의 흐름을 나만 놓치는 것에 대해 극단적인 두려움을 갖는다’는 뜻이다. 이 증후군이 한국사회에 깊이 뿌리박고 있는 것도 한국인이 유독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이유로 꼽힌다.
물론 이러한 키워드들이 한국인의 생활상을 단편적으로 묘사한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영상 제목인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국가’라는 표현 역시 수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런데도 이런 영상들이 공감을 얻는 것은 한국인의 정서적 우울감이 특정 시기에 폭발하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대표적인 시기가 명절이다. 명절 연휴 기간과 그 이후에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보면 한국인들의 우울감은 이 기간 최고조에 달하는 것 같다.
설 연휴를 앞두고 얼마 뒤의 미래를 잠깐 상상해보면 이런 장면이 떠오른다. 고향을 방문하는 가족들의 차량 운전대에 당첨된 이들은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우울해지고, 며느리들은 시댁과의 갈등이나 소통의 어려움을 호소하다가 우울해진다. 명절만 지나면 이혼 상담 건수가 급증한다는 뉴스는 이제 새롭지 않다. 평소 만나지도 않던 친척들이 명절 때 속사포처럼 쏘아대는 ‘취업은? 결혼은? 애는?’ 질문 3종 세트를 어떻게 피해야 할지 고민을 토로하는 글이 온라인에 넘쳐난다.
그래서 명절 연휴가 다가올수록 가족들과의 즐거운 만남을 기대하기보다는 표정이 비장해질 수밖에 없고, 아예 만남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남들과의 비교 평가, 다른 이들의 시선에서 벗어날 자유가 좀처럼 허락되지 않기 때문에 이 증상은 평소 느끼던 우울증과 결이 다른 근원적인 성격의 고통이 되기도 한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한국에서 각자 개개인이 행복의 양을 늘리고 우울감을 줄이는 것은 어디서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 마크 맨슨은 영상에서 ‘내면을 깊이 들여다볼 것’을 제안하면서 그것이 새로운 시대적 과제가 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번 설 연휴를 앞두고 해외여행 예약이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했다고 한다. 명절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는 많이 달라졌지만 평소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과의 만남이 행복해지고, 명절 증후군을 줄여가는 게 쉽지 않은 시대가 됐다. 자칫 잘못하면 터져서 감당이 안 되는 명절 속 숨은 갈등을 조심스럽게 다룰 수 있는 숙련된 기술이 필요할 것 같다.
백상진 뉴미디어팀장 sharky@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장사의 신’ 은현장 “조회수 올리는 프로그램 썼다” 시인
- “남현희 사랑해서 미치겠다” 대성통곡… 기묘한 전청조
- “배현진 습격범, 유아인에게 커피병 던진 그 학생”
- “면접만 봤는데 월급 달라니”… 한 사장님의 ‘황당한 사연’
- “저 오늘 잘렸어요”…美 MZ직장인 ‘해고 브이로그’ 유행
- 산부인과서 신생아 학대… ‘피 묻은 옷’ 증거인멸도
- 엄마 묶고 딸 성폭행 ‘부산 도끼사건’… ‘그놈’ 내년 풀려난다
- ‘조국 탄원서’ 낸 차범근…“열을 알아도” 아내 심경 글
- 한밤 서울대서 학생 습격… 들개, 이제 공포가 됐다
- “한 건물에 142개 경매 나와”… ‘전세사기’ 할퀸 흔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