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방과 결혼했다”던 청년… 대책 세워도 또 반복된 비극

김재산,정신영 2024. 2. 2.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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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소방관임을 자랑스러워했던 청년들이 화재 현장에서 주저 없이 사람 구하러 뛰어들었다가 하늘의 별이 됐다.

지난 31일 경북 문경 육가공 제조업체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문경소방서 119구조구급센터 소속 김수광(27) 소방교와 박수훈(35) 소방사는 평소 동료들 사이에서도 신망이 두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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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문경 화재 현장서 순직한
119구조센터 김수광·박수훈씨
소방대원들이 1일 오전 경북 문경의 한 육가공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한 뒤 고개를 떨군 채 동료 2명을 희생시킨 건물 앞에 앉아 있다. 화재는 31일 밤 시작됐다.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소방대원 2명은 건물 안에서 인명 수색을 하다 연소 확대로 고립되면서 탈출하지 못하고 순직했다. 뉴시스


평소 소방관임을 자랑스러워했던 청년들이 화재 현장에서 주저 없이 사람 구하러 뛰어들었다가 하늘의 별이 됐다.

지난 31일 경북 문경 육가공 제조업체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문경소방서 119구조구급센터 소속 김수광(27) 소방교와 박수훈(35) 소방사는 평소 동료들 사이에서도 신망이 두터웠다.

화재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두 사람은 화재가 발생한 건물에서 사람이 대피하는 것을 발견하고 내부 인명 검색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수색에 돌입했다. 이들은 건물 안을 수색하던 중 급격한 연소 확대로 고립됐고, 이어 건물이 붕괴되면서 탈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소방교는 2019년도에 공개경쟁 채용으로 임용돼 재난 현장에서 위기에 처한 국민을 구하겠다는 투철한 사명감을 가지고 화재대응능력 취득 등 꾸준히 자신의 역량을 키워온 6년차 소방관이다.

20대 초반에 소방공무원이 된 그는 2023년 소방공무원들 사이에서도 취득하기 어렵기로 소문난 인명구조사 시험에 합격, 구조대에 자원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박 소방사는 특전사 중사로 근무하던 중 ‘사람을 구하는 일이 지금보다 큰 보람을 느낄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2022년도 구조분야 경력경쟁 채용에 지원해 임용됐다.

경북 상주가 고향인 그는 태권도 지도자로서 양식조리기능사 자격증도 취득하는 등 ‘종횡무진’ 인생을 살았다. 미혼으로 비교적 늦은 나이에 소방에 투신했지만 평소 “나는 소방과 결혼했다”고 이야기할 만큼 조직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

화재로 전소한 경북 문경의 한 공장 마당에 1일 인명 수색을 위해 건물에 진입했다가 목숨을 잃은 2명의 소방대원을 추모하는 국화꽃이 놓여 있다. 문경=최현규 기자


문경소방서의 한 동료는 “지난해 7월 경북 북부지역을 강타한 집중호우 당시 문경시, 예천군 실종자를 찾기 위한 68일간의 수색활동에 두 사람은 누구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실종자 발견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며 안타까워했다. 배종혁 문경소방서장은 “일상 훈련과 화재 현장에서도 매우 모범적인 대원들이었다”고 말했다.

경북도소방본부는 순직한 이들에게 애도와 경의를 표하고 ‘경상북도 순직 소방공무원 등 장례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른 장례와 국립현충원 안장, 1계급 특진 및 옥조근정훈장 추서를 추진한다. 이들의 합동분향소는 2일부터 5일까지 4곳(경북도청 동락관, 문경·구미·상주소방서)에서 운영되며 영결식은 3일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경북도청장으로 엄수된다. 이들은 대전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정부는 소방관 순직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매뉴얼 강화, 첨단장비 도입 등의 재발방지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방관의 안타까운 희생을 막기 위해선 고질적 인력난부터 해소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5년간 2만여명의 소방관이 충원됐지만 여전히 지방을 중심으로 현장 출동 인력은 부족한 실정이다. 소방관 출신인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출동 인력 부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할 의지 없이 겉핥기식 대책만 나오고 있다”며 “현장 교육 부족이나 장비 노후화만을 순직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기존 가용 인력들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배치하느냐의 고민이 가장 중요하다”며 “불도 끄고 행정 업무도 보는 멀티 소방관 양성이라는 목표를 바꿔 지역과 개인 특성을 고려해 전문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방관의 안전보다 책임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분위기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박재성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지 못했더라도 소방관에게 책임을 묻고 징계하기보다 그가 최선을 다했다는 걸 믿고 관대하게 바라보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경=김재산 기자, 정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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