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우진의 돈의 세계] 아듀 EBITDA
최근 워크아웃(기업경영개선작업)에 들어간 태영건설의 경영은 이미 2022년에 악화했다. 현금흐름표의 영업활동현금흐름(OCF)이 그해 마이너스 1445억원이었다. 지난해에도 현금은 계속 빠져나갔다. 순이익은 이런 상황을 보여주지 못했다. 2022년 491억원이었고, 지난해 3분기 내내 플러스로 집계됐다.
순이익과 OCF의 차이는 태영건설만의 현상은 아니다. 이는 발생주의 회계에서 말미암는다. 발생주의는 비용과 매출을 연계하고 여러 회기에 걸쳐 처리한다. 장사 한두 해 하는 게 아니라는 ‘계속기업’ 개념과 연관이 있다.
예를 들어 외상으로 판매한 매출도 비용이 들어간 부분 만큼 기재한다. 장기 프로젝트는 수익과 비용을 여러 회기에 배분하는데, 수익의 현금화가 비용 지출보다 늦어지면 태영건설처럼 순이익보다 OCF가 적어진다. 반대로 현금이 나가지 않는 감가상각비는 순이익보다 OCF를 크게 한다. 회사의 경영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려면 순이익과 OCF의 추이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여기서 이런 의문이 제기된다. OCF가 있는데 그 대신 EBITDA가 쓰이는 까닭이 무엇일까? ‘기업의 현금창출 능력을 나타낸다’는 EBITDA는 ‘이자·세금·감가상각비·무형자산상각비 차감 전 이익’이다. 이 값은 요즘 같은 실적 발표 철이 되면 더 자주 등장한다.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관성의 법칙 때문”이라고 답변한다. 최 교수는 『숫자로 경영하라』에서 “OCF가 EBITDA보다 훨씬 우수”한데도 이를 모르는 사람들은 “과거에 배운 대로 EBITDA를 계속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EBITDA가 먼저 만들어져 활용됐고, OCF가 포함된 현금흐름표 작성은 그 다음에 의무화됐다. OCF에는 일반인도 회계감사를 거친 현금흐름표에서 손쉽게 확인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EBITDA라는 ‘회계문화 지체’에서 벗어나자. 아듀 EBITDA, 헬로 OCF!
백우진 경제칼럼니스트·글쟁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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