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재명 문경행…‘도심철도 지하화’도 맞대결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화재를 진압하다 순직한 2명의 소방관을 추모하기 위해 1일 경북 문경 화재 현장을 연달아 찾았다.
한동훈 위원장은 이날 오전 비대위 회의를 추모 묵념으로 시작했다. 순직한 두 소방관을 거명하며 “김수광 소방교, 박수훈 소방사 이런 영웅들 덕분에 우리 사회가 안전하게 지탱된다고 생각한다”며 “두 영웅의 용기와 헌신을 품격 있게 기리고 유족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했다. 이후 오전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문경으로 향한 한 위원장은 눈시울을 붉힌 채 화재 현장을 둘러본 뒤 두 소방관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조문은 취재진 동행 없이 비공개로 진행됐다. 당 관계자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눈물을 흘리고 있던 박 소방사의 어머니 앞에 말없이 무릎 꿇고 앉아 손을 맞잡았다. “믿어지지 않는다”며 말을 잇지 못하는 박 소방사 어머니 앞에서 한 위원장은 10분가량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어 만난 김 소방교의 아버지는 “좋은 나라를 만들어 달라”고 했고, 한 위원장은 “꼭 그러겠다”고 답했다.
조문 뒤 취재진과 만난 한 위원장은 “두 영웅의 삶이 헛되지 않도록 좋은 정책을 마련하겠다는 약속을 유가족에게 드렸다”고 말했다. 각각 23년, 8년째 동결된 화재진화 수당과 위험수당 인상을 약속했다. “소방관의 정신적 트라우마를 치료할 수 있는 시설을 전국 각지에 신속하게 설치하겠다”고도 했다.
이재명 대표도 이날 오후 두 소방관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비공개 조문에서 이 대표는 순직 소방관의 명복을 빌었고, 유족들은 울음 섞인 목소리로 “제발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조문을 마친 이 대표는 침통한 표정으로 “밤낮없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애쓰시는 소방관의 순직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고 황망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안전한 나라뿐 아니라, 소방관도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목이 쉰 채로 눈물을 보인 이 대표는 중간중간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정치하면서 가장 마음이 아플 때가 나라를 위해 고생하다 돌아가신 분들을 찾아뵙고 명복을 비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의 이날 오후 공개 일정은 당초 4·10 총선 영입인재를 권리당원 앞에 소개하는 행사뿐이었지만, 소방관 순직 소식에 “직접 빈소를 찾아뵙고 위로하고 싶다”며 급하게 일정을 추가했다.
이 대표는 앞서 오전엔 서울 신도림역을 찾아 철도·광역급행철도(GTX)·도시철도 도심 구간을 지하화하고 그 부지에 주거복합 시설을 개발하는 총선 공약을 발표했다. 철도 지하화 공약은 한 위원장이 발표한 총선 4호 공약이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전날 경기도 수원을 방문해 “전국 주요 도심의 단절을 초래하는 철도 지하화를 추진하겠다”며 “현실의 장막을 걷어내는 것만으로도 격차 해소의 상당 부분을 이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겨냥한 듯 이 대표는 “원래 집권 세력은 약속보다 실천에 익숙해야 한다”며 “선거에 이기면 하겠다고 하지 말고 지금 하라. 저희도 곧바로 협조하겠다”고 했다.
이를 놓고 설 연휴를 앞두고 중도층 표심 잡기 싸움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여론조사업체 메타보이스의 김봉신 이사는 “선거 때만 되면 각 당이 대부분 비슷한 개발 공약을 발표하는 경우가 많다”며 “다만 곧바로 정당 지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김기정·김정재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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