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주문 한번에 다섯 상자 ‘와르르’… 선넘은 과대포장

구정하,문수정 2024. 2. 2.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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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를 하며 두 아이를 키우는 심윤지(40)씨는 온라인쇼핑을 애용한다.

심씨는 최근 쿠팡에서 한꺼번에 주문한 5개 상품이 5개 상자에 담겨 문 앞에 쌓여 있는 모습을 보고는 한숨이 나왔다.

심씨 사례처럼 한 상자에 담길 수 있는 상품이 여러 상자에 나눠 배송되는 게 주요 문제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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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앞둔 ‘택배 과대포장’ 여전
쿠팡, 개별 포장 배송… 쓰레기 골치
명품 화장품은 종이상자에 또 포장
일부 업계, 테이프 제거 등 움직임
집배원들이 설 연휴를 일주일가량 앞둔 1일 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물류센터에서 택배를 분류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설 연휴 기간 약 1667만개의 택배 우편물이 접수될 것으로 전망했다. 윤웅 기자


맞벌이를 하며 두 아이를 키우는 심윤지(40)씨는 온라인쇼핑을 애용한다. 심씨는 최근 쿠팡에서 한꺼번에 주문한 5개 상품이 5개 상자에 담겨 문 앞에 쌓여 있는 모습을 보고는 한숨이 나왔다. 그는 “재활용이 된다고 해도 쓰레기 발생이 많은 건 언제나 부담이다. 무엇보다 지구에 죄짓는 기분이 들어서 힘들다”며 “배송 상자 개수를 줄여볼까 하고 일부러 한꺼번에 주문했는데 상자 다섯 개가 문 앞에 쌓여 있는 걸 보니 기가 막히더라”고 말했다.

온라인쇼핑이 유통의 대세로 자리 잡으며 택배 포장이 환경 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다. 정부는 규제에 나섰고, 오는 4월 30일부터 환경부의 과대포장 규제가 시행된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업체마다 상자 크기 다양화, 포장재 축소 등의 방법을 고안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변화를 썩 체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심씨처럼 “택배를 주문할 때마다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는 소비자 반응이 여전히 적잖다.

규제가 시작되면 택배의 포장공간비율은 50% 이하, 포장 횟수는 1차례 이내로 제한된다. 이를 앞두고 GS샵은 테이프를 사용하지 않는 ‘핑거박스’를 도입했다. SSG닷컴은 신세계백화점몰의 ‘선물하기’ 상품 포장 상자를 접착테이프가 필요 없는 방식으로 바꿨다. 롯데온은 비닐봉투 배송을 없애고 종이봉투·다회용 장바구니·‘포장없음’ 등의 형태만 운영한다. 컬리는 동절기의 냉장상품 포장을 스티로폼에서 종이로 바꿨다. 업계에서는 포장 다변화가 이미 시행되고 있다.

기업들은 친환경 포장재가 도입되고 분리배출에 편리한 소재를 사용하며 대응하고 있지만 소비자에게 택배 포장은 여전히 골칫거리다. 심씨 사례처럼 한 상자에 담길 수 있는 상품이 여러 상자에 나눠 배송되는 게 주요 문제로 거론된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대표적인 기업은 쿠팡이다. 쿠팡은 로켓배송 상품을 하나씩 개별 포장해 배송한다. 여러 개의 물건을 한꺼번에 주문해도 물류 시스템상 각각의 물건이 따로 담긴다. 쿠팡은 “전체 배송 물량의 85% 이상을 부피가 적은 포장재, ‘프레시백’ 등으로 배송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물건에 비해 많은 수의 폐기물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해 론칭한 ‘로켓럭셔리’의 포장도 친환경 트렌드를 역행한다는 평가다. 로켓럭셔리는 명품 화장품 전용관으로, 일반 상품과 달리 물건을 총 3번 포장한다. 파우치와 종이 상자와 담은 제품을 다시 택배상자에 넣는 일명 ‘스페셜 패키지’다. 쿠팡 관계자는 “최근 로켓럭셔리 포장 상자의 크기를 세분화해 포장재 사용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컬리 역시 주문한 물건의 가짓수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상자에 담겨온다는 지적이 자주 나온다. 컬리는 과거 냉동·냉장·상온 상품을 각각 구분해 따로 포장했었는데, 2021년부터는 ‘과대포장’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냉장과 상온 상품을 함께 담고 있다. 다만 보관 온도가 같더라도 상품 크기 등으로 인해 다른 상자에 담겨 배송되는 경우가 흔하다.

정부 규제가 합포장 등을 강제하지 않는 만큼 단기간에 가시적인 변화가 일어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택배 폐기물이 환경 오염은 물론이고, 소비자들의 스트레스 원인이 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비용이 들겠지만 기업은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현재의 배송 체계를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구정하 문수정 기자 g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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